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 단지
삼성전자 유튜브
교육부는 2025년 12월 업무보고에서 거점국립대에 5년간 4조 원 이상을 집중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2026년에는 3개 거점국립대에 5극 3 특 성장엔진 분야와 연계하여 세계적 수준의 연구대학을 육성하겠다고 하였다. 그동안 다소 모호했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5극3특 성장엔진과 연계한 거점국립대의 특성화 분야 연구대학(국가대표 단과대학) 육성 중심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과연 정부의 집중 지원을 통해 거점국립대의 특성화 단과대학이 서울대 단과대학이나 카이스트, 광주·대구경북 과기원 수준으로 역량이 강화되면, 지역인재양성 생태계(고등교육 양성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5극 3 특의 성장 엔진이 지역에 장착될 수 있을까?
지역 인재 생태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성장 엔진인 전략 산업과 대학 교육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야 한다.
현재 가장 핫한 산업은 반도체이다. 한국 산업의 성장과 수출을 끌고 가는 원톱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인 팹(Fab) 1개를 24시간 3교대로 원활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는 약 5,000명 내외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도체 설계 및 첨단미세공정을 위한 석사 이상의 고기술 인력이 10~15%를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인력은 공정장비 엔지니어(주로 학부졸업생)와 반도체 장비운용을 위한 테크니션(오퍼레이터, 전문학사 또는 고졸 인력)이 차지한다. 5극3특의 어느 지역이 반도체를 성장엔진으로 하여 지역인재 생태계를 만들어간다면, 서울대 반도체학과 수준의 고기술 인력만 양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 폭발적 성장이 전망되는 산업이 로봇이다. 로봇은 대표적인 시스템형 융복합산업이다. 로봇의 두뇌를 위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감속기, 액추에이터와 같은 핵심부품, 경량특수 소재, 수많은 소재부품, 배터리 등 자동차에 준하는 공급망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만큼 로봇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력, 다양한 기술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다.
5극 3 특의 성장엔진은 인공지능, 로봇,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우주항공 등 성장전망이 밝은 첨단기술산업 중심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제권역 간 중복을 방지하고 특성화하기 위해서는 뾰족하게 돌출된 좁은 분야를 중심으로 선정될 것이다.
5극3특의 성장엔진은 바다 위에 드러난 빙산과 같다. 바다 밑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연관 기술(기초기술, 연관 응용기술, 부품소재기술)과 산업분야(가치사슬연계 산업)가 있고, 이를 수행하는 기업과 인력이 존재한다.
5극3특 성장엔진은 특성화분야를 중심으로 한 그 자체 하나의 기술-산업 생태계이다. 성장엔진의 돌출된 부분만 보고, 그에 맞는 대표 단과대에 투자를 집중해서 서울대 수준이 된다 한들 지역인재양성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첫째, 5극3특 성장엔진과 관련된 분야는 거점국립대-대표단과대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성화분야 첨단기술인력(석사이상 연구중심대학)-일반기술인력(국공립대, 사립대, 전문대)을 양성하는 다층적 대학 포트폴리오에 대해 투자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미 3년 차에 접어든 라이즈체계(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 30 사업에서 이러한 방식을 일부 추진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고 분절적이다. 지역 성장엔진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를 발굴하고, 대학들 간의 역할 분담 체계를 구축하여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둘째,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기존의 17개 광역시도 단위의 대학 지원 사업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5극3특 초광역 중심으로 거점국립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표를 두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초광역 라이즈 체계의 핵심 사업으로 삼는 것이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광주시의 전남대학이 여수광양권의 화공인력 양성에 전문화하고, 부산시의 부산대학이 경남지역 기계공학 인력양성을 담당하며, 대구의 경북대학이 구미 전자공학 인력을 양성하였던 것을 상기해 보자. 이러한 초광역 인재양성 체계가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30년간 광역시도 행정구역 단위로 분절되었던 것을 다시 복원하는 의미이다.
셋째, 지역 국립대학은 국립대학만이 할 수 있는 교육, 국가적으로 필요하지만 사립대학은 꺼리는 분야의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지역인재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축은 바로 인문학과 기초과학분야와 같은 기초학문이다. 현재 지역대학들은 취업률 지표와 재정 효율성에 밀려 철학, 사학, 어문학, 물리학, 수학 등 기초학문 분야 학과들을 통폐합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지방대학에서만 500여 개의 학과가 사라졌으며, 그 대부분이 인문·사회 및 기초과학 분야였다.
인간지능을 뛰어넘는 AGI(인공일반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사유 능력 그리고 공학의 뿌리가 되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취업 잘되는 학과, 돈 되는 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학협력은 사립대학들이 열심히 하도록 하고, 국립대학은 취업도 안되고 돈도 안되지만 인류에게 필요한 학문을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연구하는 교수와 연구자, 학생들을 키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의 중요한 또 다른 한 축은 국립대학을 기초학문의 보루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김영수원장
포럼 사의재
*필자소개 : 김영수 (사)중소기업정책개발원 원장 / 전 산업연구원 부원장. 김영수는 산업연구원에서 산업정책, 지역산업 육성,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지금은 (사)중소기업정책개발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부의 라이즈위원회, 글로컬대학위원회, 교육발전특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의 인재양성과 지역산업과의 협력체계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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