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9 07:00최종 업데이트 25.12.19 07:00
  • 본문듣기
지난 10월 15일 국회의원회관 1층 출입구 쪽 의원회관 방문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피감기관 공무원, 기업 대관 종사자, 민원인 등이 많이 방문한다.김지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전관 로비 관행에 대한 제도 정비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동안 쿠팡이 대통령비서실, 검찰, 국회 등 주요 기관 출신 인사 25명을 채용해 대관 업무를 맡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관 채용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쿠팡만의 사례도 아니다. 그동안 대기업과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한 전관 로비는 횡행해 왔다.

이러한 전직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공직자 취업제한제도가 마련돼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는 퇴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취업제한기관에 재취업하려는 경우, 퇴직 전 소속 기관의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의 업무 간 관련성 등에 대해 재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다 보니,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만 해도 퇴직공직자들이 쿠팡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과 대형 로펌 등으로 재취업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공직윤리시스템(peti.go.kr)에 공개된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자료를 분석했다.

공직자 취업심사 공개 현황공직윤리시스템 상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결과공직윤리시스템

대기업·대형 로펌, 어디로 많이 갔나

분석 결과, 취업으로 결정된 업체들 가운데 단일 업체 기준으로 10명 이상의 퇴직공직자가 입사한 곳은 국방과학연구소(12명), 김·장법률사무소(11명), 엘아이지넥스원㈜(11명), 국방기술품질원(10명) 순이었다. 이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 엘아이지넥스원, 국방기술품질원은 모두 국방부나 국가안보실 등 국방·안보 관련 기관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반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법률사무소에는 11명 가운데 금융감독원 출신 3명, 외교부 출신 2명을 비롯해 국방부, 법무부, 해양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출신이 각각 1명씩 자문위원이나 고문 등의 직위로 취업했다.

공직자 김앤장법률사무소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김앤장법률사무소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장법률사무소 외에도 대형 로펌은 퇴직공직자들의 주요 재취업처 중 하나다. 11개월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에는 9명, 법무법인 율촌에는 8명, 법무법인 세종에는 7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계열사로 흩어진 대기업 재취업

대기업의 경우 본사보다는 계열사나 자회사로 분산해 취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 업체에 10명 이상이 취업한 사례는 없었지만, 지난 11개월 동안 삼성, 현대, SK, CJ, 한화, 쿠팡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취업심사 건수를 합하면 총 64건에 달한다.

공직자 삼성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삼성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삼성은 삼성물산 6명(경찰청, 소방청, 한국전력기술 4명), 삼성바이오로직스 1명(대통령비서실), 삼성생명보험 2명(국무조정실, 해양경찰청), 삼성웰스토리 1명(국방부), 삼성이앤에이 1명(산업통상자원부), 삼성전자 2명(경찰청, 관세청), 삼성전자서비스 2명(경찰청), 삼성증권 1명(금융위원회), 삼성카드 2명(한국은행, 경찰청), 삼성화재해상보험 2명(경찰청) 등 총 20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해 가장 많은 퇴직공직자를 재취업시켰다.

공직자 한화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한화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화는 총 18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세부적으로는 한화오션 4명(외교부, 한국생산성본부, 국방과학연구소, 산업통상자원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명(국방부 4명, 방위사업청), 한화시스템 4명(국방부 2명, 국가정보원, 국방과학연구소), 한화솔루션 1명(산업통상자원부), 한화손해보험 1명(경찰청), 한화생명보험 2명(금융위원회, 경찰청), 한화생명금융서비스 1명(금융위원회)이다.

공직자 현대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현대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현대는 현대자동차 1명(경찰청), 현대커머셜 1명(금융감독원), 현대로템 3명(국방과학연구소, 국방부, 한국자산관리공사), 현대건설 1명(한국전력기술), 현대위아 1명(감사원) 등 총 7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공직자 SK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SK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SK는 SK하이닉스 2명(검찰청, 한국전력공사), SK쉴더즈 1명(대통령경호처), SK디앤디 1명(검찰청), SK에코플랜트 1명(경찰청), SK렌터카 1명(금융감독원) 등 총 6명이 재취업했다.

공직자 CJ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CJ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CJ는 CJ 본사 1명(한국은행), CJ제일제당 3명(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경찰청), CJ프레시웨이 1명(외교부), CJ대한통운 2명(검찰청, 해외건설협회) 등 총 7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공직자 쿠팡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쿠팡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쿠팡은 쿠팡 본사 7명(대통령비서실, 검찰청 2명,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1명(고용노동부), 쿠팡페이 1명(공정거래위원회), 쿠팡풀필먼트서비스 1명(경찰청) 등 총 10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경찰청 경감 출신 퇴직공직자 1명은 2025년 11월에 퇴직해, 이번 달 쿠팡 본사에 부장급으로 입사한다.

이 밖에도 카카오, 네이버, 롯데 등 대기업과 빗썸과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로 재취업한 사례도 눈에 띈다. 또한 협회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 기관이 퇴직 전 소관 감독·지원 업무와 연관돼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힘 있는 기관 출신일수록 쉬운 재취업 문턱

분석 결과 전체 818건 가운데 취업가능(업무 관련성 없다고 판단) 결정은 569건, 취업승인(업무 관련성 있으나 예외 사유 인정)결정은 186건으로 전체의 92%가 재취업을 허용받았다. 반면 취업불승인이나 취업제한 결정은 총 63건에 불과했다. 재취업심사는 이해충돌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지만, 실제 심사 과정에서는 대부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시민사회에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절차가 사실상 심사가 아니라 취업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 단적인 예가 수사·감사·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 출신들의 심사 결과다. 올해 11개월 동안 대통령비서실 출신 퇴직자 26명이 재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단 1명만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25년 4월 퇴직한 대통령비서실 4급 상당 공직자가 법무법인 세종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하려 했으나,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취업제한 결정을 받은 사례다.

검찰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9명의 재취업 심사 대상자 가운데 로엘법무법인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하려 했던 전직 검찰 6급 직원 1명을 제외하고, 28명 모두가 심사를 통과했다.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각각 13명 전원, 7명 전원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역시 각각 39명 중 35명, 44명 중 42명이 재취업을 허용받았다.

이처럼 높은 심사 통과율을 두고 재취업심사의 핵심 기준인 '업무 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문이나 자문위원 등 직위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총괄 업무라는 이유로 전직의 개별 업무와 다르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관이 지니는 네트워크와 영향력이라는 무형의 권력은 심사 대상에서 배제된 채, 재취업심사는 제한 장치가 아니라 합법적 면책 절차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재취업심사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권력과 영향력이 큰 출신일수록 더 관대하게 적용되고 있다. '업무 관련성 없음'이라는 판단 아래 전관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은 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고, 재취업심사는 제한이 아닌 통과 의례로 기능하고 있다. 전관 채용 논란이 특정 기업의 일탈로만 소비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몇 사례에 대한 사후 비난이 아니라, 재취업심사의 기준과 구조 자체를 다시 묻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