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13 10:56최종 업데이트 26.02.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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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는 지난 2월 3일,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 헌법불합치 결정(2031~2049년 중장기 감축목표 부재)에 따른 후속 조치이다.국회의원 위성곤

지난 3일, 국회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고 장기 탄소중립 감축경로 설정을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2030년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만을 정할 뿐 그 사이 기간 동안에 대해 목표를 전혀 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 '장기감축경로'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감축 부담을 미래로 미루게 되고, 결국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31~2049년 기간 동안의 감축경로를 법률로 정해야 하고, 이번 공론조사는 개선입법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이 점에서 이번 공론화는 기존에 진행된 신고리 5, 6호기나 국민연금 개혁 공론화와 성격이 다르다. 찬반이 열려 있는 의제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명확하게 제시된 방향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론화의 절차와 내용이 철저하게 헌법불합치 결정의 요구사항을 기초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번 공론화는 달라야… 미래세대에도 참여 기회를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제의 설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①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기초하여 ② 전지구적인 감축노력에서 대한민국이 마땅히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고 ③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기준을 충족하는 감축목표, 감축경로가 어떤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사법부가 아닌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의 몫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것이 이번 공론화가 다루어야 할 숙의 의제다.

이 의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방 안의 코끼리'다. 이제까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면서 당해 목표가 어느 정도 수준의 온도 상승을 야기하는지를 국민에게 제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신 감축에 필요한 비용과 부담을 우려하는 산업계와 줄다리기하듯 '현실적 수준'을 정하는 논의만을 반복해 왔다. 아파서 약을 먹는데 병에 맞는 약인지, 약효가 있는지는 묻지도 않고 쓴맛인지 단맛인지만 따진 셈이다.

공론화 과정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을 숙의자료 근거로 제공돼야 한다.셔터스톡

이번 공론화는 달라야 한다. 기후변화의 현재 상황, 예상되는 피해, 현재 필요한 감축 수준, 파리협정의 목표와 책임분배 원칙 등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관한 사실을 숙의자료로 제공하고, 이에 기초해서 우리나라의 몫을 도출한 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까지 이 '몫'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분배되는 경로를 그리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 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공론화 설계와 자료 작성에 관한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정부와 산업계, 언론은 '감축의 어려움'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이번 공론화에서 균형 잡힌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감축을 못 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이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기후과학뿐 아니라 인권, 보건, 식량 등 다양한 각도에서 기후위기의 현실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미래세대의 참여이다. 헌법재판소는 미래세대가 민주적 정치과정에 대한 참여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세대가 입법자의 선출이나 입법 절차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보완하는 절차는 이 공론화가 유일하다.

이번 공론화에서는 시민대표단을 단순한 인구 비례가 아니라 미래세대 50%로 구성되어야 한다. 현재 인구 구성에서도 이미 30세 미만의 비중이 26%라는 점, 기후변화에 관한 미래세대의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5~29세 대표단을 전체의 50%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터무니없이 짧은 공론화 기간… 변화의 가능성 만들자

경기도는 지난해 6월 도민 120명을 기후도민총회 회원으로 위촉하는 출범식 행사를 열었다.‘경기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에 따라 구성된 기후위기 대응 숙의공론 기구이다.경기도뉴스포털

현재까지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공론화 기간이다. 현재 국회는 3월 말까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 공론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거 공론화 사례에 비추어도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일뿐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의제의 크기와 중요성에 비출 때 제대로 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애초에 제시한 2026년 2월 28일 입법 시한은 이미 맞추기 어려워졌고,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상 개선입법의 일정보다는 내용이 우선이라는 점이 명백한 이상 무리해서 공론화 절차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공론화는 양날의 칼이다. 제대로 된 공론화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 공동체의 인식과 성숙도를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형식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될 때는 '국민의 뜻'이라는 핑계 뒤에 의사결정자들이 져야 할 책임을 숨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론화는 우리 사회가 국제사회에서 마땅히 져야 할 몫을 미래세대에 미루지 않으면서 해낼 의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을 민주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확인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공론화를 선택한 것은 국회다. '정치 실패'의 재확인이 아닌 변화의 가능성을 만드는 공론화를 요구한다.

윤세종 플랜1.5 정책활동가본인

필자 소개 : 윤세종은 현재 기후환경단체 플랜1.5의 정책활동가입니다. 환경법과 국제분쟁 변호사로 시작해 2019년부터 시민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배출권거래제 개편 등의 주제를 다루었고, 탄소중립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낸 청소년기후소송의 대리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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