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14 12:14최종 업데이트 26.01.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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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2025.12.26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연합뉴스

내란 특검이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사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내란우두머리죄에 대한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금고입니다"라고 한 뒤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습니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합니다"라며 "따라서 법정형 최저형으로 형을 정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라고 구형 논고문에서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이 전두환보다 무거운 형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전두환·노태우 세력 단죄의 역사가 있음에도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내란을 획책한 피고인을 비롯한 공직 엘리트들의 행태를 통해, 국민은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시금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함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비극적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형 선고가 필요하다는 촉구였다.

1996년과 1997년에 진행된 전두환 재판 당시, 서울지방법원은 사형을 선고했고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윤석열에겐 무기징역보다 엄한 형벌이 요구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국민들과 국회가 윤석열의 내란을 막지 못해 그의 뜻대로 일이 진행됐다면, 12·12 쿠데타, 5·17 쿠데타, 5·18 광주학살 때의 인명살상이 재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참상이 일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고 윤석열의 죄가 전두환의 죄보다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비극적 역사의 반복 막기 위한 '사형 구형'

윤석열을 무겁게 처벌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내란 특검이 지적한 것은 국민들의 삶의 토대가 12·3내란으로 인해 일순간에 무너진 점이다. "국민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온 민주주의와 법치 등 소중한 헌법 가치와 자유 등 핵심 기본권이 이 사건 내란행위로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라고 특검은 말했다.

12월 3일 그날 밤 윤석열은 잠시나마 민주주의를 무너트렸다.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 줄 법치주의도 함께 파괴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연합뉴스

윤석열이 건드린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뿐만이 아니다. 그는 70년이 넘도록 한국전쟁(6·25전쟁)의 악몽이 가시지 않는 이 땅에서 북한을 상대로 불필요한 군사적 자극까지 감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피고인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인하기 위해 선제적 군사 조치를 기획하고 실행까지 하였습니다"라며 사형선고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어 특검 논고문은 이렇게 선언한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헌법 수호 및 자유 증진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직접적이고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서 그 목적과 수단, 실행 양태에 비추어볼 때 국가보안법이 규율 대상으로 하는 반국가활동의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함이 상당합니다."

윤석열은 경제적으로 각박한 이 시국에 국민들이 '주머니'를 털리도록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논고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환율 급등, 주가 급락, 소비심리 위축 등 즉각적이고 중대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였고, 이는 단기적 시장변동을 넘어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켰습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여 막대한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국가경제에 중대한 부담을 초래하였습니다."

13일 밤 9시 35분경 박억수 특검보가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구형한 직후에 윤석열이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방청석의 지지자들이 웃음을 터트린 일이 보도됐다. 윤석열과 지지자들은 사형 구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석열은 전두환과 다를 바가 없다

반드시 사람을 많이 죽여야 사형이 구형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중대 위험에 빠트리는 경우에도 사형 구형이 정당화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모죄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경국대전> 형전과 더불어 조선시대 형법전이었던 <대명률직해> 형률은 "사직을 위태롭게 하여 나라가 망하게끔 모의하거나 종묘나 산릉 또는 궁궐 등을 헐어 없앰으로써 나라를 망하게 하기로 모의한 경우에는, 이런 모의에 같이 가담한 사람들을 주모자와 수종자를 나누어 논하지 않고 모두 거열처사(사형)시킨다"고 규정했다.

오늘날의 국회의사당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해당하는 궁궐 같은 주요 시설을 침해하기로 모의만 한 경우에도 주범·공범을 가리지 않고 모두 거열처사시킨다고 규정했다. 인명살상의 다소는 이런 범죄의 본질이 아니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가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연합뉴스

검찰이 1996년 8월 5일 서울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 역시 인명살상의 규모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다음날 <경향신문> 4~6면을 비롯한 주요 신문들에 보도된 '검찰 논고 요지'에 따르면, 검찰은 10·26사태로 박정희가 사라진 직후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국민들은) 그동안 열망해 왔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렜습니다"라며 1980년 '서울의 봄'을 상기시켰다. 그런 뒤 "(전두환으로 인해) 국민은 민주화의 소망이 좌절당한 채 다시 12년여 동안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인명살상과 더불어 민주화 열망 파괴도 전두환의 핵심 죄목이었음을 보여주는 진술이었다.

검찰은 전두환이 민주화 열망을 좌절시킨 구체적 양상을 열거했다. 위의 '검찰 논고 요지'는 전두환이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갖고 내란을 저지른 일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연금, 계엄군 병력의 국회 점거,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계엄포고령 제10호 발령 등을 통하여 국회를 사실상 해산시켰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역시 사형 구형의 핵심 요인이었다.

검찰은 전두환의 행위가 국민들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는 국민과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상 최고원리 중의 하나인 국민주권주의에 대한 피고인들의 도전이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을 거역한 부분도 사형 구형의 근거였던 것이다.

검찰은 전두환이 국민의 군대로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군대로 국민까지 공격한 점도 지적했다. "국민의 군대인 계엄군을 이용해 민주화라는 범국민적 열망을 짓밟으면서 헌법질서 파괴행위를 자행"했다고 규탄했다. 전두환이 정의와 불의의 가치관을 전도시켜 사회를 혼란케 만들고 전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논고문에서 언급됐다.

검찰이 전두환 사형을 구형하자, 417호 대법정은 환호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위 <경향신문>은 "장내에서는 '와'하는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라고 전했다. 법정 바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과 전두환은 비슷한 이유로 사형 구형을 받았지만, 구형을 받는 순간의 태도는 각기 달랐다. 윤석열은 웃음을 지었지만, "전씨는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충격이 있었는지 연신 목덜미를 손으로 주물렀다"(위 기사).

전두환에 대한 사형 구형의 핵심 사유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파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것이었다. 이 점에서 윤석열은 전두환과 다를 바 없다. 특검의 사형 구형은 그래서 당연하다. 특검의 표현처럼 이 구형은 비극적 역사의 반복을 막는 일이다. 이것은 누군가를 죽여달라는 구형이 아니라 세상을 살려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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