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이용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비롯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들의 모습을 가상의 사진으로 구성했다.
오마이뉴스
1979년 12월 24일 12.12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 일당은 당시 보안사령부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전두환이 가운데에 자리했고 왼쪽은 노태우 오른쪽에는 차규헌이 앉았고 30여 명의 군인들이 세 줄로 앉거나 섰다.
윤석열의 12.3 내란이 그들의 의도대로 성공했더라면 그들도 기념사진을 남겼을까. 내란은 좌초됐고 그래서 있을 수 없는 사진이지만 윤석열이 가운데 자리하고 왼쪽에는 한덕수 오른쪽에는 김용현이 앉은 채 장관과 군인에 둘러싸여 의기양양하게 찍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상상은 전두환 쿠데타 기념사진의 잔영처럼 남았다.
윤석열의 12.3 내란에는 기념사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찾아내고 이어 붙여서라도 내란 범죄의 단체 사진을 구성할 이유는 있어 보인다. 기념이 아닌 역사의 증거로서 말이다. 내란 책임의 죄를 묻기 위해 윤석열 내란 수괴 좌우에 누가 있었는지, 어떤 군인과 정치인이 옆에서 돕고 뒤에서 밀어주었는지 퍼즐 맞추듯 빠짐없이 찾아내고 규명해야 한다.
특검과 내란 재판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 1월 21일 사법부는 한덕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옆자리 역할을 법으로 증명하고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내란 퍼즐의 첫 조각이 비로소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한덕수에게 특검 구형량보다 8년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자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많은 언론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 엘리트 공직자의 몰락이라고 했다.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에 의해 내란이 종료됐다"는 판사의 언급을 두고는 국민을 위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한덕수에 대한 판결을 엘리트 공직자의 몰락이나 국민 위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헌법의 존엄을 지켜낸 판결, 미래의 내란에 쐐기를 박았다는 의미를 먼저 살펴야 한다.
12.3 내란 1년이 지나도록 국민의힘과 극우 진영에서는 법의 판단이 나지 않았으니 내란이라고 불러서 안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나오는 내란 청산 요구나 이를 위한 입법 행위를 '내란몰이'라고 날 세운 것도 이들이었다. 이런 주장에 선을 긋듯 이진관 판사는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진 폭동이자 친위 쿠데타"라고 못 박았다.
"1년 내내 계엄팔이와 내란 몰이를 우려먹었으면 그만하라"거나 "내란정당몰이가 끝나는 순간 이재명 정권의 생명도 끝이 날 것" 등은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쏟아냈던 말이다. 그러나 막상 12.3 계엄이 내란이라는 법의 판단이 나오자 사과도 없이 최종적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여전히 '내란몰이' 프레임으로 이재명 정권 대척점에 서보겠다는 포석이지만, 그럴수록 내란의 강에 허우적대는 꼴 사나운 장면만 드러날 뿐이다.
윤석열이 체포되자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 세력들은 국민 생명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국민 저항권을 면죄부처럼 내세우며 무법 세상의 권력자를 자처했다. 윤석열의 변호인단은 국민의 우매함을 깨우치기 위한 계몽적 계엄이라고 했고 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경고성 계엄, 하루 만에 중지된 잠정적 계엄이라는 주장이 반복되었다.
1월 21일 판결은 이러한 궤변들이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분명하게 짚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이나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행위 또한 12.3 내란으로 생겨나고 파생된 위험한 징후라고 경고했다.
윤석열이 전땅크로 부활하는 일은 없어야

▲2024년 12월 6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시민들이 모여 탄핵안 처리와 제2의 비상계엄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국회앞에 12.12군사반란 전두환과 12.3내란 윤석열 얼굴을 합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우성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12.3 내란은 전두환 쿠데타의 어두운 그림자다.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며"로 시작되는 1980년 5월 17일 전두환의 포고령이 12.3 계엄에서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로 바뀌었다. 전두환이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면, 윤석열이 내란 재판에서 개선장군처럼 행세할 수 있었을까 의문도 든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자 계엄을 한다는 윤석열의 계엄선포 담화문은 80년 광주 학살에 북한군 개입설 등 색깔론을 제대로 끊어내지 못했던 후과이다. "윤버지" "윤어게인"도 되돌아보면 학살자를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던 과거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태어난 역사 퇴행에 불과하다.
내란을 청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깨어질 수 있다.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지 44년 만인 2024년에 계엄이 선포될지 누군들 생각이라도 했겠는가. '전장군, 전땅크'는 '윤장균, 윤땅크'이 될 수 있고, 윤석열을 따라 배우겠다는 각오를 다질 이가 다시는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교실에서 12.3 내란을 구국의 혁명으로 가르치는 미래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뛸 일이지만 지난 보수 정권의 역사 교과서 왜곡 기술 시도를 떠올려보면 지나친 기우라고만 할 수도 없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이렇게 무서운 미래를 예비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내란 청산의 시작과 끝은 단죄와 기록이다. 준엄한 심판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나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한덕수의 23년형 선고는 어렵게 맞추어진 윤석열 내란의 한쪽 퍼즐이다. 내란 기획자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을 실행했던 장성들 등 모두 특검이 밝혀내고 사법부가 법의 존엄으로 심판하며 내란의 퍼즐을 맞춰 나가야 한다.
"위로부터의 내란", "친위 쿠데타"는 전두환 독재를 무너뜨리고 세운 87년 헌법에 기초한 판결의 골자다. 하지만 다른 내란 재판부도 이 기조를 유지할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법 수뇌부도 내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혹도 있고, 일부 재판부는 내란범을 감싼다는 눈총도 있으니 말이다.
국민이 구경꾼으로 머물러서 안 되는 이유는 많다. 군사 쿠데타와 같은 국가 전복 행위는 나치 전범 다루듯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하고 내란을 단호히 처벌하지 않는 것은 다시 내란의 기회를 주는 일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은 틀린 게 없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실상을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찾아내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후세대에 윤석열이 전땅크로 부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나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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