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로 매장 모습
미그로 공식 페이스북
책임 자본주의의 또 다른 모델 파타고니아와 접점
미그로의 독특한 이윤 분배 철학은 책임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또 다른 선도 기업,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운영 방식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파타고니아 역시 기업 활동으로 얻은 이윤을 주주 배당 대신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사업을 통해 환경 위기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한다"는 사명 아래, 1985년부터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총매출의 1%를 지구 환경 보호 및 복원을 위해 활동하는 전 세계 풀뿌리 환경 단체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11] 그 전에는 이익의 1% 또는 매출의 10% 중 더 큰 금액을 택해 기부했지만 현재는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매출의 1%를 기부한다. 한국에서 파타고니아는 2014~2023년 161개의 환경보호 프로젝트에 18억 4천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했고2024년에는 8억 4천만 원을 45개 프로젝트에 지원했다.[12] 2022년에는 창립자가 회사 지분 대부분을 환경 보호에 사용되는 재단 및 비영리 단체에 이전하여,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윤이 지구 보호 활동에 사용되도록 구조화했다.[13] 미그로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노동권 보호 및 직원 존중 측면에서도 두 기업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진다. 파타고니아는 직원의 유급 육아 휴직과 봉사활동 참여를 적극 지원하며, 공급망 전반에 걸쳐 공정무역 인증 및 노동권 보장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 특히 이주 노동자 착취를 막기 위한 '알선비 제로' 정책을 통해 노동자가 부당한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노력한다. 파타고니아가 '포춘(Fortune)'과 'Great Place to Work'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여러 차례 선정된 것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스위스의 미그로와 미국의 파타고니아는 형태나 이윤 환원의 주된 대상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업의 목적을 이윤 극대화와 주주 배당에 두지 않고 창출된 이윤을 사회 전체 또는 공익적 가치를 위해 재투자한다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한다.
스위스 경쟁력의 기반은 협동조합 경제 생태계
스위스에는 미그로 외에도 쿱(Coop), 데너(Denner) 등 주요 소매 유통 기업 대부분이 협동조합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1881년 법제화 이후 농업,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된 스위스의 협동조합은 1인당 참여율 및 국민 경제 기여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16] 협동조합이 기업 형태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의 안정과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그로와 함께 스위스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쿱[17]은 1893년 설립된 유서 깊은 협동조합으로, 스위스 내 소매 유통 시장에서 미그로에 이어 두 번째 점유율을 보인다.
2024년 미그로 그룹의 총 매출은 약 325.29억 스위스 프랑(약 60조원)을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18] 같은 해 쿱 그룹의 총매출은 약 348.61억 스위스 프랑(약 64조원)이었다. 국민이 보기에 행복한 경쟁구도이다.[19]
미그로는 전국적인 유통망, 강력한 자체 브랜드, 그리고 '미그로 문화 비율'과 같은 공익 활동을 통해 '국민 마트' 이미지를 굳건히 하며 시장을 선도한다. 쿱은 좀 더 지역에 기반한 전통적인 협동조합 모델을 유지하며 지역 밀착형 신뢰를 쌓았다 협동조합들이 번성한 경제 생태계는 스위스 사회의 안정과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한다.
220만 명의 조합원이 기업의 실질적인 소유주이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독특한 협동조합 모델, 매출 기반의 사회 환원 의무, 그리고 이윤 극대화보다 사람과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확고한 문화는 미그로의 ESG 경영이 지침이 아니라 기업 DNA이자 강력한 시스템임을 웅변한다. 미그로는 2019년 독립 평가기관 IISS-oekom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소매업체'로 선정되었다. 2022년에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50년 넷제로 달성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70% 감축을 목표로 한 기후 대응 전략의 신뢰성과 체계성을 인증받았다.[22] 미그로의 ESG경영이 선언 수준을 넘어,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 이행 계획을 기반으로 실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창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이자 유럽 기업 전문가인 장영익 교수는 "스위스 미그로 사례는 한국 기업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ESG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내재된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하며, 주주,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 구조가 필요하고, ESG 경영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목표 설정과 투명한 이행 계획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조민아·이광현 기자(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윤진 SDG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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