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도서 코너노년을 위한 배려
이인자
나의 일터에서도 난방기 온도를 낮춰 달라는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며칠 전에는 너무 더워서 잠이 온다며 목소리를 높인 민원인이 있었다. 그때는 잠은 이용자의 의지이고, 다소 과한 항의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용자가 되어보니, 도서관에서의 귀한 시간을 잠으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겠구나 싶어졌다.
종합자료실에는 '일생 책장'이라는 서가가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한 생애를 따라 읽는 책장이다. 청소년, 청년, 중장년으로 나뉜 추천 서가 앞을 서성이다 보니, 내 삶도 저 책장 안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근사한 이름의 책장이, 언젠가 우리 도서관에도 놓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가야 할 무렵, 도서관을 한 바퀴 더 돌았다. 혹시 내가 놓쳐버린 포근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 아직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1층 로비에는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갔는데, 사람이 빠져나간 뒤에도 그 공간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마치 친정 엄마가 젊은 시절 즐겨 입던 앙고라 스웨터처럼, 도서관은 사람의 체온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창도서관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던 순간은, 노인을 위한 세심한 공간을 발견했을 때였다. 큰 글자 도서, 디지털자료실의 실버석, 치매 관련 코너까지. 노년을 향한 배려가 과하지 않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 자신도, 가족도, 이웃도, 도시도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있다. 저속 노화를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둔해지는 오감의 퇴화를 멈출 수는 없다. 대신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감각이 있다. 사랑과 이해, 연민과 공감 같은 내면의 감각이다. 그 능력에 대해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프라이드 에이징'이다. 그리고 그 감각들을 확장해 주는 생활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도세권(도서관 근처 생활권)'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반 세끼의 메뉴를 공개한다. 밥과 국, 누룽지는 기본이고 반찬은 일곱에서 여덟 가지였다. 팥죽과 잡채, 떡국 같은 특식은 말 그대로 식당 사장님의 깜짝 선물처럼 곁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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