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하철역에 설치된 화장실 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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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회 화장실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최근 일본은 또다시 화장실 문제로 소란스럽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공공시설 전반의 화장실 설계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개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성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화장실 이용 시간은 약 90초, 남성은 약 30초가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 긴 시간 동안 화장실에 머무르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공공시설은 남녀 화장실을 똑같은 개수로 만드는 것을 공평하다고 여겨왔다. 그 결과 여성 화장실 앞에는 늘 대기 줄이 생겼다.
지난해 봄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도쿄 요요기 공원 화장실 앞에서 45분 이상 기다렸다는 여성들의 사연이 보도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나 역시 아이들과 벚꽃 시즌에 해당 공원에 갔다가 화장실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4살이던 딸아이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보채는데 길게 늘어선 줄이 도무지 줄 기미가 안 보였다. 할 수 없이 싫다는 딸아이를 오빠의 손에 맡겨 남자 화장실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찔한 경험을 한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던지, 지난해에 실시된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여성의 40~50%가 화장실 대기 시간에 불만을 느낀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국토교통성은 여성 화장실을 더 많이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화장실 개수를 늘릴 수 없는 경우에는 남성 화장실을 여성 화장실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는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결국은 남성들이 불편을 겪는 정책이다", "여성들이 화장실을 용변 외의 공간으로 쓰는 것이 문제다" 등의 의견도 있다. 어느 네티즌은 급진적인 해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로 여성용 소변기다. 그는 "남성들도 프라이버시를 희생하며 소변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여성들도 소변기를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이 여성 소변기, 실제로 일본에 존재했었다. 1951년 일본의 위생 기기 기업 토토(TOTO)가 '사니스탄도'라는 이름으로 여성 소변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1964년 도쿄 올림픽 당시 경기장 일부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 소변기는 벽을 등지고 서서, 허리를 살짝 낮추고 반쯤 앉은 자세로 용변을 보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출시 당시부터 여성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1971년 생산이 중단돼 지금은 박물관의 전시품으로 남아있다.
▲여성용 소변기의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이 가운데 국토교통성 측은 국제 기준 등을 참고해 늦어도 3월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여성들의 화장실 대기 시간이 줄어들 수 있을지, 앞으로의 추이를 주목해 보게 된다.
화장실을 둘러싼 일본 여성들의 불만은 오랜 시간 누적돼 왔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여성 총리의 발언이 화제가 되는 시대에, 일본 사회 역시 여성들의 목소리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셈이다.
혹여 올봄 벚꽃 시즌에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여성들의 행렬에도 주목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일본에서 사라질 풍경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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