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2 22:27최종 업데이트 25.12.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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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내란우두머리' 재판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증인으로 나왔다.서울중앙지방법원

1년 전에도 '몰랐다'는 답변만 반복하던 전직 계엄사령관은 증인 신분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피고인 윤석열'에게 불리한 정황조차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그가 퇴장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통상 계엄이 선포되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를 이끄는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추정됐다. 훈련 상황도 비슷했다. 하지만 1년 전 윤씨는 예상과 달리 박 전 총장을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합참의장은 북한의 도발 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계엄사령관 박안수' 이름으로 포고령까지 선포했던 박 전 총장은 계엄 선포 계획도, 수방사와 특전사의 출동도, 방첩사가 주요인사 체포조 준비도 전혀 몰랐다고 말해왔다. 이날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김용현 전 장관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16분부터 1시 47분까지 윤석열씨가 머물었던 합참 전투통제실과 결심지원실 모두 함께 있었던 유일한 인물임에도, 당시 상황과 관련해 '기억이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증언만 반복했다.

대통령의 '짜증' 목격자 있는데... 박안수는 "기억 없다, 모르겠다"만

조재철 검사 : "당시 전투통제실에 있던 사람 중에 '대통령께서 언성을 높이면서 김용현 장관에게 국회의원부터 잡으라고 했는데 뭘 한 거냐 했고, 김 전 장관이 인원이 너무 부족했다고 하자 계속해서 다시 (계엄을) 걸면 된다.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 국회에서 의결했어도 새벽에 다시 걸면 했다'고 한 사람이 있다(관련기사 : 3시간 23분 미스터리... 윤석열 "두번 세번" 발언 목격자들" https://omn.kr/2fo6r)".

박안수 전 총장 : "제 기억에 없다. 제가 (결심지원실에) 조금 늦게 들어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투통제실에서 결심지원실로 들어가는 순간에, 그때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세 명이 있을 때는..."
조재철 검사 : "세 명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전투통제실에서 들은 기억 없는가."
박안수 전 총장 : "네네."

조재철 검사 : "김철진(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은 '대통령이 몇 명 정도 투입됐는지 물어보니 김용현이 500명 정도라고 답했고, 대통령이 그것 봐라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냐,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기억나는가."
박안수 전 총장 : "장관님, 그리고 김철진 보좌관하고 앞에 들어갈 때 제가 안 들어가서 정확히 모르겠다."

조재철 검사 : "홍창식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잠시 결심지원실에 가서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국회법 출력물을 가져다준 사람인데, 이미 갔더니 (김철진 보좌관이 찾아온) 국회법 법령집이 놓여있던 상황이고, 대통령이 짜증난 표정으로 장관에게 '장관이 이런 걸 준비하려면 철저히 해야지.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네요'라며 질책하는 걸 들었다고 한다. 장관이 당황하니까 피고인이 '우리 이야기 좀 하게 다 나가세요'라고 말했다는데 기억하는가."
박안수 전 총장 : "죄송하다. 잘 모르겠다."

박 전 총장은 단 세 사람만 남아있던 결심지원실에서 윤씨와 김 전 장관이 나눈 대화도 잘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윤씨가 직접 '장관과 계엄해제에 관한 의견이 있냐는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못 들었는가'라고 물었을 때도 "두분께서 해제라는 절차를 밟는다는 느낌 정도 있었지, 그런 걸 확실하게 캐치(catch) 못해서 제가 정확하게 말씀 못 드리겠다. 그냥 긴장된 상태에서 흘러가는구나 했다"고만 대답했다.

흥분한 윤석열... "통닭 한 마리" 운운하며 또 계엄 정당화

유리한 국면을 맞이했다고 생각했을까. 윤씨는 평소보다 더 증인신문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박 전 총장이 검찰 조사 당시 그렸던 결심지원실 구조도를 띄운 화면이 법정 안 TV에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직접 짚어가며 "이 테이블이 이렇게 된 게 아니고 약간 T자형으로 되어가지고"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박 전 총장 위치는 대각선 맞은편이라고도 했다. 박 전 총장은 방 구조상 대각선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내란우두머리' 재판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증인으로 나왔다.서울중앙지방법원

윤씨는 또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또 다시 '경고성 계엄'이었음을 주장했다. 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동 사실은 자신도 "나중에 들었지만"이라고 강조하는 것 또한 빼놓지 않았다.

윤석열씨 : "대통령이 선포만 했지, 국회에는 경비, 질서병력이 들어가고 선관위에는 일부가 들어갔다고 나중에 들었지만, 그거 외에 계엄사령관으로 장관이나 대통령한테 이런 실시 계획을 추가로 들은 게 있나."
박안수 전 총장 :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냥 선포만 했고..."

윤석열씨 : "그럼 이렇게 선포만 있고, 계엄 선포가 23시부로 선포됐고 국회에서 거의 2시간 만에 해제 결의가 나고, 해제 결의가 나자마자 즉시 군은 바로 철수를 시작했고 (중략) 그런데 이렇게 시작도 제대로 못한 이 계엄에 대해서 무슨 뭐 내란이니 이런 거는, 증인도 아까 얘기하셨지만 이 계엄 해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게 대통령이 뭔가 국민들한테 확실한 뭔가, 좀 깨워야 된다는 생각으로 던진 거지, 이게 무슨 통상의 군사행정조치 또는 뭐 독재적 어떤 그, 행정권을 가지고 뭔가를 막 실행하려고 한 계엄으로 보이는가."
박안수 전 총장 : "아니다. 정밀한 계획은 앞뒤 하나도 없었고 그냥 선포만 하셨다. 뭐 진행된 게 없지 않은가."

윤씨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계엄 선포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거대 야당의 입법독재, 예산독재' 얘기도 다시 꺼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군 간부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주임원사 활동비 이런 것도, 주임원사가 소대 사병들을 관리하는데 하다못해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주려면 꼭 필요한 돈인데 어떻게 이런 거를, 이런 거만 딱딱 골라 갖고 자르나 모른다. 군에서도 이런 얘기 안 나왔나? 내가 이거 몇 번을 얘기했거든, 몇 년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부터는, 마지막으로 물으시고, (쟁점사항과) 관련된 것만 질문하시죠."

지귀연 부장판사가 개입했다. 윤석열씨는 "죄송하다. 계엄 선포에 전시, 교전 얘기만 하기 때문에 이게 계엄 선포 사유 관련해서 의미 있는 거라 물어봤다"며 발언을 정리했다.

"포고령 무겁게 느꼈다"면서도... 아무 것도 몰랐다고만

박 전 총장은 자신의 책임은 축소하면서도 포고령이나 국회의원 체포 시도 등의 문제점은 인정했다. 그는 "(포고령을) 굉장히 무겁게 느꼈다. 그래서 (합참에 함께 있던 군관계자들과) 돌려보면서 '어떤 법적 검토를 했냐' 그런 얘기가 자꾸 나왔고, 용어 자체가 굉장히 섬뜩한 내용이 있어서 체크했다"며 "'처단한다'고 해서 '이게 뭐냐' 놀라긴 했다. 우리 군대에서 쓰는 용어는 아닌데"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체포가 군의 임무인가'란 내란특검 질문에 "위헌적인 것은 맞다"고도 답했다.

하지만 윤석열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하겠다는 프레임을 자꾸 만들어냈다. 계엄 선포했다가 해제하고 또 선포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물었을 때는 "첫 번째 계엄도 안 됐는데, 두번째는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맞장구를 쳤다. 윤씨는 또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씨 : "특검이 이 계엄이 실패한 거 아니냐 했는데, 성공이냐 실패를 가르려면 계엄의 목적이 있어야죠. 증인은 이 계엄의 목적이 뭐라 생각하는가? (생략) 여기에 대해서 실패냐 성공이냐 물어보면 이건 성공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실패라고 하려면 계엄의 목적이나 이런 거를 알아야 하는(데) 없었지 않나. 특검에서 아무리 뒤지고 수사해도, 정무계획이나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조사받은 것 없지 않나. (특검에서 뭔가) 들이대면서."
박안수 전 총장 : "네."

윤씨는 지난해 민주당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모니터단 파견을 민주당이 정쟁화해 신원식 장관 탄핵을 추진했다며 "원래 미국 남북전쟁이 당시에는 최첨단 무기를 써가지고, 유럽 많은 국가들이 참관하기 위해 엄청나게 모인 것 알고 계시죠"라고 했다. 정작 신 전 장관이 같은 날 이상민 전 장관 재판에서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크게 실망했다"고 증언한 것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관련 기사 : 신원식 "술자리 얘기라더니 계엄 선포... 윤석열에 크게 실망" https://omn.kr/2ggsz).

한편 박 전 총장은 증인신문 후 방청석 윤씨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가'란 윤씨 변호인 질문에 "군은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조직으로 평생 교육받고 신념화돼있다. 나라가 자랑스러워야 할 군인이 내란이라는... 내란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각하기도 싫은 단어"라고 대답했다. 계엄 당일 상황실 구성에 급급해 아무것도 몰랐고, 기억도 흐릿하다며 모호한 답변만 내놓던 그가 거의 유일하게 명확한 입장을 밝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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