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3 06:51최종 업데이트 26.02.0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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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월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 오전 11시경 청와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였다. 전날 있었던 윤석열 징계 관련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안건이었다. 나도 주무 비서관의 한 사람으로 참석했다.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날 회의 후 문 대통령은 강민석 대변인을 통하여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인 협조 관계" 언급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인 협조 관계"라는 대통령의 언명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법무부, 검찰 운영의 기조가 되었다. 이러한 기조는, 법무부 장관에 박범계 민주당 의원, 민정수석비서관에 검사 출신인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보임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 다 검찰총장 윤석열과 교분을 갖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김종호 민정수석과 나를 포함한 비서관들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나의 경우 2021년부터 시행될 권력기관 개혁 입법 점검 등의 과제를 이유로 사의가 반려되었다(2021년 2월 검찰인사 사태 당시 TV조선이 내가 사표를 낸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 때의 사의표명에 대한 오보였다). 이로써 윤석열로 시작된 2020년이 윤석열로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몹시 괴롭고 힘든 해였다. 하지만 2021년 새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윤석열의 임기를 잘 마무리하게 하여 윤석열이라는 폭탄의 뇌관을 잘 해체하는 일이었다. 또한 2021년은 주무 비서관으로서 내가 총력을 기울인 권력기관 개혁입법이 시행되는 첫 해였다. 엄중한 과제들이었다. 사의를 거두고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2020년 12월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새로 취임한 신현수 민정수석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신 수석은 이 시기 자신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인사권자의 뜻이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잘 구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이행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새로 시행되는 권력기관개혁입법이 국가사법역량을 훼손하지 않도록 내게도 세심한 점검을 당부하는 한편, 스스로도 이를 꼼꼼하게 챙겼다.

하지만 윤석열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2021년이 밝자마자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원지검의 이정섭 검사에게 불법적으로 배당하여 수사를 개시하게 했고, 월성 원전 사건 관련하여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다. 물론 죄가 있다면 수사기관은 지위고하, 권력 유무를 불문하고 수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에 대한 임명장 수여시 "우리 윤 총장"이라면서 했던 말은 바로 이런 취지의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일가 수사를 필두로 하여 윤석열이 벌인 '짓'들은 이런 대통령의 기대를 져버린 것이었다. 2021년에 개시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사건이나 월성 원전 사건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이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에 관해 대법원은 관련자들 전원(이성윤, 차규근, 이규원, 이광철)에게 무죄를 확정지었다.

월성 원전 사건의 경우 지금도 1심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그 파생 사건인 문신학 국장 감사방해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전 국민이 분노한 성상납 의혹의 주인공 김학의가 야밤에 형사처벌을 피해 해외 도주하려는 걸 출국금지로 막은 것에 대한 수사나, 국가에너지 수급 정책에 관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을 수사하고, 장관을 구속하겠다는 것이나,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윤석열은 수사를 빙자한 정치를 하고 있었다(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홍순욱 판사의 집행정지 결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해 둔다). 이러한 윤석열의 태도는 결국 윤석열의 임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신현수 수석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어려운 조건과 상황이라는 점을 의미했다.

2021년 2월 검찰 인사 파문... 윤석열·신현수 연쇄 사임으로 이어져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2월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예방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일이 2021년 2월 검찰인사 사태였다. 윤석열이 정치검찰의 행태를 고수하는 가운데 터진 이 사태는 신현수와 윤석열의 사임이라는 전혀 의도치 않은 결과로 막을 내렸다. 하필이면 같은 날 사직이 수리됐다(2021년 3월 4일). 신현수 수석은 검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말이든 경청하고, 언행이 늘 신중했다. 그러면서도 현안에 대하여 핵심은 물론 세부 내용도 놓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누구나 신 수석을 신뢰하였다. 신 수석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것은 윤석열이라는 폭발물의 뇌관을 큰 잡음없이 해체할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그 기회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죄초되고 말았다. 신 수석의 마지막 퇴근을 배웅하던 날 멀리 경복궁을 바라보면서 깊은 슬픔을 느낀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한편 이 인사 파문이 엉뚱하게 민정수석실 내 권력암투 운운으로 보도되면서 내가 마치 신 수석을 패싱하고 인사를 주도한 것처럼 당시 언론들이 썼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사들이 소설을 써서 불러주는대로 받아적기만 한 친검 언론들의 한심한 행태가 낳은 오보였다(이 때의 인사파문에 대하여는 나중에 소상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날 이후 윤석열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고, 이로써 외견상 윤석열 검찰 시대가 끝났다(윤석열 검찰 시대가 실질적으로 종료된 것은 헌재에 의한 윤석열 파면이라고 할 것이다).

윤석열 징계 사태를 돌아보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큰 회한과 자괴감이 든다. 몇 가지만 적어둔다.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서 "잘라야" 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지금도 비난한다). 내가 아는 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자를 수 있는", 즉 면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런 (법적인) 설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겠지만, 윤석열은 당시 검사였고, 검찰총장이었다. 검사는 검찰청법상 탄핵이나 징계처분, 형사처벌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이나 면직을 시킬 수 없다(검찰청법 제37조). 더구나 검찰총장은 2년의 임기를 검찰청법으로 보장받고 있었다. 만일 대통령이 윤석열을 면직했다면 소송에서 패소했을 것이다. 과거 국민중수부장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심재륜 검사장이 사퇴를 종용받자, 항명 기자회견을 했다가 징계를 통하여 면직처분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소송에서 그 면직은 취소됐다.

왜 윤석열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청와대 제공

결국 남는 것은 징계와 탄핵인데, 대통령이 임명장을 준 공직자를 집권당(민주당)에서 탄핵한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이렇게 면직도, 탄핵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를 지낸 추미애 장관을 통해 윤석열의 난동을 제압하려다 이조차 여의치 않아 착수된 것이 윤석열에 대한 징계라고 하겠다.

같은 견지에서 2021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한 것도, 오해가 많다. 나로서는 윤석열의 정치권 진출이 운위되는 때에 대통령이 윤석열에게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총장직을 수행하지 말라는 당부가 담겨있는 표현이라고 보았다. 요컨대 윤석열이 "문재인의 검찰총장"이라는 뜻이 아니라 윤석열은 "임명직 공직자"라는 뜻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무슨 소용이랴? 민심이 사나울 때 합법을 강조하는 것은 무익할 뿐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킨다. 사람들이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숙청과 같은 쾌도난마를 들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터에 검사의 면직과 군인의 면직은 전혀 달라 검사는 대통령 마음대로 막 자를 수 없다고 설명을(이것이 엄연한 진실이다)한다고 사람들의 비난이 가라앉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이런 비난은 결국 묵묵히 감당하는 편이 그나마 낫다. 다만, 그 검찰권을 사유화하여 결국 대통령에 오른 윤석열이 온갖 폭정을 시전하다가 자폭성 계엄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보수 정치세력 전부를 낭떠러지로 끌고 간 것은, 뭐랄까? 이전 이야기한 대로 헤겔이 갈파한 이성의 간지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 적어둘 것이 있다.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드는 것은 크게 ①윤석열과 ②부동산 문제다. ②부동산 문제를 관장했던 김현미 전 장관은 지금 피고인이 되어 이리 저리 재판에 불려다니고 있다. 개인 부패 문제도 아니다. 수사를 받고, 기소를 당하는 일은 윤석열의 말마따나, 재앙이고,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윤석열의 징계와 사직에 관여된 법무부의 전임 장관들의 현 정치적 상황과 너무나도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김현미 전 장관은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묵묵히 그렇게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아프다. 나아가 윤석열의 징계와 사임 과정이 여전히 괴로운 나로서는 이런 상반된 모습이 정치의 속성인가 싶어 여전히 현실 정치가 어렵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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