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07 11:09최종 업데이트 26.01.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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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디애틀랜틱>에 실린 기사 "트럼프, 베네수엘라의 새 지도자에게 마두로보다 더 가혹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 위협"애틀랜틱

파나마운하·그린란드와 가자지구에 눈독을 들이며 베네수엘라와의 갈등을 증폭시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새벽에 납치하더니, 뒤이어 그린란드에 대한 탐욕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시각 4일 자 <디애틀랜틱>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린란드가 미국 방위에 필요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 때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2기 행정부 들어 트럼프는 관세정책 못지않게 세계 정치·군사 문제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할애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가자 전쟁은 물론이고 코소보-세르비아, 콩고민주공화국-르완다, 이집트-에티오피아, 이스라엘-이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파키스탄-인도, 캄보디아-태국 분쟁에도 중재자로 나섰다.

동시에, 그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경유하며 지구를 동서로 가르는 본초자오선으로부터 서쪽 180도 이내에 대한 탐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반구로 불리는 이 지역에서는 베네수엘라와 파나마·그린란드가 그의 핵심 표적이다.

태평양 절반과 아메리카 대륙 및 그린란드, 대서양 대부분이 포함되는 서반구를 겨냥한 이 같은 팽창주의는 1823년의 먼로주의로 설명할 수 있는 범주를 이미 벗어났다. 당시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미국은 유럽 문제에 간여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아메리카 대륙에 간여하지 말라'고 천명했다. 지금 트럼프는 이 원칙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이를 자기 스타일로 변형하고 있다.

트럼프-먼로주의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백악관

지난달 5일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트럼프가 대영제국 제국주의보다 훨씬 노골적인 제국주의를 서반구에서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개입을 강화한다는 면에서는 먼로주의의 재현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 개입의 수준이 1823년에 천명했던 것을 훨씬 상회한다는 점에서는 먼로주의보다는 트럼프-먼로주의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보고서는 서반구 경제를 미국의 이익에 맞게 재편하겠다고 예고한다. 제4장 '전략' 편은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 미국의 힘과 우선주의의 상식적이고도 강력한 복원"이라고 한 뒤 이곳에 대한 경제정책을 이렇게 설명한다.

"합중국은 관세와 상호주의적 무역협정을 강력한 도구로 삼아 우리의 경제와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상업 외교를 우선시할 것이다. 목표는, 경제적으로 더 강하고 더 정교해진 서반구가 미국의 상업과 투자에 더욱더 매력적인 시장이 되는 동시에 협력 국가들이 자국의 국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서반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이 지역 경제를 미국의 상업과 투자에 유리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곳의 경제적 수요에 맞춰 미국의 통상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필요에 맞춰 이 지역 시장 여건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약소국을 식량 및 원료 공급지와 상품 판매지로 개조하고자 했던 과거의 제국주의 정책을 서반구에서 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힘과 '아메리칸 퍼스트'를 상식적이고도 강력하게 복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다른 부분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 '상식적'보다는 '강력하게'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우리의 원칙 및 전략과 대체로 부합하는 이 지역의 정부 및 정당과 운동 세력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격려할 것"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서반구의 반미 진영을 상대로 힘을 앞세운 내정간섭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 문제는 오늘날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다. 향후 이런 재배치에 따라 기존 주둔지를 떠난 미군 부대 상당수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도 트럼프 행정부는 암시했다.

보고서는 "합중국은 서반구에서의 군대 주둔을 재고해야 한다"고 한 뒤 "우리 반구 내의 긴급 위협, 특히 이 전략에 명시된 임무에 부응하기 위한 세계적 군대 주둔의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한다. 서반구의 군사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미군 재배치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증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같은 예고는 미국과 갈등하는 중남미 대통령들이 마음 편히 잠잘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트럼프의 야망

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에 항의하는 한 시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 모형을 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이 주도하던 과거의 제국주의시대에는 최혜국 대우 규정이 약소국 침탈의 핵심 도구가 됐다. 약소국이 다른 특정국에 부여한 상업상의 최고 대우를 자국도 자동적으로 누리게 해달라는 이 규정은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인이 됐다.

트럼프가 꿈꾸는 향후의 서반구 국제질서에서는 최혜국 규정 같은 것도 필요 없다. 다른 나라가 부여받은 최고 대우를 미국도 누리게 해달라고 요구할 필요가 없다. 서반구 밖의 강대국이 서반구에서 특혜를 누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이곳에서 미국만이 홀로 최고의 대우를 받겠다는 발상이 트럼프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향후의 서반구 정책은 "비(非)반구 경쟁자들이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면서" 미국과 서반구의 연계를 긴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다. 중국 같은 '비'서반구 국가의 역내 영향력 확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는 (서반구의)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최우선 파트너로 인식하기를 희망하며,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타국과의 협력을 단념시킬 것"이라고 다짐한다. 비서반구 강대국과 역내 국가들의 협력관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이처럼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최혜국 대우가 필요 없는, 미국의 서반구 독점을 선포한 셈이다.

그런 방침이 중국의 이익만 해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우리의 반구를 성공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우리의 모든 대사관들은 그곳 국가의 주요 사업 기회, 특히 주요 정부 계약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외국 기업들을 몰아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 기업들의 중남미 사업에도 지장을 주는 언명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일, 교황 레오 14세는 마두로 납치에 우려를 표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보장해 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서반구 전략은 교황의 우려를 무시하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과거의 유럽제국주의국가들이 했던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서반구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이곳 국가들의 주권을 무시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서반구 국가들을 미국의 51번째 주, 52번째 주 등등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지구의 절반을 독차지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의 서반구 정책과 관련돼 언급되는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은 이 나라가 세계제국 지위를 버리고 서반구 국가로 은퇴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만만한 서반구를 발판으로 훨씬 강력한 제국으로 거듭나겠다고 나서는 것에 더 가깝다. 트럼프는 노쇠해진 자기 나라를 너무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반구 국가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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