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08 10:30최종 업데이트 26.01.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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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8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작년 8월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약속했다. 기술 선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이라는 세 가지 정책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진짜 성장론이었다. 성장의 과실을 특정 소수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누고, 국가만 부강한 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쪽으로 대한민국의 성장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의 대전환 구상 등도 밝혔다.

올해에는 진짜성장론과 더불어 '기본사회론'이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히 새로운 이재명 정부만의 경제 사회 비전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기본사회 구상을 발표했다. 주거, 의료, 돌봄, 교육, 공공서비스 같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모든 권리를 최대한 실현하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것이 기본사회의 골자다.

작년 8월에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국정목표로 제시하고 123대 국정과제 중 37개를 배치했다.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 보장은 국가 혁신과 성장의 전제조건이며, 기본사회는 행복추구권 실현을 위해 필수적임을 천명한 대목은 전율을 느낄 만큼 감동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진짜성장론'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중참여경제론'과 노무현 대통령의 '동반성장론',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중심경제론'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사회론'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 대통령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적 복지국가' 비전을 이어받아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다.

성장만큼이나 분배를 중시하고,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며, 국가 발전을 넘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 나아가려는 지도자의 번뇌가 읽힌다.

두 가지 우려와 세 개의 대안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만큼 충분하고 선명한 대책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첫 번째 우려는 '진짜성장론'이 사이비 '가짜성장론'으로 둔갑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진짜성장'은 기술 선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동시에 추진해야 달성 가능하다. 그런데, 기술 선도 성장은 구체적이고 신속한 반면, 모두의 성장과 공정한 성장은 흐릿하고 느릿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도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공유하겠다고 천명하지만, 지난 정부와 현저히 다른 해법이 아직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불균형이다. 방치하면 '가짜성장론'이 돼버린다. 말 잔치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도 모두의 성장과 공정성장 대책을 수없이 제시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보수언론·정당의 폄훼·왜곡에 동력을 상실하기도 하고, 기득권의 반발과 관료의 관성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첫 번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는 첫 번째 대안, 즉 '소수 참여형 혁신시스템'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혁신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다수 참여형 혁신시스템'으로 강단 있게 대전환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살길은 오직 혁신이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창출해야 도약할 수 있다. AI·반도체도 앞서가야 하지만, 돌봄에서도 더 좋은 서비스를 창출해야 삶의 질이 올라가고 내수가 발전한다.

대기업 혼자 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도 혁신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도 나눠 가질 수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수도권 기업과 비수도권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와 지역사회도 동참해야 한다.

특히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혁신의 주체는 노동자다. 모든 노동자가 혁신 활동에 참여해 더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노사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임금 격차가 줄고 좋은 일자리도 창출된다. 이것이 바로 '다수 참여형 혁신시스템'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성장 패러다임 전환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의 재편을 수반한다.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혼자 혁신하고 혼자 성과를 독식해 왔다. 기업들은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고, 다수의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내몰았다. 이 방식이 더 편하고 익숙하다. 굳이 중소벤처기업, 노동자와 함께 혁신하고 성과를 나눌 이유가 없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과 '깐부' 먹을 때 더 큰 득이 되도록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도 끌어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두 번째 우려는 진짜성장론에 밀려 기본사회론이 아예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그간의 주요 성과를 대통령실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대통령실

'진짜성장론'과 '기본사회론'은 동전의 양면이다. 둘을 동시에 달성해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고,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사회론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제시된 바 없다. 이를 끌고 갈 주체도 형성되지 않았다. '진짜성장론'의 속도와 너무도 다르다. 국민과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26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진짜성장론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 분야(19%)와 산업·중기·에너지 분야(15%) 예산이 급팽창했지만, 기본사회론을 떠받치는 보건·복지·고용 분야(8%)와 교육 분야(1%) 예산은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복지 브랜드는 통합 돌봄이다. 작년까지 12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던 것이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된다. 그런데 통합 돌봄 예산은 1천억 원에도 못 미친다. 차질이 불가피하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을 정부가 자초했는지, 국민들은 의아하고 불안하다.

두 번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는 두 번째 대안, 즉 대통령이 직접 기본사회위원회를 진두지휘하고, 대통령 특유의 일머리와 돌파력으로 지난 민주정부와 확연히 다른 새로운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다행히 올 1~2월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본사회위원회가 발족한다. 위원회는 기본사회 비전과 기본방향,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을 심의·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힘없고 느리며,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올해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실행하고자 한다면, 이미 때를 놓쳐버린 뒤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기본사회 구상을 가다듬어 왔다. 위원장인 대통령이 첫 회의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실행 계획 하나하나를 직접 챙겨야 한다. 그래서 국민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 대안으로 향후 4년간 수백조 원 규모의 '진짜성장뉴딜'과 수백조 원 규모의 '기본사회뉴딜'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기업과 노동자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진짜성장뉴딜은 가장 생산적인 정부 지출이다.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기본사회뉴딜도 마찬가지다. 전국 모든 지역에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결코 일회성 지출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남는' 투자다. 처음 구상대로, 통합 돌봄은 물론 주거·의료·교육·공공서비스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헌법에 명시된 모든 권리를 지역 곳곳에서 실현하기 위해 담대한 '기본사회뉴딜'을 제안한다.

두 개의 뉴딜 사업은 이재명 정부 경제사회 비전 실현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이준협정책위원장포럼사의재
*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준협은 경제학자로 현재 포럼 사의재 정책위원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기획 겸 정책조정 비서관, 국회의장 정책기획비서관,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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