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소연
국회의원들은 어떨까요? 지난 20년간, 그러니까 2005년경부터 우리 정치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어쩌다 의원 배우자가 공적 영역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됐을까요?
두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소위 '오세훈법'이 통과된 게 2004년입니다. 오세훈 법의 핵심은 지구당 폐지였습니다. 당시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였습니다.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이 도입됐습니다. 2002년 노무현 경선부터 시작해 점점 확대되었습니다. 둘 다 당시로선 엄청난 개혁이었습니다. 어느 정당제도보다 정치자금을 줄이고, 어느 선거제도보다 국민의 참여 폭을 확대한, 민주적 관점에서는 단연 성공작입니다.
그러나 모든 제도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국민참여경선으로 룰이 결정되면, 비당원이라도 입당 원서를 내고 일정 기간 당비를 내면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마치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미리 준비해 두듯, 후보는 자기를 찍어 줄 지지자를 경선 전에 조직해 둬야 합니다. 경선 준비의 출발점입니다.
그렇게 해서 공천을 받는 데 성공해 현역 의원이 됩니다. 돼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에 입당시킨 자기 당원을 관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거북선을 준비해야 합니다. 당원을 공조직, 거북선을 사조직이라 부릅니다.
자, 그런데 지역구에 지구당이 폐지되고 없습니다. 대신 지역위원회(민주당)나 당원협의회(국민의힘)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은 못 둡니다. 그럼 '우리 지역구에 간판 달고 있는 저건 뭐냐?'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건 국회의원 사무실입니다. 의원 보좌진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역구 공약 사업 추진이나 행사 일정, 민원, 시청이나 시의회와의 대외협력 업무를 주로 담당합니다. 무엇보다 조직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해서 재선, 삼선이 됩니다. 공조직은 물론 사조직이 점점 커집니다. 대개 한 지역구에 동이 10개쯤 됩니다. 동당 100명 정도 공·사 조직원이 활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들은 국회의원을 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의원은 여의도에 있지 지역에 잘 없습니다. 대신 사모가 늘 있습니다. 보좌진도 있고, 기초·광역의원도 있지만, 사모를 더 만나고 싶어 합니다. 어떤 부탁이나 민원이 있을 때는 더 그러합니다. 그래야 제일 힘 센 국회의원한테 직보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모 주변에 사람이 모입니다. 정보도 모입니다. 무언가를 부탁합니다. 전부 표인지라 사모는 도와줘야 합니다. 직접 할 수는 없으니, 보좌진이나 기초·광역의원들에게 '체크해 보라'라고 지시합니다. 의원보다 사모가 지역구 구석구석, 이 사람 저 사람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사모의 권력이 시나브로 커집니다. 3선쯤 되면 의원은 여의도에 더 묶입니다. 당직이나 국회직을 맡기 때문입니다. 지역구 관리를 전적으로 맡겨놓다시피 한 의원은, 사모에게 점점 더 미안해집니다.
국회의원은 어디 가면 예우라도 받습니다. 국회에 가면 행정부에 호통도 치고, 방송이나 언론을 타면 지지자들이 응원도 해줍니다. 하지만 사모는 사뭇 빚쟁이 신세입니다. 지역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전부 유권자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스트레스란 게 어디선가 풀어야 사람이 살 수가 있습니다. 어디에 풀겠습니까?
당원들의 공조직으로서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다
국회의원들도 심각합니다. 지구당이 아니라, 의원 사무실이다 보니 사조직 관리가 풀뿌리 정치를 고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사모 정치가 극성을 부립니다.
이제 한번 끊어줄 때가 되었습니다. 정당정부의 교과서적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업둥이' 후보는 위험합니다. 이제 누가 됐건 첫 선거를 대통령 선거로 치러 당선되는 일은 만들어주지 말아야 합니다. 윤석열 덕분에 국민이 비싼 수업료 내고 체험 학습 톡톡히 했습니다. 의정 활동을 경험하고, 선거를 치르며 민심의 심판을 받아 본 정당 정치인이 그래도 낫습니다.
당원 자격 부여를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악회 가면서 당원 수련회라고 했습니다. 그럴 게 아니라 제대로 정치 교육해야 합니다. 지구당 부활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후원제도가 비교적 투명하게 잘 운영됩니다. 돈 선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사조직은 좋지 않습니다. 공조직으로서 당원의 풀뿌리 조직을 되살려야 합니다. 사무국장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둘 게 아니라, 중앙당에서 임명하고 당원들이 낸 당비로 월급 주면 됩니다.
대통령 배우자든, 국회의원의 배우자든 그들이 권력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가 사사로워집니다. 사사로우면 음습해지고, 음습해지면 반드시 부정부패부터 깃들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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