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김종철
지난 주말 나에게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는 한 연예인의 탈세 의혹 소식이었다.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이제는 배우를 비롯하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연예인이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잘생긴 외모와 반듯한 태도 덕분이었다. 나 역시도 그의 열렬한 팬까지는 아니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라며 호감을 보이곤 했다. 실제로 그는 지친 일상의 순간순간에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존재였다.
물론 사안은 밝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예인 역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며 사태를 수습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만약에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면 어떨까 싶었다. 그럴 순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마음이 그럼에도 생각보다 드러난 상황이 심각하고 당사자가 면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 그도 기약 없이 활동을 중단하는 수준의 책임까지 져야 할 것이다. 아마 우리는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결과를 받아들일 테고. 하지만 문득 그런 질문도 들었다. 엄마가 이 사람의 팬이었다면 어땠을까. 팬 미팅도 가고 응원봉도 사고 시즌 그리팅도 모으던 그런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때도 나는 담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유명 의사가 논란에 휩싸이자 이후 엄마는 그가 제작에 참여하고 모델도 하던 곡물밥 제품을 쿨하게 포기했다. 그런 사람이 만든 밥은 먹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아마 엄마가 탈세 의혹을 받는 연예인의 팬이었더라도 똑같이 결별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별의 과정이 곡물밥 때처럼 쿨할 수 없으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오히려 이런 게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기가 더 어렵다.
그들이 자기가 대중의 사랑 위에 서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나또한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 연예인을 그만 좋아하게 된 일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회면에 날 만한 사건 때문이었다. 어딜 가서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마음을 접기가 쉬워졌다. 어차피 새로운 사람은 등장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엄마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생 첫 덕질을 시작하고 집안에 자기 취향이 담긴 물건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그런 엄마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에서 응원봉을 미리 흔들어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이전에는 보다 가볍게 여겨졌던 '등 떠밀린 탈덕'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지난해 11월 말로 기억한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연예계에선 다양한 사건·사고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심지어 이게 너무 많아서 몇몇은 까먹기까지 했다. 갑자기 누가 방송에서 보이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곤 "아 맞다... 그 때..."하고 말했던 적이 있을 정도다. 이게 그 업계 사람들의 집단적 윤리 감각이 갑자기 해이해져서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운과 시기가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이런 걸 보는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당연히 심란하다.
한국 사회의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유독 높은 윤리 기준을 요구받는다는 건 알고 있다. 때로 과도한 비난에 시달린다는 것도. 하지만 이는 이들이 대중의 사랑과 지지를 기반으로 업을 이어가는 특수한 분야 위에 서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만큼 기대와 애정이 크면 배신감도 커지게 되어있다.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마음을 연다.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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