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06 06:41최종 업데이트 26.01.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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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고백하건대, 이 연재글을 써야 하나 고민할 때 마음에 가장 크게 걸린 시기가 바로 2020년 하반기였다. 국민들을 고통 속에 빠뜨린 윤석열의 집권은 이때 그 불행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었고, 이는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의 정무적 상황 관리 실패의 결과였다. 2020년 12월 24일 윤석열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과 그 직후의 윤석열의 개선장군 같은 행태는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쳐지는 끔찍한 일이었다.

막스 베버의 말대로 정치는 신념윤리의 영역이 아니고 책임윤리의 영역이다. 따라서 아무리 선한 동기와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이라도 그것을 결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치의 영역에서 가혹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발탁한 윤석열은 검찰권을 제 주머니 공깃돌처럼 농락하였다. 그런데 그런 윤석열을 제압하겠다고 하여 개시한 징계 절차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마치 운동경기에서 '찬스 뒤에 위기가 온다'는 속설처럼 그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대선레이스로 달려가 버렸다. 이후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어 나라 전체를 김건희와 함께 농락했고, 이로인해 하마터면 나라 전체가 피비린내 나는 불구덩이로 빠질 뻔했다.

윤석열에 대한 징계가 진행되는 동안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지만, 징계 국면의 패배 이후 상황은 나를 더욱더 참담한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 마침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까지 나를 덮쳐왔다. 윤석열이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고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일은 내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어쩌면 그 시절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영영 치유되지 않을 것도 같다.

그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내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 글의 연재라는 화살은 활 시위를 떠났고, 이 연재에서 2020년 하반기를 빼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기왕에 글을 쓰기로 한 이상 경험한 바에 따라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정도일 것이다.

윤석열 징계청구가 진행된 이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하나의 현상이 눈 앞에서 벌어지까지 많은 원인과 이유가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석열에 대한 징계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징계 청구는 2020년 11월 24일에 있었지만, 이러한 징계청구가 있기까지 켜켜이 쌓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이 중 징계추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요소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기저요인으로, 두 가지를 촉발요인으로 꼽는다.

기저요인 세가지는 첫째, 조국 장관 사임(2019년 10월 14일), 둘째, 채널A 이○○기자와 한동훈 간 유착 의혹과 이에 대한 윤석열의 저항, 셋째, 판사 사찰 문건의 존재가 드러난 일이다. 촉발요인 두 가지는 첫째, 윤석열의 법무부 장관 부하가 아니라는 국정감사 발언, 둘째, 추미애 장관 아들에 대한 수사가 그것이다.

먼저 기저요인 첫째, 조국 장관 사임이다. 윤석열 패거리의 난동과 이로 인한 조국 장관 일가의 고초를 가슴 아프게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국 장관이 사임할 때에 윤석열도 같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확증도 없는 조국 펀드 의혹을 가지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했고, 그 조국 펀드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임이 드러났으니 조-윤 동시 퇴임 주장은 충분히 수긍할 만 하였다. 그러나 윤석열이 그런 염치를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당시 뉴스를 검색해 보면 조국 장관 사임과 함께 나온 윤석열 동반 퇴진 주장에 대한 검찰의 반응이 나온다.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조국 장관 퇴임 이후에도 (물론) 윤석열의 난동은 계속되었다. 유재수 사건으로 조국 구속 실패에 대한 뒤끝을 보이더니만, 울산 사건 수사 확대를 통하여 문재인 대통령마저 타깃 삼아 정부 전체를 뒤집어엎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이 임명되면서 윤석열이 수그러들고, 대검찰관계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 추 장관은 윤석열과 일선의 검사들을 분리하여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패거리들에 대하여는 불퇴전의 단호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일선 검사들 특히 형사부 검사들에 대하여는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2020년 1월의 검찰 인사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것도 고무적이었다. 윤석열 일당을 전체 검사들과 분리하여 윤석열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동훈 휴대폰 압수수색과 서울고검의 정진웅 독직폭행 기소

기저요인 둘째, 채널A 이○○기자와 한동훈 간 유착 의혹과 이에 대한 윤석열의 저항이다. 2020년 3월 31일 MBC에서 한동훈과 채널A 이○○ 기자 간에 유시민 작가를 타깃으로 한 유착 의혹이 보도되었다. 한동훈 등 정치 검찰과 친검 기자들의 협잡이 일부 드러난 것이다 .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이 조선일보 사주와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다는 소식이 시중에 파다한 때였다. 검찰이 언론과 합작하여 수사 중 기밀을 흘리고, 언론은 검찰의 입맞(수사방향)에 맞게 속보로 독자들을 장악하는 검언유착 의혹이 팽배한 가운데, 검찰이 여권 내 상징성이 큰 유시민을 타깃으로 삼고 친검 기자는 그 애드벌룬을 띄우는 합동 공세를 기획한 일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꼬리가 밟힌 한동훈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는 일은 윤석열과 나아가 정치검찰의 진면목을 밝히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더하여 추 장관은 과거 한명숙 총리 사건에서 검찰이 교도소 제보자를 회유하여 진술을 조작한 사건까지 문제삼아 윤석열 패거리들을 압박했다. 2020년 상반기는 이 문제로 검찰과 치열한 쟁투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윤석열의 저항도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그해 7월 29일 한동훈의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일이 판세를 결정해 버렸다. 한동훈은 자신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정진웅 검사가 자신을 독직폭행했다면서 수사와 감찰을 요청했다. 서울고검은 정진웅 검사를 특가법상 독직폭행 죄목으로 기소했다. 이 기소에 대하여 1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특가법상 독직폭행 무죄, 형법상 독직폭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서울고등법원)은 전부를 무죄 판결했고, 2022년 11월 30일 대법원은 전부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문제에 대한 서울고검의 감찰과 기소를 지켜보면서 검찰 조직이 정말 철옹성이구나를 새삼 절감했다. 검찰에 묻고 싶었다. 압색 현장에서 압색 대상자가 한동훈과 같은 행태와 주장을 한다면, 과연 검찰은 압색을 담당한 검사(나 수사관)을 감찰하고 기소할 것인가? 정말 내가 과문한 것인지 몰라도 단 한 건도 그런 예를 들어본 일이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공개한 ‘판사 불법사찰’ 의혹 문건오마이뉴스

기저요인 셋째, 판사 사찰 문건의 존재가 드러난 일이다. 윤석열 검찰이 판사들을 사찰하고 이를 기록·관리했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20년 11월 26일이었지만, 사실 판사사찰문건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2020년 2월의 일이다(그 상세는 한동수 전 대검감찰본부장이 쓴 <검찰의 심장부에서>라는 책에 기술되어 있고,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나도 변호사로 일하는 동안 검찰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판사,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하는 판사에 대하여 뒷조사를 한다는 소문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검찰이 특정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등의 내밀한 개인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등골이 서늘해졌던 기억이 난다. 판사 사찰 문건의 존재는 검찰의 전횡과 일탈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의미가 컸지만, 사실 이러한 사찰정보를 수집하는 이른바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도 새삼 환기시켜 주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검찰 범정 기능과 인력을 축소하고 이름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명까지 하였지만, 검찰은 정말이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었다는 점도 밝혀진 것이었다. 이 판사사찰 문건작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 지금 법무부 검찰국장직에 있는 성상헌 검사다. 아마도 다른 조직, 다른 사람들이 이와 동일한 판사 사찰 문건을 만들었다면, 검찰조직이 어떻게 했을지 지금도 궁금하다.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징계 추진이 어디 위 세 건만에 의해 추진되었겠는가? 여하간 윤석열은 스스로 업을 켜켜이 쌓고 있었다. 주유소 바닥에 유증기가 잔뜩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줄 알았을까? 윤석열 스스로 그 바닥에 성냥불을 던졌고, 그로 인하여 마침내 징계열차가 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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