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0 14:33최종 업데이트 26.02.2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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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정민


"이건 불가피한 미래가 아닙니다. 선택입니다."

무대에 선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았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이날 '누구를 위한 AI 인가'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맡았다. 앞서 진행된 김민석 국무총리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기조 연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그의 발제는 곧장 '불편한 현실'로 이어졌다.

그는 과거 사진을 한 장 띄워놓고, 지난 2011년 스탠포드대학 재학 시절 친구기도 했던 인스타그램 창업자와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이미 수많은 시민들의 일상이 된 소셜미디어(SNS)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당시에는 단순한 '기술 공포증' 수준이었다는 것. 그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분노를 유발하는 알고리즘과 중독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 외로움에 따른 정신건강 위기와 양극화까지... 해리스 대표는 "피할 수 있었던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해리스 대표는 기술의 '가능성(possible)'과 '개연성(probable)'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는 모두에게 목소리를 주고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광고와 참여도 극대화라는 인센티브 구조 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은 중독, 과잉 자극, 정치적 분열이었다. 그는 "우리는 무엇이 가능한지에만 집중했다"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NS의 경고... AI는 모든 기술 합친 것보다 더 강력"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정민

그의 연설은 곧장 AI로 이었다. "AI는 단순 기술이 아니다"면서 "AI는 모든 다른 기술을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어 생명공학과 로켓공학, 에너지 기술 등을 언급하면서 "생명공학의 발전이 곧 로켓공학의 발전을 뜻하지는 않지만, 지능의 발전은 모든 과학기술을 가속화한다"고 했다. 해리스는 곧장 "AI는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 국가"라고 비유했다. 잠도 자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으며, 초인적 속도로 일하는 수백만 명의 디지털 천재들이 모여있다고 했다.

해리스 대표는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50여 명의 과학자는 핵폭탄을 만들었다"면서 "그 수천 배의 지능을 가진 AI는 60년만에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고, 배터리를 만들고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를 "AI 유토피아(천국 시나리오)"라고 했다.

문제는 AI 힘을 어떻게 나누고 쓰여지느냐다. 그는 AI를 다루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길을 설명했다. 하나는 '렛잇립(Let it rip, 분산)'이다. 기술을 전면 개방해 모두가 쓰도록 하는 길이다. 모든 국가와 개인 자유롭게 접근해 쓸 수 있는데, 동시에 딥페이크와 사이버 공격, 생물학 무기 설계 같은 위험성과 혼란도 커진다.

"혼란과 독점 사이 다른 길을 찾아야... 책임과 지혜 필요"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정민

또 다른 하나는 '록잇다운(Lock it down, 독점과 중앙통제)'이다. 소수 기업과 정부가 통제하거나 독점하는 길이다. 혼란은 줄어들지 몰라도, 감시와 권력 집중이라는 디스토피아가 기다린다. 해리스 대표는 "혼란과 독점 사이의 좁은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힘이 분산되든 집중되든, 반드시 책임과 지혜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표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AI가 스스로 종료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스스로 코드를 복사하려는 시도를 했다"며 "이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고 실제 실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강력하면서도 불투명한 기술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 경쟁 속에 밀어 넣고 있다"면서 "안전보다 시장 점유율을 우선시하면서 앞다퉈 (AI 기술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표는 이를 두고 "광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는 "개발자들이 '어차피 누군가는 만들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무대 위에 '브레이크 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자동차 사진'을 띄웠다. 해리스 대표는 "현재 우리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브레이크 없는 차를 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다른 길'을 선택하기 위해, 현재 위험하다는 공통된 인식과 좀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 사이의 핵실험 금지 조약을 비롯해 오존층 보호를 위한 몬트리올 협약 등의 예를 들어가면서, '다른 좁은길'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AI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AI 미래는 불가피한 기술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

트리스탄 해리스,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담'실리콘밸리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 인간중심기술센터(Center for Humane Technology)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가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 종합토론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왼쪽 뒷모습)와 대담하고 있다.남소연

마지막으로 그는 AI를 두고 "인류의 궁극적인 시험이자, 성숙을 위한 초대장이다"고 했다. 가장 성숙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유토피아도, 혼란도 야기할 수 있지만 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해리스 대표는 "AI 미래는 예정된, 불가피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그의 기조 연설에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짧은 좌담도 이어졌다. '인간다움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던 김 총리는 해리스 대표에게 아시아 방문 첫 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부터 한국 시민사회와 정당, 언론 등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어 고용노동부와 청년 문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를 AI를 통해 준비중이라면서, 향후 한국 정부의 AI 정책 고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해리스 대표는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교육과 기술 보급률이 높고, AI 공급망 구축에 매우 중요한 나라"라며 "AI의 좋고 나쁨을 떠나 기업간, 국가간 경쟁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정부의 AI 고문 역할을 수락하면서 "초지능적인 데이터센터가 인간을 제어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총리와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김민석 국무총리와 트리스탄 해리스 인간 중심 기술센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창간 26주년 기념 글로벌 오마이포럼 2026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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