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3. 1989년 제가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실제로 제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했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지내셨던 두 분의 재테크 경험담을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한 분은 산이 좋아서 강북의 큰 산 밑에 대형 평수 아파트를 사서 만족하면서 사시고, 또 다른 한 분은 서초구 예술의전당 옆에 아파트를 샀어요. 두 분 다 사회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셨지만 재산 차이는 상당히 났지요.
게다가 강남을 선택해 서초구 예술의전당 아파트에 오랫동안 사셨던 리서치센터장은 상승기에는 해당 아파트를 소유했다가, 2010년대 한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가가 하락기로 들어서기 전에는 그 아파트를 팔고 그 단지에서 전세로 살았다가, 다시 시세가 오를 것 같으니까 자신이 살던 평형대의 아파트를 다시 매입했습니다. 이렇게 20여 년 동안 1가구 1주택으로 합법적으로 양도세 절세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도 거둘 수 있었지요.
4. 무엇보다 국가가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에 몰빵투자 한 결과였습니다.
그 흐름에 올라탄 개인은 자산을 크게 늘려 갈 수 있었습니다. 도로가 신설되고 학교, 법원, 병원, 국립중앙도서관까지 강남으로 옮겨 왔습니다. 중상류층 이상들이 밀집해 사니 기업들도 강남에 둥지를 틀었지요. 강남은 한국 최초의 신도시였고, 한국 최초의 신도시에서 실거주한 사람들은 국가가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에 몰빵 투자한 과실을 누렸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왜 강남 개발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저도 이틀에 걸쳐서 인터뷰했던 고 손정목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의 책 <서울 도시 계획 이야기>에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미등기전매를 통해 하루에도 십여 차례 개발 예정지를 반복적으로 사고팔고, 그렇게 시세 차익을 올린 돈 일부는 당시의 여당 총선용 정치자금으로 들어가고, 그런 불법행위를 아예 청와대 경호실장이 서울시 과장에게 시키고, 마치 왕이 신하에게 땅을 하사하듯 당시 공화당 의장은 토지 구획 잘 되어 개발된 강남땅 수천 평을 받아 챙겼습니다.
국가에서 빌린 차관으로 건설한 아파트의 특별 분양은 군인과 공무원들이 먼저 차지하고, 기자협회는 강남 수서 쪽 부지에 협회 소속 언론사 기자들용 아파트 용지를 특혜 불하받고, 공사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대놓고 기자들이 서울시와 건교부에 민원을 넣어 해결하고, 그걸 잘했다고 버젓이 기자협회보에 기록해 놓고,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은 반포의 아파트 한 동을 아예 통째로 분양받기도 했습니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졌던 일들입니다.
밖에서는 이른바 넥타이부대들까지 거리로 나서 대통령 직선제, 호헌 철폐를 외칠 때인 1980년 후반까지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그런 방식으로 굴러갔습니다. 자본주의가 아니었죠. 이른바 제3세계에서나 횡행할 법한 담합, 유착, 투기, 부정부패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습니다.
5-1. 그러나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오늘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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