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피고인들, 모두 자리에서 잠깐만 일어나달라."
19일 오후 4시 1분, 약 1시간 동안 12.3 비상계엄의 내란죄 성립 이유를 설명해가던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가 말했다. 좀처럼 눈도 감지 못하고, 입술만 굳게 다물고 있던 윤석열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마 재판부를 보기 어렵다는 듯, 그저 멍하니 앞만 바라보다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눈, 코, 뺨, 입술 모든 근육이 굳어 있었다.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이날 재판부는 윤씨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적어도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논의했다'며 그 핵심 증거로 '노상원 수첩'을 제시한 내란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12.3 비상계엄은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켜 헌법질서를 파괴하려고 했던 명백한 내란죄라고 선언했다. 법정에 들어선 직후 윤갑근 변호사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윤석열씨의 얼굴에서는 이미 여유가 사라져있었다. 고개를 떨구지는 않았지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먼저 윤석열씨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유죄로 판단한 피고인 6명에게 공통으로 해당하는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선고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형법은 내란죄가 위험범임에도 상당히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높은 형을 규정하는 범죄가 대부분 어떤 결과, 예를 들면 살인 등의 어떤 결과를 낳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만 그와 같은 규정을 하고 있는 데 반해서 내란죄에 대해서는 특이하게도 어떠한 위험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은 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 이러한 일반적인 사정 이외에도 이 사건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대외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한의 대립상태를 겪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렀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속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이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들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서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됐다. 법적인 책임도 져야 된다. 상관 지시의 적법성,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됐다.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 형법상 죄를 물을 수는 있지만, 피고인들께서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하였던 이유 때문에 이미 일부는 구속되어 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고, 무난하게 군생활이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에 있어서도 이 법원은 피고인들의 일반적인 양형사유로 참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지 부장판사가 "개별적 양형사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며 "먼저 윤석열 피고인에 대해서"라고 했다.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범행에 관여시켰다. 비상계엄으로 인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피고인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별다른 사정 없이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인다.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다."
그리고 결론은, 무기징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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