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체육센터에 모인 중학교 시절 친구들.
차원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인 C는 "경력이 없는 갓 졸업한 대학생에게 주어진 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라며 "1년 동안 기사 자격증을 두 개나 따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친구는 결국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이집트 원전 사업 현장에까지 파견을 나갔다"라고 밝혔다.
이어 "AI가 우리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내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라며 "부동산과 물가 상승, 그로 인한 심각한 저출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의 주가 상승을 기쁘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매일 터지는 대규모 보안 사고와 유통 담합, 주가조작같이 다른 나라였다면 큰일 났을 법한 사건들도 몇 억 원의 벌금만 내면 금세 잊는 게 우리나라"라며 "청년들은 절망감을 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뿌리부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권도 각성하고 강력한 정책을 과감하게 펼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절망감을 품은 청년들을 극단주의가 파고든다. '네가 힘든 것은 다 OO 때문이고, 따라서 OO을 없애야 한다'는 식이다. 이미 그렇게 전 세계 많은 청년들이 혐오의 늪에 빠지고 있다. 많은 해법이 있지만 결국 정공법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낫게 하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하며 호주 이민을 준비하는 D는 "임금 대비 물가가 이렇게 비싼데, 주식에 투자할 돈이 어디서 나오겠느냐"라며 "최근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 '생필품 담합'에 칼을 빼든 건 잘한 조치"라고 평가했다(관련 기사:
"담합 안 하는 데가 어딨나... 재수 없게 걸렸다" https://omn.kr/2gwu1).
그는 "재작년 교환학생을 다녀와 보니 호주는 최저시급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마트 물가는 한국 대비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도 지금처럼 유통 담합을 제재해 생활비 부담을 줄여준다면, 주식에 투자할 돈이 생기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결국 물가가 문제다. 우리가 대학교 1학년이던 2019년과 비교해도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그때는 만원이면 두 끼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한 끼 식사도 빠듯하다. 3300원에 돈까스를 팔아 '○○3.3'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대학교 앞 식당은 군 전역 후 복학해 보니 이름을 바꾸고 7500원에 돈까스를 팔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곳들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인근 식당들의 돈카츠 가격은 모두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그들만의 축제' 되지 않으려면
▲지난 1월 3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1포인트(0.06%) 오른 5,224.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이 와중에 세대 간 근로소득 격차도 계속 벌어지며 우리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가 될 전망이다. 성장은 멈추고, 분배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주변에서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가 방어를 위해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나와 내 친구들은 대부분 소액이지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시드가 소액이기에 수익도 적다. 어려운 취업, 낮은 임금, 높은 물가로 유의미한 시드머니를 마련하기 어려워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코스피 5000시대 환호성의 이면에는 청년들의 쓴웃음이 있다.
사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층의 삶이 나아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수출이 회복되고 주가도 오르고 있지만 막상 식당에 와서 밥 한 끼 먹어보면 국민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느껴진다"라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직 경제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코스피 5000 시대, 그 성장의 과실이 서민들과 청년들에게도 나눠질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 서민, 청년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코스피 5000이라는 성과도 '그들만의 축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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