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2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으로서 저희는 용인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불필요하고 비경제적인 논란으로 혼란을 가져와 사업이 지연될 경우 대한민국에 가져올 심대한 타격을 우려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개별 기업간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대항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대만, EU 등 반도체 중요 국가들은 반도체 공급망에 사활을 걸고 보조금 지급을 물론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으로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해 왔습니다.
첫 문장은 의원들 스스로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말입니다. 용인 지역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용인이라는 지역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며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게 맞습니다. 진정으로 국가 이익을 고려한다면 전력, 용수, 재생에너지 확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더 합리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의원들은 반도체 산업이 "촌각을 다툰"다고 했는데,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발생할 주민 반대와 사회적 갈등, 그로 인한 공기 지연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호남권 RE100 반도체 단지 조성이 기업들에 더 신속하고 안정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19년부터 시작된 클러스터 조성이 여러 이해당사자와의 조율 문제로 아직 1공장 착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일본 구마모토의 TSMC 팹은 2021년에 계획을 발표한 뒤 다음 해 바로 착공하고, 2년 만인 2024년 완공을 해서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제대로 된 입지 선정이 얼마나 빠른 사업 진행을 보장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의원들의 표현대로 반도체 산업이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대항전의 양상"이기 때문에 더더욱 정부가 나서서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기업이 자사의 편의를 위해 수도권을 고집하더라도, 지방에 산단을 조성하고 거기에 입주할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서 기업을 움직이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등 기업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렇듯, 국가가 앞장서서 민간기업과 함께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성공을 견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김성환 장관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을 뒷받침해야 할 장관이 재생에너지를 이유로 국가 전략산업을 흔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입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전력망이 우려된다면 김성환 장관이 나서야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전력망 구축이 차질을 빚는 것은 하남 시장이 변전소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 탓인데, 에너지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갈라 갈등을 키울 것이 아니라 전력망 문제 해결을 위해 자치단체장을 설득하는데 더욱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이 주장 역시 본질을 벗어났습니다. 국가는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견인할 책무가 있을 뿐, 그 장소가 반드시 '용인'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임무는 산업을 무조건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그 산업 구조와 방향이 기후변화나 에너지 사용, 환경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서 옳은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이 전기가 많은 곳에 가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발언은 장관으로서 꼭 했어야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또한, 의원들은 하남 변전소 사례를 들며 자치단체장 설득이 우선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문제의 규모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용인 산단에 필요한 거대 전력을 위해 전국에 얼마나 많은 송전탑을 세워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갈등에 대한 고려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남 변전소가 논란이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민 기피 시설인 대규모 변전소가 하남에 건설되지만, 그곳을 거친 전기를 쓰는 곳은 용인입니다. 전기를 쓰는 곳과 전력 설비를 떠안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분쟁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남한강의 여주보에서 용인으로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여주시를 관통하는 관로공사를 계획했다가 수년간 마찰을 빚었습니다. 용인에서 쓸 물을 위해 여주 시내를 갈아엎어야 하는 경우라 여주 지역 주민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이처럼 지자체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데, 수도권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호남과 강원에서 수도권까지 촘촘하게 송전철탑을 세우는 과정에서는 또 어떤 분쟁이 발생할까요? 송전탑을 통해 수도권까지 끌고 온 전기를 용인 산단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 고압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수도권 도시 곳곳의 땅을 파헤치게 되고,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면 수도권 내에서도 반대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도권의 편익을 위해 타 지역에 비용과 희생을 전가하는 불공정한 구조를 유지하는 한 이러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장관이 자치단체장을 설득해서 해결하라고 하는 건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입니다.
진정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면

▲싱가포르 해안가에 위치해 있는 마이크론의 반도체 팹. 세계 곳곳에 다수의 팹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마이크론 홈페이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옮기려고 하는 정치적 주장은 "전기 있는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를 주요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는 많은 조건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염분이 많은 해안 지역을 피해야 하고, 풍부하고 안정적인 용수, 고품질·무정전 전력이 필수입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만으로는 현재의 반도체 공정이 요구하는 품질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전기가 있는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건 그 전기가 재생에너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LNG발전이든 원자력 발전이든 억지로 전기를 만들어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더 이상 그걸 사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비할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염분이 많은 해안 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의원들의 전문성 결여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염분이 많은 해안 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일까요? 해안가에 세워진 반도체 팹은 세계적으로도 흔하디흔합니다. 반도체 팹이 열여섯 개나 있는 싱가포르는 그냥 섬나라입니다. 그중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마이크론은 아예 바닷가에 단지를 이루고 있고,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에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에도 팹이 있습니다. 역시 섬나라인 대만의 TSMC 역시 해안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염분이 적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도체 팹은 내염 설계를 하고, 반도체 생산은 먼지조차도 통제가 되는 클린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반도체 팹의 위치를 결정할 때 해안에 가까워 염분이 많은지는 주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나 서해안의 석탄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 때문에 수도권의 입지가 좋지가 않다고 주장하는 게 조금은 더 논리적입니다.
또한, 용수 문제 역시 한강 수계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가 오히려 기후 변화나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합니다. 섬진강, 영산강 등으로 수계를 다변화하는 것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와 계통 보완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하며, 이는 원거리 송전망 구축 비용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조건을 다 검토해 보더라도 호남이 수도권보다 입지가 낫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경기 남부와 충청 북부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트는 판교의 R&D, 용인·화성·수원·이천·평택·청주의 팹, 그리고 수십 년간 자연 형성된 소부장 생태계와 우수한 엔지니어 인력 풀 위에 구축된 세계적 산업 생태계입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의 신주 산업단지와 경쟁해야 할 산업 강국 대한민국의 심장입니다. 이전 대상지로 거론되는 지역이 이러한 조건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자연 형성된 반도체클러스터를 정치적 논리로 망가뜨리려고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의원들은 수도권의 기존 생태계를 강조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이 호남권으로 향한다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 시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수십조 원이 투자되는 산업 현장이라면 기업들은 어디든 찾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산업을 예를 들자면 현대 자동차는 울산 외에도 아산과 전주에 각각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기아 자동차 역시 광명 외에 화성과 광주에 공장이 있습니다. 한군데 모여 있지 않아도 자동차 생산에 문제가 없고, 각 지역에 관련 소부장 업체들이 생태계를 구성하여 협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되는데 반도체라고 안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 용인지역 국회의원들은 인위적으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이전하려는 일체의 시도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정부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이전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저희 용인지역 의원들은 용인반도체클러의 이전을 단호히 반대하며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세심하게 끝까지 챙기겠습니다.
용인 지역구 의원 4인은 서두에서 "용인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천명했지만, 결국 그들의 주장은 부족한 근거를 앞세운 '지역구 사수'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가 미래 산업의 핵심 전략을 지역 이기주의라는 좁은 틀 안에 가두려는 모습에 깊은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방법은 호남에 RE100 반도체 산단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으로의 이전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이언주, 이상식, 손명수, 부승찬 의원이 지역구의 좁은 이해관계를 넘어 국토 균형 발전과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호남권 RE100 반도체 산단 조성을 선제적으로 건의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이 기대하는 국가대표 정치인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네 의원은 부디 지역 이기주의를 내려놓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 길인지 재고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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