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선술집 풍경오사카 주소역 인근의 선술집 풍경. 모든 손님들이 서서 술을 마시는 곳으로, 싼 가격에 가볍게 한 잔 하려는 손님들로 항상 만석이다.
김용국
흔히 오사카라고 하면 오사카부(府)를 뜻한다. 우리나라에 특별시·광역시·도 등 광역자치단체가 있듯, 일본에는 47개의 도도부현(도쿄도, 홋카이도, 오사카부, 교토부와 43개의 현)이 있다.
그중 오사카부에는 중심 도시인 오사카시를 비롯하여 30개 넘는 시가 있다. 인구는 오사카시 280만 명을 비롯해, 총 877만 명(2026년 1월 통계 기준)이나 된다. 오사카를 일본 제2도시라고 부르는데, 한국의 제2도시 부산(인구 약 324만 명)과는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작지 않다. 인구도, 면적도 오사카가 2.5배 이상이다.
오사카의 가운데 쪽엔 요도강이 흐르고 있다. 마치 서울의 한강처럼 수많은 다리로 연결하여 남과 북을 지나다닌다. 강물은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湖)에서 시작해 교토를 흘러 오사카를 가로지르고, 오사카만에서 바다와 만난다. 묘하게도 요도강의 남쪽에 유명한 관광지와 주요 행정관청이 몰려있다.
오사카 여행을 가게 되면 으레 방문하는 곳들은 십중팔구 남쪽에 있다. 예를 들어 오사카성, 도톤보리, 우메다, 스카이빌딩, 난바, 덴노지, 하루카스 300, 츠텐카구 등은 전부 남쪽에 있다. 북쪽은? 컵라면 박물관, 엑스포 기념공원 정도가 알려진 관광지 아닐까 싶다. 북쪽은 교토에 가기 위해 거쳐가는 지역 정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마치 한국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보일 수 있으나 오사카에 그런 구분은 전혀 없는 듯하다. 다만, 남쪽이 오사카 중심부고 번화가라는 인식 정도일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북쪽이다. 당연히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더욱 좋다. 사람 북적이는 곳을 싫어하고 모두들 가는 관광지에서 줄 서는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들 가는 곳에서 모두 같은 표정으로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다.
오사카 여행지는 대부분 요도강 남쪽에

▲사츠키야마 전망대오사카 북부 이케다시의 사츠키야마의 전망대. 이케다시는 라멘박물관으로도 인기가 높다.
김용국
숙소에서 불과 20~30분 거리지만, 내가 강을 건너가는 일은 흔치 않다. 특별히 볼 일이 있거나 약속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동네 반경 10km 이내 지역에서 생활한다. 내가 속해 있는 오사카대학은 묘하게도 3개의 소도시가 맞붙어있다. 북쪽으로는 미노오시, 서쪽으로는 이케다시, 남쪽으로는 토요나카시. 모두 조용하고 경치 좋고 깨끗한 동네다.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동네 곳곳을 둘러보거나 산에 오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이곳엔 폭포도 있고, 전망대도 있고, 성터도 있지만 대부분 입장료가 없다. 시내에서 비싼 돈을 내고 들어가는 관광지보다 경관이 뛰어난 곳도 있다. 관광지가 아니라서 사람이 붐비지도 않는다. 일본을 다녀보니 입장료 금액과 만족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시장 논리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액을 책정한 것은 아닐지.
특히 오사카나 교토의 경우는 무료 개방된 곳 중에도 훌륭한 곳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오사카의 오사카역 바람의 전망대, 미노오 폭포나 사츠키야마 전망대, 교토의 교엔(일부 시설 무료 예약 필수),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치쿠린)과 그 뒤쪽 전망대, 후시미이나리신사는 추천할 만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가는 곳만 몇 군데 찍다가 돌아가는 게 여행이 돼버린 시대다. 오사카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시간과 정보의 한계로 불가피한 면이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울 따름이다. 다행인지 여행객이 아닌 주민으로 살아보니 오사카를 찬찬히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로 많이 돌아다녔더니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공서,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어느 슈퍼가 싼지, 어느 가게가 몇 시에 할인을 많이 하는지 따위도 알아가고 있다.
오사카 '여행'이 아닌 '일상'이 주는 즐거움

▲도요나카시청 근처 이발소도요나카시청 근처 이발소. 커트 가격이 1000엔이다. 일본 물가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김용국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사소하리만치 소소한 일상을 담고, 감성을 자극하는 화면 구성에, 기복이 적고 느린 스토리 전개가 주를 이룬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좋은 예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우연히 봤는데 의외로 빠져들었다. 자급자족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빠른 전개와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익숙한 이들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잔잔하다'고 느꼈다. 일본에 살면서 문득 드는 생각.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 역시 잔잔한 일상을 원했던 건 아닐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들보다 빨라야 하고, 뛰어나야 하고, 유능해야 살아남는 여느 직장인처럼, 상처받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남들 앞에서 연기를 하면서 살아왔다. 마음 한 편에선 쉼표를 찍고 싶다고 외쳐댔지만 무시하면서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나 역시 크고 작은 '이익'을 바라면서 그래왔으니 누굴 탓 할 일도 없다.
여기 오니 마치 가상의 적이 없어진 느낌이다. 오늘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세상 무너질 것처럼 일을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예의상 술을 함께 마셔야 할 상대도 없고, 혼자서 밥을 먹는다고 면박을 주는 동료도 없다. 낮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남은 시간엔 혼자 밥 먹고 산책하고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돌아가는 삶이 내겐 어색하지만, 소중하다. 혼자라서 외롭지만 혼자라서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요즘이다. 오사카 여행이 아닌 일상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짧은 일본 생활 동안 2차례의 짜릿한 장거리 '여행'을 경험했다. '히로시마 공짜 투어'와 '삿포로 눈폭탄 고립 여행'이 그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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