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의 비관적 시나리오는 2072년 총인구가 3천만 명으로 줄고 지방소멸이 일어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보여준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총인구가 4천3백만 명을 유지하며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국가데이터처 ‘장래 인구 추계’
연 4.5%의 노동생산성 증가 - 부양인구 부담 감소
그러나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학적 조건'은 냉혹할 만큼 엄격하다. 무엇보다 먼저, 인구가 '고위 추계'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하더라도 청·장년 노동인구의 절대적·상대적 감소는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워라밸이 있는 삶'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면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을 현재의 약 1900시간에서 1300시간 수준으로, 즉 30% 이상 대폭 줄여야 한다.
문제는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수십 년간 '일하는 사람'의 수는 줄고, '일하는 시간'도 감소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소득은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참고로 205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은, 1인당 소득 기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3% 수준을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방정식을 풀 수 있는 해법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바로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이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 경제에 요구되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4.5%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연 2% 안팎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는 그 속도를 두 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노동인구 1인당 노동생산성이 매년 4.5%씩 꾸준히 증가한다면, 2050년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현재의 약 3배에 이르게 된다. 반면 같은 시점의 부양비, 즉 노동인구 대비 비노동인구 비율은 고위 추계 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경우 현재의 두 배를 넘지 않는다. 그 결과, 청·장년 노동인구가 감당해야 할 노인부양 부담은 2050년에 오히려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생긴다.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노동인구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중요한 전제를 포함한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현재보다 악화되지 않는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나아가 향후 소득 분배 및 재분배 정책이 적극적으로 작동해 노동소득이 자본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미래 세대의 노동자가 부담해야 할 노인부양비의 실질적 하중은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부동산 공화국 해체와 생산적 금융
노동생산성을 매년 4.5%씩 끌어올리는 일은, 통상적인 공정 개선이나 업무 효율화 수준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전 산업에 걸쳐 인간 노동을 AI·로봇·자동기계 등으로 대체하고 보완하는 대규모 기술혁신과 설비투자가 2050년까지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피지컬 AI가, 서비스업에서는 생성형 AI가 기존 인간 노동의 절반 이상을 대체·보완하는 수준의,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 완수되어야만 가능한 목표다.
노동생산성 연 4.5% 증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노동자 1인당 투입되는 설비·장비의 규모, 즉 자본장비율이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해야 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대대적인 실물투자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목표다. 그리고 이러한 실물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자원 배분 시스템' 그 자체, 즉 금융·투자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난 25년간 한국 경제의 금융·투자 흐름이 '산업적 순환'에서 이탈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 갇힌 '금융자산적 순환', 다시 말해 재테크 중심의 구조로 고착되어 왔다는 점이다. 아파트 가격이나 주가 상승은 개인의 자산 증식이나 금융회사의 단기 수익성에는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의 두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워라밸이 있는 풍요로운 삶, 즉 잠정적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젠스파이크를 통해 생성
2050년을 향한 '잠정적 유토피아'를 진지하게 추구한다면, 이 자금 흐름은 이제 의도적으로, 때로는 강제적으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시장을 맴돌고 있는 수천조 원 규모의 자금을 설비투자(CAPEX),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AI 구축과 같은 생산적 투자 영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의 역할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은행은 더 이상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식 영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신 기업과 산업의 기술력, 혁신 역량, 그리고 미래 현금흐름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과감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생산성 혁신과 인구 위기 대응, 그리고 2050년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금융의 새로운 책무다.
돌봄의 탈상품화와 돌봄의 시간 확보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의 핵심 수단이 'AI 기술'과 '생산적 금융'이라면, 그 혁신을 실제로 운용하는 궁극적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고 고위 추계 인구 시나리오를 지속 가능한 경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돌봄을 둘러싼 제도의 구조적 대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첫째, 활력 있는 고령자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앞으로 65~70세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부양받는 '노인'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축적해온 경험과 숙련이 사회적으로 사장되지 않도록, 정년 제도와 사회보험, 직업훈련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만약 이 연령대 인구의 절반가량이 노동시장에 남아 있거나 재진입할 수 있다면, 고위 추계 인구 시나리오는 훨씬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미래로 다가올 것이다.
둘째, 여성 고용률의 획기적인 제고가 필수적이다. 현재 60%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여성 고용률을 스웨덴 수준인 8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출산과 육아, 구조적 성차별로 인해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실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손실이며 출산 기피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채용·승진·임금 전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철폐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노동자'로 대우받을 때에만, 출산율 반등 역시 지속 가능한 흐름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 핵심은 '아이 돌봄의 전면적 사회화'다. 이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국가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출산과 보육·돌봄을 개별 가정, 특히 여성에게 전가해온 '사적 돌봄'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국가는 질 높은 공보육과 돌봄 서비스를 충분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청년 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독박 육아'와 '사교육비 부담'의 공포를 제거해야 한다. 돌봄과 교육이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 서비스로서 탈상품화될 때, 여성은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 없이 일할 수 있고 가정의 안정성 역시 회복될 수 있다.

▲인구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그동안 비노동인구에 속했던 여성과 고령자 일부를 노동인구로 전환해야 한다.
셔터스톡
오늘날 청년들이 요구하는 '연 1300시간 노동', 즉 주 4일제는 단순히 휴식과 여가의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남성(아버지)과 여성(어머니)을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실질적으로 분담하고, 온 가족이 저녁과 주말을 함께 보내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 때에만 출산율은 오늘날 유럽 수준인 1.3명 내외로 반등할 수 있다.
적게 일해야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 미래의 노동력과 소비 시장이 확보된다. 노동·돌봄·인구가 맞물려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인구 위기 시대에 국가가 감당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개혁 과제다.
결론 : 운명이 아니라 의지가 미래를 만든다
2050년에 대한민국이 맞이할 미래는,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듯 냉혹한 시장 법칙에 의해 운명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2026년 오늘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미래는 인구 구조나 경제 법칙의 자동 결과가 아니라, 명백히 정치적 선택의 산물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고, 자금의 흐름을 생산적 금융과 기술혁신으로 과감히 돌려 '최고의 효율'을 창출하는 것 - 곧 AI와 산업 혁신의 과제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막대한 부(Wealth)를 다시 사람에게 투자해, '최고의 돌봄(Welfare)' 체계를 구축하는 것 - 이것이 사회혁신의 과제다.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동시에, 그리고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고위 추계 인구 시나리오'는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 순간 우리는 워라밸이 보장된 풍요로운 삶, 다시 말해 '잠정적 유토피아'를 2050년의 청·장년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선택해 만들어낸 미래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본인
필자 소개 : 정승일은 베를린자유대학교 정치경제학 박사이며, 2007년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창립을 함께한 멤버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은행·대기업 해외매각과 민영화, 금융·자본시장 완전개방과 주주자본주의화 등 '시장 개혁'을 시종일관 비판했습니다. 그 경험과 견해를 담아 장하준 교수와 함께 <쾌도난마 한국 경제>를 출간했습니다. 또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장하준·이종태 공저), <굿바이 근혜노믹스_정승일의 단도직입 경제민주화>,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에서 새로운 경제민주화론과 복지국가론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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