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19 19:23최종 업데이트 26.02.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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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연합뉴스

윤석열이 또다시 윤석열을 파멸시켰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에 이어 사법부의 형사재판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말은 강력한 증거가 됐다.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노상원 수첩' 등이 불법 계엄을 모의한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다른 증거들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공직자 출신 고령의 초범'이더라도 내란우두머리 혐의가 인정된 피고인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초반부터 윤석열씨의 완패였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시작한 지 12분 만에 '내란죄 수사와 공소 제기는 모두 정당했다'고 결론내렸다. 사실관계 인정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간 법정에서 첨예하게 다퉈진 쟁점 대부분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승리였다. 지 부장판사는 여러 차례 "핵심은 (피고인이)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윤씨가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 체포해 국회 활동을 상당기간 저지 또는 마비시키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자백, 또 자백... 넘쳐난 증거들

핵심 증거는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윤씨가 직접 읽었던 대국민 담화문이었다. 재판부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증거나 대국민 담화나 포고령의 내용을 합쳐보면, (피고인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회가 무리한 탄핵소추 시도, 일방적인 예산 삭감 시도 등 대통령과 정부의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점차 이런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자백'이라는 얘기였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피고인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을 공고해서 군을 국회, 선관위에 투입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이 법원이 파악한 사실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피고인 윤석열이 이러한 행동을 한 목적은, 국회로 군대를 보내서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국회의장, 여당과 야당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함으로써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토의를 하거나 의결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 즉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서 국회가 상당기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문에 명시적으로 '반국가세력인 국회', 또 '척결'이라는 등의 표현이 있다. 포고령에는 아예 '국회 활동을 금지한다'거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 또 '이를 어길 시 처벌한다'는 등의 표현이 명확하게 있다"며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그 자체로 뚜렷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윤씨 등이 군 투입 계획만 있고, 철수 계획은 없었던 만큼 "결국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기간이 상당기간임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보기에도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계엄의 발단을 "적어도 2024년 12월 1일 무렵에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라고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에 부합"한다고 결론내렸다. '윤석열은 장기독재를 위해 2023년 10월경부터 계엄을 준비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자택에서 입수한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했던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 관저 등에서 벌어진 술자리도 '모의'로 인정되지 않았다.

"검사는 피고인 윤석열이 2024년 12월경이 아니라 약 1년 전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회를 제압하여 이른바 장기독재를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내외적 여건을 구성하고, 그게 여의치 않게 되자 궁지에 몰려 이 사건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그러한 경위 및 과정을 인정할 증거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 등은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들은 실제 이뤄진 사실과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으며 모양, 형상, 필기의 형태, 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 보관 방법 등에 비춰 보더라도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 담겨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피고인 윤석열이 피고인 김용현과 함께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등과 함께 한 여러 차례의 식사 자리에서 말한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어떠한 의도나 구상, 계획 등을 내비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오히려 단순한 불만이나 격정을 토로하거나 하소연, 답답함 등을 내비친 것으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또 이 사건 비상계엄 후 이뤄진 각종 조치를 보면, 장기간 마음을 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계획 등에 관해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 같은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유죄의 증거는 넘쳐난다고 봤다. 노상원 수첩만이 아니라, 내란죄 수사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집한 증거를 제외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못 박았다.

권력자의 패착

윤석열씨에 대한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가 열린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앞 교대역 부근에서 열린 윤석열 지지자들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무기징역 선고 생중계를 지켜 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권우성

지 부장판사는 법리를 살펴봐도, 윤석열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군을 동원해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켰다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운영했다'며 참수된 영국의 찰스 1세 사례를 언급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판례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친위쿠데타를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군을 동원해 강제로 의회를 해산시키거나 의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라고 했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윤씨 쪽 주장도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지 부장판사는 "'형식적,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비상계엄 권한 행사가 내란죄가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면서도 "비상계엄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즉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행정, 사법의 본질적 기능 침해를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이라면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게 된 목적은 정부의 발목을 잡아 반국가세력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국회에 대한 국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계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하에 이뤄진 이 사건 비상계엄은 내란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의 판단으로는, 이는 어떤 일을 행한 동기나 이유, 명분을 그 목적을 혼동하여 하는 주장이다.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한 것은 그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기나 이유, 명분에 불과하지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동기나 이유 때문에 피고인 윤석열, 피고인 김용현은 '군대를 보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국회의 활동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비상계엄, 병력 출동 및 국회 봉쇄 시도 등의 행위에 나아간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명백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성경을 믿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

결국 실패한 법기술

재판부는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며 내란죄 구성요건 중 '폭동'이 없다던 윤씨 쪽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과 출판 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파업 중이던 의료인 등의 복귀를 강제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이들을 '처단'의 대상으로 삼은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공고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까닭이었다. 지 부장판사는 좁게 보더라도 국회, 선관위가 있는 지역의 평온은 깨졌다고 했다.

"이 사건 계엄 선포 후 계엄군은 단독 군장 등을 갖추고 개인화기를 소지하여 다수의 병력으로 버스 등을 이용해 국회로 출동하였고 경찰은 국회 외곽에서 각 국회 출입문을 맡아 국회 외부에서 내부로의 진입을 전면 차단했다. 계엄군의 국회 침투 과정에서 국회의사당 안과 밖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기물이 파손되었으며 계엄군을 저지하는 국회 방호직원들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국회 진입을 차단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대치 상황이 계속되었고, 국회의원들은 월담하여 국회 경내로 진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일부 국회의원은 계엄 해제 요구 의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과정은 언론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투 및 통제 시도 활동은 대한민국 전역,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와 선관위 등이 위치한 서울과 수도권 등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지 부장판사는 재차 "결론적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 사건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란죄에서 말하는) 폭동이란 최광의(廣義)의 폭행이나 협박"이라며 "군이 무장해서 국회로 출동하는 자체, 헬기 등을 타거나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하는 자체, 그 안에 있는 관리자 등과 몸싸움하는 자체, 심지어 체포를 위해서 장구를 갖추고 다수가 차량을 이용해서 국회로 출동한 행위 자체 등 대부분의 행위가 모두 폭동에 포섭된다"고 정리했다.

'무기징역'이라는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65분. 내내 경직된 표정으로 앉아있던 윤씨는 오랜 지인 김홍일 변호사를 보면서 애써 웃는 모습이었다. 방청석 속 지지자들이 "대통령님 힘내세요!", "윤어게인"이라고 외쳤지만, 수인번호 '3617'는 말없이 구치소로 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가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 뒤 법원을 떠나 구치소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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