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교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밤섬. 1968년 섬이 폭파된 이후, 그 자리에 다시 모래와 흙이 쌓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1999년 서울시 최초로 생태경관보전 지역으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인정받아 생태계 보전지역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성낙선
한편 폭파 이후 완전히 사라졌던 밤섬은 1980년대 이후 그 자리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풀등(강물 속에 모래가 쌓이고 풀이 자란 지형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으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풀등 위로 버드나무가 자라고 물새들이 이곳을 보금자리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제1호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2012년에는 도심 속에 있는 물새 서식지의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밤섬은 현재 위 밤섬과 아래 밤섬의 두 개 섬으로 되어 있는데, 위 밤섬은 영등포구에 속하고, 아래 밤섬은 마포구에 속한다. 당초 위 밤섬이 아래 밤섬보다 컸으나, 최근에는 아래 밤섬에 퇴적량이 증가하면서 그 크기가 비슷해졌다.
밤섬에서 가장 무성하게 자라는 수목은 버드나무 종류이다. 과거에는 선버들이라고 하는 나무가 가장 무성했다. 밤섬은 한강 하구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매일 조수간만의 차가 발생한다. 적을 때는 수위 차가 50cm 남짓이지만 큰물이 질 때는 1m를 넘기기도 한다. 선버들은 수시로 물이 들고나는 지역에서 잘 살아가는 버드나무이다. 그래서 항상 뿌리가 물에 잠겨져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선버들은 모래가 물살에 씻겨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조수 간만의 차에도 밤섬의 모래가 흘러가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 선버들이 밤섬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밤섬 모래층 높이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밤섬 이주민들이 위 밤섬 가운데 설치한 비석이 이제는 꼭대기만 보일 정도로 모래 퇴적량이 많아졌다.
모래 퇴적으로 인해 밤섬이 육화되면서 밤섬의 풍경과 생태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밤섬이 육화되자 밤섬의 터줏대감이던 선버들은 물가로 밀려나고 밤섬 내부에는 비교적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능수버들과 버드나무들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환삼덩굴이나 가시박과 같은 덩굴성 식물들이 내부를 덮어 나무들의 생장을 방해하고 있다.

▲밤섬의 수목을 고사시켜 문제가 되는 가시박
오충현
가시박은 1년에 다 자란 버드나무 한 주를 고사시킬 정도로 그 확산과 성장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여름이면 가시박 사이에 꿀벌들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한강 변에는 꿀벌들이 먹을 꽃이 많지 않아서 그 역할을 가시박이 대신해 주고 있다. 버드나무에는 치명적인 식물이 꿀벌들에게는 소중한 먹이를 제공한다.
새들도 과거에는 얕은 모래밭을 걸어 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하던 도요새나 물떼새 종류가 많았으나, 육화가 되면서 물가에는 잠수성 오리류가 증가하고, 섬 내부에는 산새류가 많아지는 변화가 생겼다. 최근에는 민물가마우지들이 텃새화하면서 밤섬에서 연중 살아간다. 겨울이 되면 민물가마우지들의 분변이 버드나무를 하얗게 뒤덮어 멀리서 보면 버드나무가 흰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마우지는 한 장소에 지속적으로 똥을 싸는 특성이 있고 이 때문에 겨울철 밤섬은 하얗게 눈이 내린 모습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나무들을 고사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어 매년 봄이면 세척작업을 진행한다.
서울시
새봄이 오면 버드나무 새싹들이 잘 싹틀 수 있도록 한강본부에서 가마우지 분변 물청소를 하는 것도 이제는 연중 큰 행사가 되었다. 가마우지 분변이 축적되면 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하지만 밤섬은 전체가 모래섬으로 되어 있고, 연중 몇 차례 물에 잠기는 특성이 있어서 다행히 민물가마우지 분변에 의한 토양 산성화는 심각하지 않다. 다만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나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섬 곳곳에 있던 물웅덩이가 육화로 인해 사라지면서 한강에서 알을 낳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던 잉어와 붕어와 같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소들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족제비, 수달과 같은 포유류들도 출현하고 있다.
▲밤섬의 수달 발자국. 밤섬에 수달이 빈번히 출현할 정도로 생태가 건강해지고 있다.
오충현
야생동식물에 양보하는 공간 있어야
이처럼 다시 복원된 밤섬은 여러 가지 생물들이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토된 서울항 건설이나 한강버스와 같은 대형 선박의 주기적인 운항은 대형 선박 운항에 따른 항주파(배의 항해로 인해 발생하는 파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매년 여의도에서 시행하는 서울 불꽃축제의 소음과 빛에 대한 우려도 있다. 주최 측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철새들의 도래나 산란 시기를 피하고 있고, 조사 결과 불꽃축제로 인한 피해는 다행히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제적인 보호지역인 람사르 습지 바로 지척에서 불꽃축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이와 같은 밤섬 주변의 문제 외에 최근 밤섬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밤섬 보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밤섬의 보존된 자연환경이 알려지자 이곳에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거나 내부에 목재 데크를 설치하자는 의견들이 등장하고 있다. 밤섬은 일 년에 몇 차례 물에 잠기는 특징이 있고, 일반 토양이 아니라 모래로 되어 있어서 시설물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출입할 경우 그동안 보존된 자연환경이 빠르게 훼손될 위험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밤섬은 근대화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쫓겨난 섬이다. 다행히 자연의 힘에 의해 복구된 후 이번에는 사람들이 아닌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 인정받아 국제적인 보호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관광지 등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칫 야생동식물들도 쫓겨날 수 있다.
우리가 꿈꾸는 한강에는 밤섬과 같이 사람이 아닌 야생동식물에 양보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밤섬이 오래오래 사람의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야생동식물들의 보물섬으로 남아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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