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메모장에 출석해서 30분. 소재는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완성은 루틴이 만든다.
오마이뉴스
글의 주요한 밑거름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고백'이다. 말로 꺼내지 못한 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감정들. 그 속에서 자라난 부채감과 감사함을 마주하는 데서 글쓰기는 시작된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오며 제때 정리하지 못한 순간들 또한 제법 고여 있었고, 이를 문장으로 옮기며 묵혀 두었던 마음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었다.
글의 주제를 미리 정해 쓸 때도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짧은 단상이나 사색도 끄적끄적 메모로 남겨둔다. 글쓰기는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매일 한 문장, 두 문장을 메모장 앱에 적어 둔다. 중요한 것은 습관처럼 기록하는 일이다. 씨를 뿌리듯 남겨둔 메모들이 어느 정도 자라나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이 지점부터는 루틴을 적용한다. 이른 아침이든, 오후든, 늦은 저녁이든 상관없다. 하루에 두세 단락 정도를 꾸준히 다듬는다. 다만 가능하다면 점심 이후의 나른한 시간보다는 이른 아침을 권하고 싶다. 세상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 때라 집중이 잘 되고, 머릿속도 비교적 맑아 새로운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글쓰기를 하며 얻은 소소한 발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을 지키기 위해 질리지 않는 것이다. 하루 30분, 단 몇 줄이면 충분하다. 핵심은 매일 메모장 앱을 여는 '출석'에 있다. 그렇게 남긴 문장들이 모여 결국 한 편의 글이 된다. 소재는 우연처럼 찾아오지만, 완성은 루틴이 만든다.
잘 쓰려는 마음은 오히려 글에 힘만 들어가게 한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서툴더라도 솔직한 문장이 훨씬 담백하다. 물론 적확한 뜻을 찾기 위한 집요함과 인내는 필요하다. 하지만 문장 속에서 어울리는 낱말을 퍼즐 맞추듯 끼워 넣는 과정 또한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글을 쓰며 얻은 또 하나의 선물은,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내 일상도 따뜻한 사랑의 온기로 서서히 물들어 간다. 글 속의 주인공들이 위로를 받았다며 감사의 문자를 보내올 때면, 가슴 한켠에서 잔잔한 울림이 일렁인다.
글쓰기는 자기 배려
내 삶을 구원하기 위해 쓴 글이 누군가에게도 치유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이러한 기쁨은 다음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된다. 한 편의 글을 정성껏 선물 포장하듯 쓰고 다듬는 동안, 나의 마음가짐도 한결 단정해진다.
처음엔 1년만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응원과 스스로 느낀 보람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3년간 이어온 다짐을 10년 이상 지켜간다면, 걸어온 마음의 흔적 또한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 그것 역시 삶의 소중한 발자취가 되리라 믿는다.
▲내 삶을 구원하기 위해 쓴 글이 누군가에게도 치유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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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는 '자기 배려'를 이렇게 말한다.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자신을 먼저 돌보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태도. 바깥을 향해 있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나'라는 주체를 세운 뒤, 세상을 향한 돌봄과 사랑을 조화롭게 엮어가라는 의미다.
매일 무수히 쏟아지는 숏폼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쓰며 자신의 일상을 사유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루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이미 '자기 배려'를 실천하는 행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 하루의 장면을 몇 줄이라도 적어보길 권하고 싶다. 바깥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기를. 그 순간, 스스로에게 솔직히 말을 걸고 소외되었던 존재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벗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내 하루를 가장 성실하게 지켜주는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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