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입장에선 조직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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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은 제도다. 모두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그 권리를 신청하는 것도 허가하는 것도 모두 법이 아닌 사람의 일이다. 그 모든 일들의 시작과 끝은 '조직문화'라는 환경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법은 시대적 흐름과 필요성에 따라 매년 바뀌어도, 조직문화는 10년이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다. 특히나 '육아'라는 경험은 간접적 경험치도 높지 않은 영역이다.
워킹맘들에게 법뿐 아닌 조직문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출생 시대라는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와도, 그건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고 법을 개정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또한 여러 법안 중에서 개정된 내용은 해당 법을 쓰는 사용자나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담당자 정도만 인지할 뿐이다.
특정 제도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상급자에게 이 제도를 쓰겠노라 말하는 건 사실 어불성설에 가깝다. 나 역시 그러한 때에 제도를 쓰면서 신청도 비밀스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여전하다. 법을 어기는 것도, 규정을 피해서 내 권리를 신청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재 육아 관련 제도를 쓰며 회사를 다니는 주변 동료들은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상대적 소수임은 여전하다. 소수의 직원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언제나 부담이다.
후배의 말처럼, 회사에서는 상사와 동료 눈치, 집에서는 배우자와 아이 눈치를 본다면 웬만한 워킹맘들은 모두 신경쇠약에 걸릴 수밖에 없다. 자존감도 자신감도 떨어진 채 일도 육아도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제도와 문화의 시차
제도의 시계는 앞으로 가고 있다. 좋든, 싫든 그래도 시침과 분침은 앞으로 간다. 반면, 문화의 시계는 초침 정도만 움직이는 정도다. 법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생애전망과 출산의향: GGS Korea 예비조사 분석' 결과는 이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19~44세 1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경우 노동 생애 지속이 실현 가능하다고 인식할수록 출산의향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지만, 노동 지속이 어렵다고 전망하는 집단은 출산의향이 가장 낮았다.
후배가 수술 후 회복기간 2주를 온전히 쓰지 못하고 고민했던 이유, 내가 아이 감기에 이어 내 폐렴까지 앓으면서도 병가를 쓰기 주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워킹맘의 병가는 법적으로는 당연한 권리지만, 조직문화 속에서는 여전히 '유죄'처럼 취급받는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것을 실행하는 조직문화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워킹맘들은 여전히 아플 권리조차 눈치 보며 신청해야 한다.
출산 후 일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는 법이나 제도뿐 아닌 그 법과 제도를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문화가 있는지도 포함되어 있다.
후배는 결국 2주 병가를 썼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겪어야 했던 심리적 부담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제도와 문화의 시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저출생 문제는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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