▲미국 워싱턴 D.C.의 연방 대법원
로이터 연합뉴스
[#5] 무역법 122조는 어떤 것인가
122조(Section 122)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Trade Act of 1974)에 포함된 조항이다. IEEPA가 비상경제권한법이라는 '비상 권한 체계'에 속한다면, 122조는 '평시 통상 운영 체계'에 속한다.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를 전제로 한다. 미국의 대외 지급 구조에 근본적 불균형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단기간 수입부과금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법 자체에 세율과 기간의 상한이 명시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법적 유형이 다르다. IEEPA는 위기 대응형 권한이고, 122조는 통상 조정형 권한이다. 하나는 비상 상황을 전제로 하고, 다른 하나는 통상 정책의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6] IEEPA와 Section 122의 차이는 무엇인가
두 제도는 모두 대통령이 비교적 신속하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차이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전제 조건이 다르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추상적 개념을 전제로 한다.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경제 지표를 전제로 한다.
둘째, 상한의 존재 여부다. IEEPA 관세는 세율과 기간에 명확한 상한이 없었다. 122조는 최대 15퍼센트, 150일이라는 수치가 법에 박혀 있다.
셋째, 향후 법적 다툼의 초점이 다르다. IEEPA는 "관세 권한이 있는가"가 쟁점이었지만,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조치가 비례적인가"가 쟁점이 된다.
이 차이는 관세가 계속될지 여부뿐 아니라, 그 지속 방식과 범위를 좌우한다.
[#7] 150일 이후 트럼프는 어떻게 할까
122조는 150일이라는 시한이 있다. 따라서 이 기간은 단기 조치이면서 동시에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전면 관세를 유지하는 한편, 특정 산업에 대해 별도의 법적 근거를 붙이는 방식이다.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232조, 불공정 무역을 근거로 한 301조 같은 조항을 활용해 특정 국가나 산업을 표적화할 수 있다.
전면 관세는 넓게 적용되지만, 표적 관세는 특정 산업에 깊은 영향을 준다. 따라서 122조는 단독 해법이 아니라, 다른 조항과 결합하는 교량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8]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 산업이 모두 같은 정도로 영향 받는 것은 아니다. 관세가 전면적인 임시 관세와 특정 산업을 겨냥한 추가 조치가 결합하는 구조로 이어질 경우,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분야와 비교적 방어력이 있는 분야가 나뉠 수 있다.
자동차는 미국의 무역적자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산업이며, 과거에도 국가안보 논리와 연결돼 정책 논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거나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경우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확대해 온 기업은 정치적·경제적 방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배터리는 기술 경쟁과 공급망 문제라는 두 축과 연결되기 쉽다. 특히 핵심 광물과 소재 단계는 정책적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완성 제품보다 중간재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철강은 과거에도 국가안보와 산업 보호 논리로 관세가 적용된 전례가 있다. 공급 과잉이나 가격 문제와 결합될 경우 다시 논의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
반면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비스와 같은 분야는 통상적인 관세의 직접 대상이 되기 어렵다. 또한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거나 미국 기업과 공급망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분야는 전면적인 조치가 미국 산업에도 부담을 줄 수 있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중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세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산업이 어떤 명분과 연결되는가다. 안보, 기술 경쟁, 무역적자라는 틀과 결합하는 산업은 정책 논의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대법원의 관세 부과 권한 남용 판결과 관련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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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50일 동안 한국은 무엇을 봐야 하나
122조는 최대 150일의 적용 기간을 둔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는 11월 3일로 예정돼 있다. 관세 발효 시점에 따라 150일은 여름 또는 초가을과 겹칠 수 있다. 이 시점은 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는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다.
먼저 정치적 변수다. 관세가 유권자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경우 관세는 비용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반대로 제조업 보호나 대외 강경 기조가 여론에서 지지를 받을 경우 관세정책은 정치적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경제 불만이 높아지고 관세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 행정부는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관세가 지지층 결집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법적 틀을 통해 정책을 이어가려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책적 변수도 함께 움직인다. 특정 산업에 대한 공식 조사 개시, 보고서 발표, 의회 청문회 등은 향후 조치의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국제수지 문제를 특정 산업과 연결해 설명하는 시도가 강화될 경우, 해당 산업이 추가 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정치와 정책은 분리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여론의 흐름과 행정 절차의 전개가 어느 방향으로 동시에 기울어지는지가 관세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관세율 숫자보다 이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
[#10] 이번 사태는 미국 정치에서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번 사태는 통상 정책을 넘어 미국 정치제도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읽힐 수 있다. 사법부는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해 분명한 한계를 제시했다. IEEPA를 근거로 한 전면 관세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권한의 경계를 재확인한 조치였다.
그러나 동시에 행정부는 다른 법률 조항을 활용해 정책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었다. 한 경로가 차단되더라도 다른 경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통상 재량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관세는 이제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정치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무역적자, 제조업 보호, 대외 정책 기조는 선거와 직결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법적 근거가 바뀌어도 정책이 계속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정치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관세가 합법인가 아닌가'의 문제를 넘어, 대통령 권한의 범위와 그 한계를 둘러싼 제도적 긴장을 보여준다. 사법부가 경계를 설정했고, 행정부는 그 경계 안에서 다른 통로를 모색했다. 이 구조적 긴장이 향후 관세 논쟁의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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