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해안가 연약지반 위에 세워진 마이크론 팹의 모습.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기술은 이미 지반의 상태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마이크론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반도체 팹을 지을 때 이 의원의 주장대로 연약지반에만 "깊은 곳까지 파일을 박는 난공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반도체 팹이라면 지반 조건과 관계없이 파일 기초, 매트 기초, 진동 차단 구조를 전제로 설계해서 진동을 방지하기 때문에 지반의 상태에 상관없이 입지로 선택이 가능한 것입니다.
설령 간척지 특성상 연약 지반을 보강하기 위한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 팹의 전체 투자 규모에 비하면 지엽적인 수준에 불과합니다. 연약 지반이 치명적 약점이라는 말은 해안가에는 염분이 많아서 반도체 팹을 못 짓는다는 용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호남 불가를 주장하기 위한 핑계로 침소봉대한 것에 불과합니다.
[#5 '배터리 메카'?] 반도체 팹 최적지다섯째, 새만금을 홀대하자는 게 아닙니다. 새만금은 넓은 부지와 항만이 있어 원료 수입·제품 수출이 중요한 이차전지와 데이터센터의 최적지입니다. 이미 10조 원 이상의 배터리 투자가 발표되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배터리의 메카로, 용인은 반도체의 심장으로 이것이 서로 사는 길입니다.
"넓은 부지와 항만이 있어 원료 수입·제품 수출이 중요한 이차전지와 데이터센터의 최적지"라면 그곳은 반도체 팹에도 최적지란 이야기입니다. 광활한 부지, 원활한 용수 공급, 수출입에 쉬운 항만 조건은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핵심 인프라와 일치합니다. 두 산업을 무리하게 나누어 하나는 수도권, 하나는 지방으로 못 박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호남에 비교하자면 용인은 넓은 부지가 없어서 멀쩡한 산을 깎아야 하는 등 이 의원이 말한 입지 조건과도 거리가 멉니다.
[#6 '시간은 돈'?] 오히려 호남이 유리여섯째, 시간은 돈입니다. 하루 70억 원입니다. 글로벌 기준으로 반도체 팹 건설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약 70억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지금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면 인허가 절차만 3~5년을 다시 밟아야 합니다. 그 사이 TSMC와 인텔은 2나노, 1.4나노를 선점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습니다.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따지자면 오히려 호남이 유리합니다. 2019년에 시작한 용인 SK하이닉스 클러스터는 용수 확보와 전력망 구축 문제, 토지 보상 등으로 인해 6년이 지난 이제야 첫 삽을 떴습니다. 지역 이기주의나 행정적 갈등이 없는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은 오히려 수도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의 주장대로 "시간이 돈"이라면, 갈등 구조가 뻔히 보이는 수도권 대신 반도체 사업에 대해 적극적 지원이 가능한 호남 지역을 찾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7 '반도체 철도'?] 새로운 생태계 확장일곱째, 지금 필요한 건 '쪼개기'가 아니라 '연결'입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용인을 새만금으로 떼어내는 게 아닙니다. 동탄역을 중심으로 평택, 화성, 용인, 이천을 고속으로 잇는 '반도체 철도'를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사와 원삼의 반도체 산업단지는 동탄역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의 업무지원 기능, 동탄2신도시의 우수한 주거환경과 시너지를 내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 의원은 용인 중심의 "반도체 철도"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결국 수도권에 반도체 팹과 소부장 업체들을 지금처럼 계속 모아가자는 말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반도체 생태계의 완성은 기존 거점의 연결이 아니라, 새로운 거점을 확보해 국가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호남 RE100 반도체 산단은 반도체 클러스터의 "쪼개기"가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로의 확장입니다.
이준석 의원의 말대로 반도체는 과학으로 지어야 합니다. 그 과학의 범위에는 반도체 공학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학, 도시 공학, 그리고 국가적 전략산업의 리스크 관리까지 포함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은 과학적 검토를 통해 호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자고 하는데,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셈법으로 용인을 고집하고 있는 겁니다. 생각의 범위가 지역구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준석 의원에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더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