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오마이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입법부가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손현보 목사의 구속과 편향적인 쿠팡 조사에 강력하게 우려를 표했기 때문입니다. 즉, 단순히 입법 처리 지연이 아닌, 이재명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이 깔린 복합적인 이유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25%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날벼락 같은 조치였으나 진의 파악조차 쉽지 않다. 트럼프 특유의 외교 협상 전술이지만 매번 상대국은 큰 혼란을 겪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관세 폭탄의 화살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국민의힘을 보면 이게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손현보 목사의 구속이나 쿠팡에 대한 조사가 관세 폭탄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박수영 의원의 진단은 모멸감마저 든다.
만약 손 목사의 구속이나 쿠팡 조사가 관세 폭탄의 이유였다면 잘못하는 쪽은 미국이고 항의해야 하는 곳도 미국 아닐까. 주권 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두고 국회의원이 우리 정부에게 무엇을 따지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하기 힘든 국민의힘 행보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부산지방법원에 의해 공지선거법 및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으로 구속된 건 지난해 9월 8일이다. 4월 부산시 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 후보와 교회에서 대담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대선 전 교회 예배 등에서 특정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당선 또는 낙선을 기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2023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는 전력도 구속 사유에 참작됐다. 손 목사측은 종교 활동임을 강변했지만 "누구든지 종교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는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 위반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손 목사가 구속되자 국민의힘에서는 종교 탄압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종교 탄압이자 과도한 법 집행이라는 대변인 성명에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 지도부와 함께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손 목사 지지 뜻을 표명했다. 나경원 의원은 "한미 관계가 잘 마무리되지 않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SNS를 보면 알 수 있듯 종교의 자유를 핍박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고 주장했고, 조배숙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구속적부심 기각 판사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이렇게 되면 판사가 무슨 결론을 내려도 승복을 안 한다"며 법원 결정을 비난했다.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APEC 회담을 앞두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손현보 목사를 만나줄 것을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근거도 없이 선거 부정이 있다며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그의 탄핵 반대에 앞장선 손 목사가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모습은 자가당착이다. 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손 목사 구속에 대해 법원을 압박하고 트럼프까지 엮어 종교 탄압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행보다.
지난 1월 30일 손 목사는 1심 재판부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날 손 목사는 "미국이 백악관으로 저희 가족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미국 목사님 등 1만 명이 서명에 동참한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손현보 목사의 석방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공직선거법 유죄의 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탄핵과 구속 과정에서 공동전선으로 막아섰던 국민의힘과 손현보 목사. 그들에겐 헌법의 존엄이나 국익보다 더 우선하는 게 따로 있는 것 같다.
집권을 염두에 둔 공당 맞나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피해자 행동의 날' 집회에서 고 장덕준씨 모친 박미숙씨(오른쪽부터), 고 최성낙씨 아들 최재현씨, 고 오승룡씨 아내 이수은씨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처벌과 사과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정보 유출 사태는 유출된 정보가 3370만 개에 달한다는 규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논란을 키운 건 대응 과정이었다. 유출 대신 노출이라는 단어를 써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하려 했고 늑장 공지로 2차 피해의 위험을 증가시켰다. 소비자에게 적극 사과보다 대관 조직을 이용해 파장을 잠재우려 했고,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우리나라에서 일으키면서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국회 출석 요구를 번번이 외면했다.
그 와중에 미국 정계 로비로 한국 정부와 조사 당국을 압박하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와 쿠팡 등 미국 기업의 불이익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 내 쿠팡 조사 개입 발언은 내정간섭일 뿐이다.
윤석열 탄핵 소추 등 대한민국 정치 실상을 알리겠다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미국행을 택했던 나경원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진짜 국익을 우선한다면 이럴 때 그 돈독하다던 외교 채널을 이용해 쿠팡의 잘못을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쿠팡 사태와 유한킴벌리 사태를 다루는 태도, 플랫폼 규제를 어설프게 밀어붙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진단, 과연 집권을 염두에 둔 공당의 모습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관세 폭탄에 대해 분석이 다르고 처방이 다를 수 있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상대국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식 외교 전술이 분명 잘못됐지만 국가 간 협상을 국제 규범과 정의의 관점에서만 풀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관세 폭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기민하지 못했다고 다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손현보 목사 구속이나 쿠팡 조사가 관세 폭탄이 원인이 되었다는 우리 정부를 나무라는 국민의힘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국가의 주권이 기업 로비와 보수 인사 구명 운동으로 흔들리는 형국이 국민의힘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보수 인사 구명을 위해 미국 정가를 통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시도는 도를 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건전한 야당이 되길 바란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이 있다. 관세 폭탄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트럼프 외교 전술도 화나지만 손현보 목사 구속과 쿠팡 조사를 들먹이며 우리 정부를 나무라는 국민의힘도 밉기는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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