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공수처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정권 범죄 은폐처=공수처’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2019.12.30
유성호
앞선 글(16부, 17부)에서 검경 수사권을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 제도편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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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는 국회 입법 이전인 2018~2019년 어간에 이뤄진 제도개혁 방안에 관하여 쓴 것이다. 이번 26부에서는 이렇게 하여 국회를 통과한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시행에 관하여 돌아보기로 한다.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법 제정안이, 그리고 2020년 1월 13일 수사권에 관한 검찰청법 개정안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모두 2019년 4월 패스트트랙에 회부되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들이다. 이렇게 국회를 통과한 검찰 개혁 입법 시행을 위한 후속 작업은 미증유의 코로나 국난과 윤석열 패거리들의 준동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공수처의 경우 독립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을 꾸려서 설립 작업을 하기로 하고, 수사권 개혁 입법 실시를 위한 후속 작업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법무부·행안부가 참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추진단'을 설치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나는 권력기관 개혁 담당 비서관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추진단'의 운영을 총괄하는 소임을 맡았다. 2020년 1월 초 윤석열 패거리들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조선일보 등 친검 언론과 합세하여 나라를 뒤집으면서 나를 그 피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하는 와중이었지만, 나는 이 일에 온 힘을 집중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지도 않았거니와 검찰 개혁에 저항한답시고 윤석열 패거리들이 그 난리를 피우는 것이니 흔들림 없이 검찰 개혁을 잘 안착시키는 것만이 저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응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찰 개혁 후속 입법 작업에서 2개의 대통령령, 즉 '수사 준칙'과 '검사 직접 수사 개시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 우선 시급한 과제였다. 검찰의 수사 범위 축소에 따른 조직·인력의 축소도 중요한 과제였다. '검사 직접 수사 개시 규정' 제정 및 검찰의 조직·인력의 축소 과제는 민정수석실이 법무부와 협의를 통해 논의를 이어갔다. '수사 준칙'의 경우 경찰과 검찰에 다 같이 적용되는 문제라 후속 입법 논의 테이블에 검경 및 민정수석실과 총리실이 참여하였다. 나는 이 단위 논의의 총괄역을 맡았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 행안부 파견관 경찰관들은 거의 모든 쟁점에서 팽팽하게 대립했다.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인식 차이
난제로 꼽히는 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문제의 핵심에 경찰과 검찰,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의 본질과 주체를 둘러싼 오래된 인식 차가 있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수사권 개혁이 수사·기소의 단계적 분리라는 점도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이유로 작용했다. 양측 모두 아전인수격으로 개정법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목만 원용하였다.
우선 법무부는 수사는 본디 검사의 일이고, 따라서 수사의 주재자는 검사이고, 사법경찰은 수사의 보조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따라서 사법경찰이 검사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것은 검찰에게 당연한 결론이었다. 법무부는 검경 간 상호협력관계(형사소송법 제195조)에 대하여는 대놓고 반대는 하지 않았다(이들이 법무부 소속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대검 및 각급 단위 검사들은 이 조항에 대하여 분통을 터뜨렸다고 들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검사의 수사권 조항이 있고, 경찰의 수사권은 그 다음인 제197조에 나온다는 점을 들어 검사의 수사권이 우월하고 본질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경찰은 정반대였다. 수사는 경찰의 일이었다. 검사는 수사 결과를 가지고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확고한 인식이었다.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고, 검찰 수사 개시 범위가 6대 범죄로 축소된 데다가 향후 수사권 조항이 폐지될 것이고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부여된 만큼, 검찰은 수사 기관이 아니고, 기소 기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4자(법무·행안부, 국무총리실, 청와대)가 머리를 맞댔다. 나는 법무부와 행안부에, 치열하게 토론하되, 타결이 안 되는 것은 청와대 뜻을 따라달라고 미리 당부했다. 그럼에도 법무부와 행안부가 끝까지 자기 뜻을 꺾지 않은 주제들이 몇 가지 있었다. ① 수사준칙의 관할 문제(법무부 : 단독 관할 주장 vs. 행안부 : 공동 관할 주장), ② 수사준칙 유권해석 및 개정 문제(법무부 : 법무부 주관 주장 vs. 행안부 : 공동 합의 주장), ③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송치 문제(법무부 : 검찰 송치 필요 vs. 행안부 : 검찰 송치 불요 주장) 등등이었다.
법무부 검찰국장, 행안부 파견관 등 실무선에서 도저히 타결되지 않는 쟁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2020년 7월 경 김조원 당시 민정수석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진영 행안부 장관과 마주 앉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법무부는 기존 주장을 계속 유지하였고, 그리하여 합일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하였다. 이후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법무부는 민주당의 의견조차 수용을 거부하였다. 결국 법무부 의견이 모두 관철되었다. 법무부의 태도가 여러모로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어쩌랴?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었다. 수사 역량의 측면에서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달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9.21
연합뉴스
한편,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개헌선에 조금 못 미치는 180석을 얻어 적어도 더는 여러 정당 연합에 의한 패스트 트랙 방식의 입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입법 환경을 마련하게 되었다. 개혁 입법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권력기관 개혁 입법에 박차를 가하였다. 2020년 9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는 당정청이 1) 앞서 입법된 검찰개혁법의 시행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2) 남은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과제들에 대한 향후 입법전략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점이었다. 이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법과 국가정보원법, 두 개의 큰 입법 과제에 대하여 입법을 위한 전략을 세워 줄 것을 당부하였다. 이에 따라 국정원법과 경찰 관계 법령의 개정을 통한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완성이 당정청의 목표로 공표되었다.
나는 국정원, 경찰청 및 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국정원법 개정안과 경찰 관계 법령의 개정안 등을 성안하고, 당정청 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짓는 실무 총괄역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그해 12월 9일에 국가수사본부 신설 및 자치경찰제에 관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을 위한 법률', '경찰공무원법' 각 개정안이, 12월 13일에 대공수사권 폐지 및 국정원의 국내 보안 정보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로써 검찰, 경찰, 국정원 개혁에 관하여 문재인 정부가 목표한 제도 개혁 방안은 모두 국회를 통과하였다.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조국 사태 이래 백재영 수사관의 희생 등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맞이한 소중한 결실이었다. 깊은 감격과 소회를 느꼈다.
국정원법 개정이 만든 효과
지금에 와서 회고해 보면,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먼저, 다른 법률들도 그렇지만 특히 국정원에 대공수사권(다만, 시행시기는 2024. 1.로 3년 유예)과 국내 보안 정보 직무가 삭제되어 순수 정보 기관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은 중요한 개혁 성과였다. 국정원법 개정 이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하여 공작을 일삼거나 대공수사권 가지고 농간을 벌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거니와 2024년 12월 3일 벌어진 윤석열의 내란 망동에서 국정원의 개입·관여를 차단할 수 있었던 결정적 기반이 되었다. 개정법안의 문구 하나하나를 놓고 고심하여 성안한 나로서는 큰 보람을 느낀다.
▲청문회 나온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2025-01-22
남소연
반면, 자치경찰제에 대하여는 깊은 아쉬움이 있다. 당시 나는 적어도 광역 단위는 각 시도에 속하는 자치경찰조직(가령, 서울시 자치경찰본부)이 별도로 구성되고, 여기에 국가경찰의 자치사무 조직과 인력이 이관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광역단위 2원화 방안).
그러나 최종 입법안에 담긴 자치경찰제는 각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외에는 자치경찰로의 조직·인력 이관이 전혀 없이 국가경찰 내 사무 분담과 지휘 체계만을 분리하는 것으로 내용이 성안되었다. 당시 코로나 상황에서 불가피했다고도 생각이 들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 202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현행 자치경찰제를 엄밀하게 평가하여 이원화 방안의 도입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아닌가 한다. 국가수사본부에 대하여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다음 회에 이어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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