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6 06:53최종 업데이트 26.02.0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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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주택'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해결, 특히 불로소득 척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요 며칠 사이에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보내는 메시지들은 '폭주'에 가까울 정도로 빈번하고 강력하다. 불과 얼마 전 신년 기자회견(1월 21일)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 같은 급격한 태도 변화는 분명 환영할 만하지만, 20대(21대가 아니다) 대선 이후 대통령이 줄곧 견지했던 입장에 비해 너무 급격한 변침(變針)이라서 그 배경과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변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세금을 단순히 재정 확보 수단으로만 치부하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인 불로소득은 애써 외면했다. 나는 이에 대해 1월 23일 자 <오마이뉴스> 칼럼("이 대통령 입에서 끝내 나오지 않은 말, '위험한 신호'다" https://omn.kr/2gsdz)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사실상 '세금은 재정 확보 수단일 뿐'이라고 천명한 이날 발언은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19세기 야경국가 시절 경비병의 낡은 레퍼토리처럼 들린다. 시장 실패가 완연하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극에 달한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조세의 교정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도 할 수 있다. 투기 세력에게 '밤에 도둑을 막아줄 테니, 낮에는 마음껏 불로소득을 챙기라'고 선언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칼럼이 발행된 이틀 뒤부터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다. 대통령은 X(구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를 선포하며 투기와 불로소득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쓴 칼럼을 읽고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배경과 의도가 무엇이든,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보수 언론이 '다주택자의 눈물'을 들고 나오자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의 피눈물"로 반박한 것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대통령의 '급변침'을 당혹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일 터이다.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장담한 이상,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대통령이 조성한 이 강력한 모멘텀을 어설픈 미봉책으로 낭비하지 말고, 메시지에 담긴 분명한 의지에 걸맞은 근본적이고 정교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지금이 적기(適期)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거론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단'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자체가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로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결국 '매물 잠김' 효과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부동산 공화국'의 견고한 기득권 체제는 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어설픈 대출 규제나 거래 규제로는 결코 혁파할 수가 없다. 올바른 철학에 기반한 근본적이고 정교한 정책 패키지가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단연 토지보유세 강화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여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차단·환수한다면, 투기 유인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그림 1]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구현에 필요한 정책들과 기대 효과전강수

물론 보유세 강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보유세 강화를 중심축으로 삼되, ▲ 획기적인 지역 균형발전 ▲ 국지적 불로소득 차단 ▲ 부동산 금융의 근본적 개혁 ▲ 주택공급 패러다임 전환 등의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그림 1]에서 이 정책들을 '+'로 연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들은 서로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하나의 세트를 이뤄야 한다.

이 모든 정책 패키지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 바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다. 이는 토지와 자연 자원은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그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토록 하고 그 수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래서 토지보유세 강화가 근본 정책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근본 정책인 토지보유세 강화와 함께 네 가지 보완 정책이 동시다발적이고 착실하게 시행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지긋지긋한 부동산 공화국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완화되고,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해소되며, 부동산 때문에 발생하는 거시경제의 불안정성도 사라질 것이다. 대통령이 배수진을 친 지금이야말로 이 근본 처방을 단행할 적기(適期)다.

스스로 판 키운 대통령...이제 결과로 증명할 시간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투자 투기하며 '또 연장하겠지'라는 부당한 기대를 가진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집행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능력이 없으면 휴지 조각이다.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쟁을 수행할 장수들의 면면을 살피는 것이다.

내부의 적부터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베어내야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들의 '다주택 처분 쇼'는 이미 국민적 조롱거리로 끝났다. 부동산 투기로 사익을 추구해 온 자들과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에 절은 자들이 대통령 주위에 도사리고 앉아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부동산 공화국 혁파는 요원할 것이다. 그들이 바로 대통령이 척결하겠다고 공언한 '명백한 부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중시하는 정책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은 내부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술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급변침은 그 자체로 엄청난 정치적 '도박'이다. 스스로 퇴로를 끊고 배수진을 쳤으니 말이다. 과거에 몇 번 그랬듯이 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가는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보다 더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판을 키웠다.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니 말이다. 이제 그 수단들을 남김없이 쏟아부어 결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망국적 자산 불평등의 고리를 끊어낼 근본 해법,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정책을 즉각 실행에 옮기시라.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심장을 겨누는 냉철하고 단호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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