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개막 이틀째인 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부품 이동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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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의 노사 합의 없는 아틀라스 도입 반대 입장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과 정치인들은 '21세기의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조롱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1800년대 초기 방적 기술이 발달하여 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들자, 분노한 노동자들이 공장의 기계를 파괴하고 생계를 위한 고용 보장을 요구했던 사회 운동입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기술 발전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동으로 치부됩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를 앞세운 기업의 탐욕은 기술 발전에 뒤처진 노동자들을 외면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사회는 '큰 갈등'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언론은 마치 현대차 노동자들이 기술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의 핵심은 로봇 기술의 도입으로 필연적으로 발생할 고용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절규에 가깝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초 단위로 바뀌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신기술의 도입과 사업장의 이전은 기업 고유의 경영권 행사로서, 노사 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경영계의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명확하게 '노동 쟁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경영상의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 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며 성실하게 교섭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노동조합이 회사와 단체협약을 통해 회사의 신기술이나 생산수단의 도입, 물량의 해외 이전 등에 대해서 노사 간 합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라면, 회사는 더 세심하게 신기술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논의해야 합니다. 기업 스스로 노사 관계를 고려해 합의하여 결정하겠다고 양보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할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입니다.
현대차 그룹의 피지컬 AI로봇 도입은 단순히 현대차 그룹 내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다른 기업이 이를 활용하기에 쉽도록 구독 형태 서비스로 현대차 그룹을 넘어 물류와 에너지, 건설과 시설 관리 영역까지 확대하여 서비스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제조 공장에서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일상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차 그룹의 아틀라스 도입으로 인한 고용불안 위기는 이제 더 이상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차가 생산 공정에서 정교하게 데이터를 활용해 축적한 기술이 우리의 일터와 일상 곳곳에서 활용된다고 생각해 봅시다.
현대차 그룹의 부품 조립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사장님이 현대차 그룹의 아틀라스 생산 모델을 도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생산직 노동자 최씨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할 겁니다. 제품의 운송을 담당하는 운송업체 사장님이 자율주행 배송차량의 도입을 결정한다면 배송 기사 정씨도,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외주 용역업체가 AI 자동 상담 시스템 도입을 도입하면 상담원 김씨도 고용과 업무 내용 등 근로조건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차 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현장 도입이 남의 일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현대차 노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대차 노사가 현대차 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문제를 현대차 그룹 생산직 노동자만의 문제로 좁히지 않길 바랍니다.
현대차 AI로봇 도입, 격렬한 노사갈등의 시작이 아니길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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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10일 발표한 보고서('AI와 한국경제')에서 AI가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약 절반의 일자리(51%)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불과 2년 전 한국은행이 약 12%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사·공인회계사·자산운용사·변호사 등 전문직 고소득 직종이 AI 노출 지수(AI 기술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해당 직업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 나타낸 수치)가 높아 그 직업적 전망이 어둡다고 합니다. 오히려 고객과의 접촉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을 돌봐야 하기에,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돌봄 노동이나 대면 서비스 업종의 종사자나 성직자등이 AI 노출 지수가 낮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제도를 통해 보호받는 고소득 전문직들은 인공지능의 보조 하에 생산성을 높이고 그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이 맞다면, AI가 대체 하기 어렵다는 돌봄 노동과 대면 서비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더 높아질 텐데 이들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그래서 제조업 등에 종사하다가 AI 기술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을, 이들 분야로 자연스레 흡수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돌봄 노동과 대면 서비스업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현대차 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격렬한 노사 대립의 시작점이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 노동 시장에서 AI 기술의 도입으로 일하는 시민들에게 어떤 좋은 점과 어떤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가 차분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노조가 AI 기술 도입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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