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2 11:59최종 업데이트 26.02.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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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를 위한 네 번째 소송에서 1심 승소판결을 받았다. 6년여 전인 2019년 11월 시작한 소송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네 번째 소송까지 오게 된 것이다.

'판결을 한 번 받았으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라는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그렇게 한다. 정보공개소송에서 한 번 패소판결을 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판결 취지에 따라서 정보를 공개한다.

그러나 검찰은 달랐다.

드러난 은폐정황, 이어지는 공개거부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희훈

2023년 4월 사상 최초의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서 대법원까지 승소했다. 필자가 원고가 되어 진행한 소송이었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협업해서 얻은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그 해 6월부터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온통 먹칠이 된 자료였지만, 활동가들과 <뉴스타파> 기자들은 밤잠을 줄여가면서 분석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뉴스타파>로 제보가 들어왔다. 해당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해 보니, 검찰이 은폐하고 있던 자료가 있었다.

그해 6월에 대검찰청이 공개한 자료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와 검찰총장 비서실이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대검찰청 각 부서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역시나 대검찰청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두 번째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그 이후 2023년 6월 이후 자료를 비공개하는 바람에 세 번째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네 번째 소송은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정보에서 비롯됐다. 검찰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라는 장부의 제일 밑에는 잔액이 적혀 있었는데, 검찰은 필자에게 자료를 공개하면서 그 부분을 가리고 줬다. 그런데 <뉴스타파>의 분석 과정 중에 한 지청에서 특수활동비의 월말 잔액이 적힌 것이 발견됐다. 자료를 복사하던 실무자가 실수로 잔액을 가리지 않고 공개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청들이 특수활동비 월말 잔액을 가리고 자료를 공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 필자는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월말 잔액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네 번째 소송을 제기하게 됐고, 지난 1월 16일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특활비 잔액을 공개하면 수사에 지장?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월말에 남은 특수활동비 잔액을 왜 공개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월말 잔액은 지출내역기록부라는 장부의 제일 아래쪽에 적혀 있다.

수입액에서 지출액을 뺀 잔액이 적혀 있다.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게 어떤 측면에서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 양식검찰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은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통해 '특수활동비 수입액, 지출액, 잔액이 공개되면 수사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주장을 했다. 각 검찰청이 특수활동비를 얼마를 받아서 얼마를 썼고, 얼마가 남았는지가 수사기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수활동비 수입액과 잔액이 공개된다고 해서 '수사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초래할 고도의 개연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성호 장관의 결정만 남았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시한은 2월 6일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마음대로 항소를 할 수는 없다. 행정소송에서 항소를 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 월말 잔액의 공개 여부는 정성호 장관에게 달려 있다. 정 장관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도록 지휘하면, 정보는 곧바로 공개될 수 있다.

필자가 승소판결을 받은 정보 중에는 내란을 일으킨 전 대통령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에 쓰고 남은 특활비 잔액에 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정보의 공개시기를 늦추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이 항소하는 것을 정성호 장관이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성호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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