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2024년 12월 14일, '법과 질서를 위한: 좌익 극단주의와 정치적 동기의 폭력에 반대한다'는 슬로건 아래 열린 집회에서 우익 시위대가 손짓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극우는 크게 세 가지 동인을 통해 세력을 확장한다. 우선 다원주의에 반발하며 '시끄러운 반혁명'이라는 이름의 구호를 통해 집단행동을 부추긴다. 둘째는 음모론의 확산이다. 엘리트 집단에서 독일인을 멸종시키기 위해 외부인을 들여오고 있다는 피해망상적 서사가 공포를 조장한다. 셋째는 경제적 소외감과 세계화에 대한 불안이다. 특히 교육 수준이 낮고 경제적 미래가 불투명한 계층이 이러한 선동에 쉽게 노출된다. 구동독 지역에서는 우리는 2급 국민이라는 자괴감을 퍼뜨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독일 정부는 극단주의 예방을 위해 3단계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하고 있다. 1단계는 일반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계몽 프로그램이다. 2단계는 위험군을 포착하여 조기에 개입하는 전략이며 3단계에서는 이미 오염된 극우를 회유하여 탈퇴를 유도한다. 헌법 수호청에서 주도하고 있는 '우익 극단주의 탈퇴 프로그램'은 꽤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서 탈퇴할 때, 다른 쪽에서는 신규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 '이념교육 프로그램'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 특히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경제적 문제와 높은 이민자 수로 인한 불안감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치솟고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있다. 정치가들이 구사하는 추상적인 고급 언어도 반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AfD는 단순한 언어를 구사한다. 국가적 체면이나 국제적 위신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난민 문제를 거침없이 내뱉는 직설법은 단순한 서민들의 발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내뱉는 약속은 지킬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품은 독재의 야심을 추종자들도 짐작하고는 있으나 문제 삼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매우 단순하다. 극우의 구성원은 결국 지배하려는 소수와 지배당해도 좋다는 다수로 나뉜다. "차라리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속 편하다.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된다"라는 사람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다수가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내주고 생계의 안정을 사겠다고 할 만큼 절박한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적 안정과 부를 자랑하던 독일에서 과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예측과 억측이 난무하지만 속시원한 해답은 아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희망이 있다면, 독일은 나치 이후에 다차원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일당 독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AfD의 지지율이 과반수가 되지 않는 한 그들이 정부를 수립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AfD와의 연합을 원하는 당 역시 없다.
괴물 집단의 탄생... 퇴치 방법은?
지난해 봄, 특정 기독교 집단이 서울 덕수궁 앞 광장에 모여 행인들의 고막을 찢을 만큼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은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가고 있는 방향은 짐작이 간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예언한 대로 – 자본이 결국 지구를 다 집어삼키고 폐허만 남길 – 바로 그 상태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미래라면 미래다. 하지만 살고 싶은 미래는 결코 아니다.
우리는 경제 부흥을 위해 자본주의라는 좀비를 풀어놓았고 그 결과로 탄생한 거대한 괴물 집단이 지금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까. '데몬 헌터스의 노래로 혼문 안에 가둘 수 있다면'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염원 외에는 복안이 떠 오르지 않는다.
한편, 처음부터 통제해 왔던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역시 한계에 부딪힌 것처럼 보인다. 비대해진 행정, 고령화와 에너지 위기 등에 직면하여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절실하지만 정치가들은 감히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유권자의 회복탄력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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