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6. 그렇다면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겁니다. 국가는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짓고, 형해화된 종합부동산세는 없애고(이미 빠져나갈 사람들은 대부분 다 빠져나갔습니다),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한 뒤 실효세율을 점진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되도록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다시 정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가지입니다. ▲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는 것. ▲ 그리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고가의 1가구 1주택의 재산세율도 OECD 선진국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맞춰가는 겁니다.
강한 저항이 있을 겁니다. 특히 30억 원 이상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한 강남 3구 지역의 1가구 1주택자들의 저항이 크겠지요. 그들의 투표권,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두려울 겁니다.
게다가 이들이 내세울 논리… "오랫동안 살아온 곳인데 그냥 집가격이 오른 것뿐이다, 난 투기하지 않았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등의 반응"은 나름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라는 것이고, 여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재산세 제도의 핵심인 제안 13호(proposition 13)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법은 세금을 시장가격(market value)이 아닌 취득가액(acquisition value) 기준으로 매기는 게 핵심입니다.
집을 살 당시의 가격이 기준 가격이 됩니다. 예를 들어 1997년에 15만 달러에 집을 샀다면, 국세청은 이 15만 달러를 기준으로 1%의 기본 세율을 적용합니다. 물가상승률 정도를 반영해 기준 가격이 올라가지만, 집이 팔려서 집 소유주가 바뀌지 않는 한 기준가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니까 반포 주공 아파트를 35년 전 9000만 원에 샀던 할아버지는 재산세를 오히려 지금보다 덜 내면서 살 수 있게 되고, 이 아파트를 50억 원에 산 새 집주인은 50억 원이라는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를 내게 된다는 것이지요.
합리적입니다. 원래 집은 소득이랑 연동되잖아요. 우리가 주택가격이 비싼지, 적정한지를 따져보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준도 주택가격대비소득(PIR)의 배율입니다. 연 소득에 비해 집 가격이 30배라면 30년 치의 연봉을 모아야 집을 산다는 말이니까, 소득이 높아서 고가의 주택을 샀다면 당연히 세금도 더 낼 수 있다는 말이 성립됩니다.
반대로 35년 전에 9000만 원짜리 집을 샀고, 그동안 폭등한 자산의 가격과 내 소득은 상관이 없을 수 있으니 그만큼 과거의 기준대로 세금을 낮춰 받는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기준 가격을 각자의 소득 형편에 따라 정하면, 이 기준 가격에 따라 상속세도 달라지게 되니까요. 상속세에 대한 저항도 덜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한 주택에 산 게 무슨 죄냐며 저항하는 장노년층 부자들과, 이를 부추기는 한국 언론의 공격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지요.
더군다나 30년 전 구축 재건축용 아파트를 50억 원에 사서, 앞으로는 50억 원의 재산세를 내야 할 부자들은 미래의 재산세를 감안해서 주택을 구매하게 되니 일정 수준 집값을 잡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이 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취득가액이 필요한데요, 한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주택 실거래가를 신고하는 제도가 도입됐고, 이전에는 이른바 '다운계약서'가 수십 년 동안 횡행했던지라, 정부는 2006년 이후 거래가 되지 않은 주택들에 대한 취득가액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7.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국가가 수십 년 동안 몰빵한 한 지역의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버렸습니다.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한정됐기 때문이죠. 강남이라는 땅은 한정돼 있습니다. 더 넓힐 수 없습니다.
거기에서 갖가지 부정부패가 횡행했고 이제는 합법적 부조리가 판을 칩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온갖 특혜가 집중됐지만, 그 과실에 대한 정당한 대가(재산세)를 내라고 하면 사회주의냐고 저항합니다.
미국에서도 세금이 가장 낮다는 텍사스주의 오스틴 시청과 차로 불과 1.8킬로미터 떨어진 2019년도 신축 방 3개, 화장실 3개짜리 아파트 가격은 2023년 최고점일 때 우리돈으로 약 31억 원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23억 원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2023년 재산세 산정기초는 23억 원 정도였고, 재산세는 4286만 원이었습니다. 아파트가가 내려간 지금도 1년에 재산세를 3500만 원 정도는 내야 합니다. 우리와 비교해 보십시오.
그렇다고 우리도 재산세를 저만큼 단박에 확 올릴 수는 없지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운동장을 넓게 쓸수록 축구 경기는 박진감이 나지요. 골 넣을 확률도 높아집니다. 안 그래도 좁은 영토, 한정된 땅에서 모든 국민이 서울 아파트에만 집착하도록 해선 안 됩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성장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가구가 집을 소유하는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자가점유율이 100%에 가까운 나라들은 오히려 구소련 공산주의 국가들입니다. 형식적으로 소유권은 없지만 주거의 걱정도 거의 없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비슷합니다.
그런 미국도 1945년 2차세계대전 직후 자가주택 보유율이 40% 수준이었다가, 전후 엄청난 성장률 덕에 70년대에는 60%까지 치솟았지만, 2025년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62% 수준입니다. 20년 만에 20%포인트 올랐던 자가보유율이 50년이 지나도록 2%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은 겁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자가주택 보유율도 딱 저 수준, 60%대 초반에 멈춰 섰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빈부격차로, 자산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 때문에 더 이상 자가주택을 살 사람들도 희소해졌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결과입니다. 우리도 그 길로 가고 있었습니다. 즉, 아무리 공급을 해도 자가 보유율은 앞으로 크게 상승하지 못합니다. 이런 빈부격차가 계속되는 한. 이런 우쭈쭈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건 무모한 짓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회적 관성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 바퀴가 달린 자동차도 방향을 돌리려면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속도를 줄여야 안전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모두가 안전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그 첫 번째가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재산세의 실효세율을 현실화하는 겁니다. 점진적으로. 그러나 일관되고 단호하게.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서울에 사는 우리의 아이들은 양가의 부모로부터 서울의 집을 각각 1채씩 두 채를 상속받아 다주택자가 되는 상위 10%와 집 걱정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아이 낳을 생각도 못 하는 나머지 90%로 나뉘게 될 겁니다. 그런 사회가 행복할까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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