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생성 이미지
오마이뉴스
AI가 채우는 것은 외로움만이 아니다. 상실감도 그 대상이다. 얼마 전 NHK 시사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에는 사망한 아내를 AI 캐릭터로 재현한 후쿠다(55)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도쿄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그는 2년 전 암으로 아내를 잃었다. 그는 아내의 병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AI로 아내를 '부활'시켰다고 말한다.
아내의 사진과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 재현된 '디지털 고인'은 생전 아내를 똑 닮아있었다. 후쿠다 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AI 아내와 만나 고등학생이 된 딸과 자신의 일상을 나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디지털 추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인과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미처 못 전한 말을 할 수 있어 감정 정리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서비스가 일시적인 위로를 줄 수는 있지만, 슬픔-애도-수용으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감정 처리 과정을 방해할 위험도 크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디지털 애도 연구팀은 관련 논문에서 이 분야를 '윤리적 지뢰밭'이라 표현하며, AI로 재현된 고인과의 상호작용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 제공을 넘어 감정을 나누는 존재가 된 AI. 아직 이 같은 사용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EU의 인공지능법'과 같은 포괄적 규제 법령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실망하지 않기 위해,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아닌 AI에게 마음을 여는 사람들. 그러나 고통을 제거한 관계에서 인간은 책임질 기회도, 성장할 가능성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문득 영화 <그녀>의 결말이 떠오른다. 인공지능 사만다는 결국 테오도르의 곁을 떠난다. 남겨진 그는 다른 AI가 아닌,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인간에게 돌아간다.
"인간과 AI의 관계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영화가 던졌던 이 질문은 이제 일본만이 아닌 전 세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됐다. 외로움을 기술에 맡기는 시대, 인간이 아닌 AI에게 위로 받으려 하는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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