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19 17:20최종 업데이트 26.01.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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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으로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 모형.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걸림돌이 되는 유럽 국가들에 견제구를 날렸다. 그린란드의 현상유지를 위해 병력을 파견했거나 파견 의사를 밝힌 덴마크와 영국·프랑스·네덜란드·독일·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에 대해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이들 국가의 상품에 대해 2월 1일부터 10%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부터 그것을 25%로 높이겠다고 미국 시각 17일 트루스소셜에 썼다. 유럽연합(EU) 상품에 부과하는 15% 관세와 영국 상품에 매기는 10% 관세에 더해 '그린란드 추가관세'를 별도로 걷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U도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회는 26일로 예정된 미국-EU 무역협정(턴베리협정, 15% 관세 부과)의 비준을 연기하겠다고 밝혔고, EU에 파견된 회원국 대사들은 브뤼셀에서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의 조치가 "대서양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란드 병합 추진, 대체 왜?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은 영국 서쪽에 적용되는 미국의 서반구 정책은 물론이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경고처럼 미국과 유럽 간의 대서양동맹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가를 지불하든 하지 않든 미국이 그린란드를 손에 넣게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매개로 하는 대서양 양안의 관계가 약화될 게 분명하다. 그린란드의 현상유지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추가관세 경고를 받은 위 국가들은 모두 나토 회원국들이다.

지난 16일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2026~2030회계연도 기관 전략계획>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들"이라며 "합중국은 서유럽 혈통에서 태어났으며"라고 한 뒤 "미국은 이러한 대서양 협력관계를 위해 전후(戰後)의 세계질서를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계기로 세계 최강이 된 미국은 1949년 4월 4일 창설된 나토를 매개로 소련을 견제했다. 나토를 주축으로 대서양동맹이 작동하는 상황은 미국의 세계 지배를 실현시키고 대전 이후의 세계질서를 움직인 핵심 구도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된 뒤로 이 구도는 다소 약해졌다. 하지만, 2000년 이후의 블라디미트 푸틴 체제하에서 또다시 공격적이 된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의 최강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이 구도는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은 미국의 세계패권을 가능케 했던 바로 그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도박의 성격을 띠는 모험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모험을 하는 한 가지 원인은 '유럽과 연대해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대서양동맹의 존재의의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의 주축인 서유럽이 더 이상 예전의 서유럽이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화와 이민 및 난민 수용으로 인해 유럽의 성격이 크게 변모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을 배출한 서유럽의 '순수 혈통'에 변화가 생겼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눈에 익숙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을 서유럽에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5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미합중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우리는 유럽의 자유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유럽을 지원하는 한편, 유럽의 문명적 자신감과 서구적 정체성을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유럽이 예전의 유럽과 다르다는 인식이 묻어나는 글이다. 이런 인식은 '유럽'과 연대해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대서양동맹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믿음을 약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서양동맹을 저평가하는 데는 러시아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러시아 견제가 과연 유럽과의 연대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더는 유럽 국가가 아니라는 판단에 기인한다. 위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를 관리하려면 유라시아대륙에 걸친 전략적 안정성의 조건을 재확립하고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갈등 위험을 완화시키는 미국의 상당한 외교적 개입이 요구된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려면 유럽 차원이 아닌 유라시아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푸틴 정권이 유라시아주의 기조하에 전 세계로 군사력을 투사하는 작금의 상황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새로운 '세계 패권' 전략, 불안하다

2026년 1월 17일 토요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 AP

우드로 윌슨 대통령을 추모하고자 설립된 싱크탱크인 윌슨센터 홈페이지(wilsoncenter.org)에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 제국의 이데올로기'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은 "유라시아주의는 러시아와 그 경계선이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위치를 차지함을 확인하는 이데올로기"라며 "유라시아주의는 유럽의 변방에 있다는 관점을 거부하고, 정반대로 이 나라의 지리적 위치를 일종의 메시아적 제3의 길로 해석한다"라고 설명한다.

대서양을 중심에 놓은 세계지도에서는 러시아가 지구의 동쪽 끝이지만, 태평양을 가운데에 놓은 지도에서는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을 이어주는 중간 지대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러시아가 유라시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위 글의 지적이다.

서방세계의 대리인인 우크라이나와 전쟁하기도 바쁠 러시아 군대는 요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지구 곳곳에 출현한다. 이달 10일에는 러시아군이 참여한 브릭스 연합군사훈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상에서 거행됐다.

지난달 9일에는 러시아·중국 군용기 9대가 동해와 남해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출현했다. 나흘 뒤에는 러시아·중국 폭격기가 오키나와 섬들을 통과한 뒤 도쿄 방향으로 북상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러시아 군대는 동유럽에 머물지 않고 유라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을 누빈다. 이런 러시아를 대서양동맹이라는 전통적 방패만으로는 더 이상 막기 어렵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인식이다.

이런 판단은 대서양동맹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한국·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태평양 방위를 한층 공고히 하는 한편, 그린란드 같은 곳을 병합해 새로운 방패를 만드는 쪽으로 트럼프의 마음을 추동한다. 서반구를 자국 앞마당쯤으로 치부하는 미국의 전통적 인식과 더불어, 더 이상 나토를 믿기 힘들다는 인식 역시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며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강구하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로 미국의 세계 지배를 가능케 했던 대서양동맹 의존 및 나토 활용 방식이 이 때문에 약해지고 있다.

이는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는 하지만, 자국의 번영을 가능케 했던 기본 구도를 뒤흔드는 방법으로 세계 패권을 계속 지켜낸 강대국의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의 행보는 상당한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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