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서울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자는 주장은 투기 기회를 늘리고, 부동산 정책 방향을 흐리는 편파적 선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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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을 통해 작금의 주택가격 급등 사태와 이에 대응한 정책 방향에 관련해 몇 가지 사실 확인과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전체 가구 중 50%는 서울에서 아파트 구입이 어렵다. 안타깝지만 서울 아파트시장은 50% 사람들에게는 관계가 먼 시장이다. 가격이 비싼 신축아파트라면 '관계 먼 사람들'이 70%로 늘어난다. 새로운 아파트 공급은 상위 30% 계층의 '유효수요'를 위한 것일 뿐이다. '영끌'로 아파트 마련에 나서는 2030 세대 역시 대부분 상위 30%에 속하는 부모의 자녀들일 것이다.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이끌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상위 30% 이상 계층의 자산 투자와 더 좋은 주택으로의 이주 희망이 빚어낸 현상이다. 이 시장의 최대 수요자는 전체 가구의 12%인 다주택가구들이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의 절반이 넘는 물량을 이들 계층이 구입하고 있다.
둘째, 아파트단지 재건축사업은 상위계층의 자산 증식용 사업이다.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 사업이 원래 상위계층용 주택이었던 아파트단지를 부수고 상위계층 중에서도 최상위계층의 주택을 만들어내는 사업임을 말해준다. 한편 노후 저층주거지를 재개발하여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사업(모아타운 등)은 중하위계층용인 골목동네 주택을 부수고 상위계층용 주택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셋째, 가장 효과적인 주택공급 방법은 다주택가구가 소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거주용 한 채를 초과하여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 서울에만 70만 호가 넘는다. 이 중 일부라도 매물로 나온다면 어떤 방법보다도 많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더해 이들 다주택가구가 추가로 매수하는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그 방법은, 토지거래허가제든 보유세 강화이든, 그 분야 전문가들이 궁리할 일이다.
넷째, 재건축-재개발이든 신개발이든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은 수요가 상위계층에 국한될 뿐 아니라 기간도 오래 걸리는 중장기 사업이다. 이보다는 골목 주거지에 중저층 공동주택을 소단위로 개발하는 방식이 훨씬 빠른 시간에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아파트단지 개발과 달리 땅값을 올리는 효과도 작고 도로·상하수도 등 모든 기초인프라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건축비와 분양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당연히 수요계층도 중하위계층이 중심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 사기는 '빌라', 즉 다세대주택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다세대주택의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55% 내외인 데 비해 다세대주택은 90%를 넘는 게 보통이다. 이는 곧 아파트단지에 비해 낮은 가격의 주택이 공급 부족 상태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세대주택은 대표적인 소단위 개발 공동주택이다. 그러나 건축법상 연면적 660m2 이하에 4층 이하로 규모가 제한돼 있다. 그 이상으로 공동주택을 건축하려면 한 개 동이라 해도 아파트단지나 연립주택단지의 건축규제를 받는다. 대지 경계선에서 2~4미터를 띄어야 하고 채광창 방향으로는 건물 높이의 반 이상을 띄어야 한다. 5층 아파트를 지으려면 높이의 반, 약 7미터 이상을 띄어야 한다. 웬만큼 큰 땅이 아니면 사실상 건축이 불가능하다. 유럽 도시에서 흔히 보는 도로변 5~6층 아파트 건물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가구의 중하위 70%에 있는 진짜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공급을 늘리려면 이 제약을 풀어야 한다. 중소 건축업체가 연면적 1000㎡, 2000㎡에 5~6층 공동주택을 건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는 제법 긴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다섯째, 주택가격 안정과 주택 실수요자 주거수요 충족을 위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은 물론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건축유형이 아파트단지이든 소단위 개발 공동주택이든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소중하고 긴요하다. 그러나 아파트단지에 비해 소단위 개발 공동주택이 건축비가 덜 들고 빠른 공급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공공임대주택에도 똑같이 해당한다.
문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LH, SH 등 공기업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 거대 조직은 소단위 개발로는 경제성도 스피드도 찾을 수 없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사업에 맞추어서 짜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도시 개발이나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사업이 점차 줄어들 것임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사실이다. 수십 년 동안 아파트단지 개발사업을 수행해 온 이들 공공주택 공급기관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유럽 국가들의 주택공급 체계를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전국에 깔린 수백 개의 비영리 주택협회에 의해 공적 임대주택(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약 270개의 비영리 주택협회가, 오스트리아는 약 180개의 비영리 주택협회가 100만~200만 호에 달하는 사회주택을 소유·관리하고 있다. 작게는 몇십 명, 큰 경우는 몇백 명이 근무하는 주택협회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사회주택 공급과 운영·관리를 담당한다. 이들 나라의 사회주택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보다는 도시 블록 속에 촘촘히 자리 잡은 중저층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소단위 개발은 작은 조직, 지역에 기반을 둔 활동가적 영업 조직이라야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매우 미약하지만 서울시나 LH의 지원 아래 사회적 기업 형태로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조직들이 없지 않다. 지난 몇 년간 퇴행적 중앙정부와 시정부의 외면 탓에 그나마 더욱 쪼그라들었지만 말이다. 이제 LH나 SH는 이러한 조직을 지원하고 늘리는 역할을 주기능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변해 나가야 한다. 한창 진행 중인 LH 구조 개혁 논의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아파트 아닌' 주택 정책에도 관심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을 쓰는 중에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공급 관련 발언이 있었다. 요지는 다주택자 소유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우려로 포장한) 비판은 여전하다. 양도세 강화는 매물을 줄여 실수요자를 힘들게 할 것이다,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집중시켜 양극화 심화를 초래한다 등. 효과 없을 것이고 오히려 부작용을 낼 테니 공연한 짓 하지 말라는 얘기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다주택자 대책은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일이다. 다만 한가지 짚어야 할 것은 다주택자 소유주택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상위 자산계층의 투자활동은 어쨌든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양도세 비판자들'의 주장은 결국 주택의 일정량을 계속 이들의 투자 대상으로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말을 돌려서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시장 정책의 중심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과 방안이 돼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 발언에 며칠 앞서 정부는 1.29 도심주택 공급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국공유지를 자투리땅까지 짜내서 공공주택을 한 채라도 더 짓겠다는 게 요지다. 여기에 민간부문 재건축이나 소규모 정비사업 촉진이 더해진 내용이다.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기껏 그거냐"와 "공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책이 필요한데 아직 공공주택의 임대와 분양 비율조차 분명치 않다는 것도 중요한 지적이다.
공공임대 확대 필요성은 두말 할 필요없이 동의한다. 다른 비판들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진 않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이번 대책 역시 공급주택을 아파트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유지 활용이든 재건축 촉진이든 마찬가지다. 아파트 건축이 아닌 것들은 맨 뒤 한구석에 '비아파트'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다. 모든 주택은 당연히 아파트단지로 공급돼야 한다는 것인가?
실수요자, 특히 국민 대다수인 중하위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면 '비아파트', 즉 소단위 개발 주택을 아파트단지보다 우선적인 정책 대상으로 고민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도 그렇지만, 공공분양주택이나 민간부문 공급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파트 분양 물량 확대는 그 효과가 상위 30% 이상에만 국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인석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명예교수, 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본인
필자 소개 : 도시, 건축,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자,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제6기 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 생산의 역사 1~3>(2022), <건축이 바꾼다: 집, 도시, 일자리에 관한 모든 쟁점>(2017), <아파트 한국사회: 단지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2013)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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