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23 09:29최종 업데이트 25.12.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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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는 근대화를 추진했다고 한들 가난했던 시절이다. 한국 전쟁 이후 국토는 잿더미가 됐고, 국민들은 전쟁의 참화가 채 가시지 않은 국토 속 기생충과 전염병, 영양결핍으로 시름했다. 공중보건서비스가 '언감생심'이던 시절이다.

병원은커녕 공중보건서비스조차 턱없이 부족하던 시기를 지나서이기 때문일까. 한국에서는 지금도 '공중보건서비스'라고 하면 대부분 국가를 떠올린다. 실제로 가난하고 인구 대부분이 적절한 공중위생을 누리지 못했던 시절, 한국의 보건소와 공공병원은 공중보건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공급했다. 가족계획과 기생충 예방, 전염병 예방과 관리 등의 사업은 보건소의 기틀을 마련했다.

연령대별로 그 모양은 달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왼팔에 바코드처럼 가지고 있는 주사 자국은 국가 공중보건 사업의 흔적이다. 흔히 '불주사'라고도 불리는 결핵 예방접종(BCG) 자국이다. 전쟁 이후 결핵 환자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1960년대까지 사망원인 순위 1~2위로 추정되고 있어 국가적으로 '관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954년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0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2024년 사망원인 1위인 암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174.3명인 것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당시 결핵에 대한 국가관리는 국제 원조의 주요 조건이 되면서 국가 공중보건 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매김했고,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보건소가 중심이 되어 '전국민'에게 예방부터 교육, 진단과 치료까지 무료로 지원한 거의 유일한 질병이었다[1].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생후 4주 이내 결핵 예방접종(BCG)을 받고, 결핵 고위험군은 주기적으로 (잠복)결핵 검사를 받는다. 진단 받은 활동성 결핵 환자와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은 국가 감시체계에 등록되어 결핵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시 치료를 완료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받는다. 빈곤과 밀접하게 연관한 만큼 노인, 외국인, 이탈주민, 홈리스 등 '취약계층'에 대한 체계도 견고하게 마련되어 있다. 나열한 대부분의 서비스는 국가의 재정을 사용하므로 국민과 특별 대상자라면 '무료'다.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

결핵은 정해진 치료를 완결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예방과 진단과 함께 6개월 기간의 치료를 완료한 환자의 숫자가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 지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와 인력의 부족은 실제로 낮은 결핵 치료 시작률과 완료율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환자들과 국민들의 불만은 보건소로 향했다.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 이후 민간 병원에서도 결핵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2000년대 중반에는 결핵 치료기관 선호도 조사에서 민간병의원(77%)이 보건소(23%)를 앞지르게 되었다. 민간 병의원의 결핵 치료는 국가 관리 대상이 아니었던지라 그렇다고 당시 민간 병의원의 결핵 치료 결과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결핵 발생 감소 속도가 2000년 이후 더뎌졌고, 뉴밀레니엄 시대에 OECD 국가 가운데에서는 여전히 결핵발생률과 사망률이 1위라는 사실은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했다. 정부는 보건소에 충분한 여건을 마련하기보다는 '민간' 병의원을 내세웠다. 국제보건기구(WHO)의 권고, 긍정적이었던 시범사업의 결과, 국민들의 선호, 접근성과 형평성 향상 등을 근거로 정부는 2006년, 결핵 퇴치를 위한 '결핵 공공-민간 협력 모델(PPM)'을 도입하고, 200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9년 결핵 관리를 위한 주요 정책으로 정착시켰다. 2024년 기준 보건소의 결핵 신환자 분담률은 1%가 되지 않으며, PPM 의료기관과 PPM 외 의료기관에서 각각 76.5%와 22.5%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과 결핵전담간호사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에서 결핵관리전담간호사와 결핵관리전담요원의 업무 범위2022년 11월 21일자 질병관리청의 카드뉴스.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 소개에서 결핵관리전담간호사와 전담요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질병관리청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의 중심에는 결핵전담간호사가 있다. 실제 사업 지침 역시 결핵전담간호사를 중심으로 개발돼 있다. 이들은 확진된 환자를 등록하고, 환자들과 치료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진행한다. 치료가 시작되면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면서 환자의 치료 순응도와 이상반응 등 확인하고, 필요시 사회복지 자원을 연계하는 등 결핵 치료 전 과정을 돕는다.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중단율을 줄이는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의 성공적인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한편, 그 이면에 커진 지역 간 결핵 발생률 격차, 치료의 불평등, 환자의 삶이나 입장보다는 결핵균 사멸을 목표에 두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은 그 '성공'이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자꾸만 망각한다.

결핵전담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이로 인한 고통은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언제나 공론화되지 못했고, 따라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간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보니 일부 종합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병원에 속한 결핵전담간호사들은 계약직이다. 그나마 무기계약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들은 다른 간호직에 비해 급여도 매우 낮다. 이직률은 높고, 업무 지속성은 낮다.

사업 지침이 결핵전담간호사 업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건 한편으로 모든 책임이 이들에게 부과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상 계약 당사자인 정부와 병원이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결핵전담간호사는 상시 구인난을 겪고 있고, 별도 관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병원은 내부 다른 인력을 재배치해 주지 않는다.¹ 이로 인한 업무의 과중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인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필수노동과 젠더 역설

한국은 현대 정부수립 이래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을 으레 민간에 의존해 왔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포함, 2023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6만 3766개의 등록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채 1%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민간에서 직접 설치운영하거나(약 84.2%), 지자체가 설치만 하고 운영을 민간에 위탁을 주고 있다(약 14.3%). '전국민건강보험' 덕인지 보건의료는 공공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지만, 실제 서비스 공급 역시 전적으로 민간 의존적이다.

민간위탁 사업 일자리는 대부분 불안정성이 높다. 더욱이 민간에 의존한 사회 및 의료서비스는 주로 여성을 동원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의료와 돌봄을 포함, 국가가 제공하기로 약속한 필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에는 대부분 고용조건이 불안정하고, 따라서 지역 여성 노동자가 배치되어 있다. 민간위탁 제도가 제공하는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지역사회의 가장 불안정한 여성 노동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면 여성 고용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이 '시민'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인다거나, 일견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므로 '여성 친화적' 정책의 지표로 활용되지만, 실상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이 체계적으로 이들을 노동시장의 주변부에 위치시킴으로써 불평등을 심화하는 모순을 가져온다.

지난해 이맘때쯤 Health Socialist Club은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와 주민의 행방을 물으며, "'국가적 성공'으로 가는 길에 '사람'만 없다"고 평가했다(바로가기). 민간-공공협력 결핵관리사업의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국가는 어떤 책임을 지역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미루기보다는, 그 성공이 누구의 노동 위에 서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¹ 정부는 오히려 다른 기관 간 결핵전담간호사 재배치를 제안하지만, 이는 실제 고용 계약을 맺는 사용자인 병원을 또 다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점, 이 경우에도 절대적인 인원 수의 재배치지 인력의 고용을 유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1] 김지민. (2020). 1960~1970년대 결핵관리사업의 성별화된 구축과 실행. 중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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