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쿠팡 재취업 현황2025년 1월~11월 퇴직공직자의 쿠팡 취업심사결과. 공직자윤리시스템 공표자료를 취합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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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쿠팡 본사 7명(대통령비서실, 검찰청 2명,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1명(고용노동부), 쿠팡페이 1명(공정거래위원회), 쿠팡풀필먼트서비스 1명(경찰청) 등 총 10명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경찰청 경감 출신 퇴직공직자 1명은 2025년 11월에 퇴직해, 이번 달 쿠팡 본사에 부장급으로 입사한다.
이 밖에도 카카오, 네이버, 롯데 등 대기업과 빗썸과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로 재취업한 사례도 눈에 띈다. 또한 협회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 기관이 퇴직 전 소관 감독·지원 업무와 연관돼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힘 있는 기관 출신일수록 쉬운 재취업 문턱
분석 결과 전체 818건 가운데 취업가능(업무 관련성 없다고 판단) 결정은 569건, 취업승인(업무 관련성 있으나 예외 사유 인정)결정은 186건으로 전체의 92%가 재취업을 허용받았다. 반면 취업불승인이나 취업제한 결정은 총 63건에 불과했다. 재취업심사는 이해충돌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지만, 실제 심사 과정에서는 대부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시민사회에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절차가 사실상 심사가 아니라 취업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 단적인 예가 수사·감사·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 출신들의 심사 결과다. 올해 11개월 동안 대통령비서실 출신 퇴직자 26명이 재취업 심사를 받았는데, 단 1명만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25년 4월 퇴직한 대통령비서실 4급 상당 공직자가 법무법인 세종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하려 했으나,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취업제한 결정을 받은 사례다.
검찰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9명의 재취업 심사 대상자 가운데 로엘법무법인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하려 했던 전직 검찰 6급 직원 1명을 제외하고, 28명 모두가 심사를 통과했다.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각각 13명 전원, 7명 전원이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역시 각각 39명 중 35명, 44명 중 42명이 재취업을 허용받았다.
이처럼 높은 심사 통과율을 두고 재취업심사의 핵심 기준인 '업무 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문이나 자문위원 등 직위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총괄 업무라는 이유로 전직의 개별 업무와 다르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관이 지니는 네트워크와 영향력이라는 무형의 권력은 심사 대상에서 배제된 채, 재취업심사는 제한 장치가 아니라 합법적 면책 절차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재취업심사 제도를 두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권력과 영향력이 큰 출신일수록 더 관대하게 적용되고 있다. '업무 관련성 없음'이라는 판단 아래 전관의 네트워크와 영향력은 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고, 재취업심사는 제한이 아닌 통과 의례로 기능하고 있다. 전관 채용 논란이 특정 기업의 일탈로만 소비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몇 사례에 대한 사후 비난이 아니라, 재취업심사의 기준과 구조 자체를 다시 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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