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3 11:12최종 업데이트 25.12.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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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구조개혁의 닻이 올랐습니다. 지난 11월 10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쏘아올린 휴게소 구조개혁은 단순히 수십 년간 해결못한 휴게소 음식 불만 해결에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에 휴게소 근무자로서 20년 간 고속도로 휴게소의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해 온 기자의 눈을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의 고질적인 문제를 짚고 그 해결 방안을 살펴보고자 합니다.[기자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대통령실은 왜 휴게소 문제를 꺼내들었을까

고속도로 휴게소 문제는 단순히 음식이 비싸다, 맛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살인적인 임대료, 퇴직자 전관예우, 공공서비스 약화, 수상한 입찰 등 국민의 관심이 높은 민생 문제이자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휴게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정치인과 국회의원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매년 국정감사만 보더라도, 민의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은 한국도로공사를 향해 많은 지적을 쏟아냈고, 그 때마다 한국도로공사는 "​검토하겠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진행하겠다", "가격 문제는 운영사의 고유권한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당연히 고치지 않았죠. 잠시 흉내만 내고 시간을 끌면, 도로공사 사장이 바뀌고, 국회의원도 바뀌어 잊히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수십 년 간 우려먹다 보니 이제는 국회의원도, 국민도 '아! 이건 말로 해서 될 문제가 아니구나', '도로공사는 절대로 제 머리 못깎는 조직이구나' 하는 구조 개혁으로 결론이 나버린 듯 합니다.

50년간 해결하지 못한 휴게소 음식 불만을 이번 정부가 해결한다면 국민에게 큰 성과로 기억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휴게소 문제를 지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새 정책에는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반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관련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는 다릅니다. 여야 정치권 모두 반대하지 않으며,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 휴게소 개혁은 생각보다 성과를 내기 쉽다는 것입니다

휴게소 음식 불만,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

휴게소 음식을 먹고 나서 불만을 품지 않은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는 오지에 있고 직원 구하기도 어려워 맛있는 식사가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휴게소 음식 불만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와 도로공사가 나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문제인지 국민은 납득하지 못합니다.

우선 휴게소를 잘 모르는 정부와 국회는 휴게소 음식 불만은 운영 구조만 바꾸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식 불만의 원인이 비싼 임대료 탓이니 임대료만 낮추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휴게소 임대료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을 파는 점주가 휴게소에 내는 임대료는 40% 내외입니다. 시중 백화점과 비교해도 2배는 될 법한 엄청난 임대료죠. 이 정도 임대료를 내면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40%가 넘는 임대료는 운영사 호주머니에 있지 않습니다. 운영사는 그 임대료 중 13~15%를 도로공사에 납부합니다. 그리고 남은 돈을 인건비며 휴게소 관리비 등에 사용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매출이 있건 없건 24시간 운영을 해야 하기에 인건비부터 수도광열비, 시설유지비, 수선비, 청소비까지 그 모든 비용을 (도로공사가 아닌) 운영사가 부담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휴게소 건물을 세울 때는 국비가 지원되나 이후 유지관리에는 세금이 한 푼도 지원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통행료로 운영될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톨게이트(영업소)를 운영하는 비용을 빼면 모두 기획재정부로 들어가 정부 재정에 포함됩니다. 도로 건설에 사용될 수 있으나 휴게소 운영에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휴게소 매출로만 운영됩니다. 만일 휴게소에서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다면, 휴게소의 공공서비스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에 휴게소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과 도로공사를 대신해 공공서비스를 부담하면서도 관련 비용을 받지 못하는 휴게소 운영사 사이에 휴게소 음식이 있습니다.

이 모든 비용을 제하면 휴게소 운영사에 남는 이익은 3~5% 정도로 일부 소형 휴게소나 민자 휴게소에서는 적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기업으로선 딱히 이익이 좋은 사업이라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비용이 또 있죠. 바로 휴게 시설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비용입니다.

도로공사로부터 재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회사 자체가 사라지므로, 휴게소 운영사들은 필사적으로 도로공사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도로공사 퇴직자를 채용하는 방법, 도로공사 지시(보통 비용이 수반되는)를 충실히 이행하는 방법, 도로공사 평가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접대비 등 그 비용은 휴게소 매출의 3~5%에 달합니다(퇴직자 전관예우 1.5억/년, 각종 지시 이행 1~3억/년).

결론적으로 휴게소 운영사의 순이익은 목이 좋은 휴게소라면 매출의 1~3%, 그 외 휴게소라면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에서 본인 인건비 정도 남을 뿐입니다.

휴게소 개혁으로 음식 불만을 해결하는 길

연합뉴스

그래서 운영사가 임대료를 인하할 수는 없고 도로공사가 임대료를 인하해야 합니다.

휴게소 음식으로 도로공사가 거둬들이는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요? 2024년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은 약 1.5조 원이며, 이 중 식사류 매출은 약 3,700~4,000억 원입니다. 여기에 식사류 수수요율을 적용하면 임대료는 500~600억 원 정도가 됩니다. 이 금액은 한국도로공사 1년 예산의 0.5% 정도이며 명절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의 하루치에 불과합니다. 이 돈을 인하하면 휴게소 운영사도 입점업체에 임대료를 인하할 여력이 생기고, 업체는 그만큼 음식 불만을 해소하는 데 비용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한사코 임대료 인하를 안 하고 있습니다. 만일 휴게소 음식에서 거둬들이는 도로공사 임대료 500~600억 원을 다른 방법으로 충당할 방법이 있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도로공사 > 운영사 > 입점업체 > 판매점주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구조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계약에 참가한 사람이 최소한의 이익만 남겨도 하도급 계약이 반복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 단계를 도로공사에서 판매자 사이의 직접 계약으로 바꾸고 하도급을 금지한다면, 약 5~8%의 임대료 인하 여력이 발생할 것입니다. 매년 200~300억 원이 됩니다.

다음으로 업체들이 돈이 없더라도 우선 음식 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비싼 값'에 '억지로'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했던 국민은 어느 순간부터 휴게소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소비 거부로 대응하는 중입니다. 그 결과 휴게소는 소비 감소에 따른 손익 악화 → 손익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 비용 절감에 따른 소비 감소의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악순환을 끊으려면 음식 질을 개선해 일단 매출을 늘려야 합니다. 음식 불만이 해소되면 휴게소 매출은 30~50%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매출이 늘면 임대료 수입도 늘어나므로 휴게소 음식에 부과되는 임대료를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성장을 통한 임대료 보전 효과는 매년 200~300억 원은 될 것입니다.

위 두 가지 만으로 휴게소 음식에서 거둬들인 도로공사 임대료 500~600억 원은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습니다. 수도광열비를 고려하여 기존에 부과된 임대료를 반값으로 낮출 수도 있고, 휴게소 음식값을 10%씩 인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휴게소 음식의 질과 가성비는 더 좋아질 것입니다.

감독을 축소하고 생산 인력을 늘리는 구조 개혁

그리고 하나 더 있죠. 관리조직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입니다.

회사가 관성에 빠지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문제는 관리조직이 비대해지는 것입니다.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를 감독하는 인원만 계속 늘어나고, 그 늘어난 인원이 내려보내는 업무 지시가 계속 증가한다면, 머지않아 그 회사는 망할 것입니다.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휴게소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판매서비스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면서, 업무 지시만 내리는 도로공사 관리 인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비대해진 도로공사 조직만큼 휴게소업은 발전하고 있습니까? 매년 새로운 성과가 있나요? 고객 불편과 민원은 감소하는 중인가요? 휴게소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있습니까?

상가임대차보호법상 10년 임대, 휴게시설 공급과잉 등으로 재계약을 심사하기 위한 평가 제도가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도로공사는 여전히 관성적인 업무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뽑아 고작 임대료 징수와 평가 관리에 쓴다면, 그것만큼 비효율적인 조직은 없을 것입니다. 도로공사가 적재적소 인원 재배치를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면 그 역시 상당한 금액이 될 것입니다.

- 2편,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조직 개편 및 평가제도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관련 자료]

- 한국경제신문 2025.12.04. <20년 전 사라졌는데…"휴게소 음식값 비싸다" 논란에 '중대 결단'>
- 한국경제신문 2025.12.05. <고속도로 휴게소 '1만원짜리 돈가스' 팔면 얼마 남길래…>
- 뉴스핌 2025.10.16 <[2025 국감] "여전히 비싸고 맛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질타에…도공 "개선 검토">
- 공공데이터포털, '한국도로공사_휴게소 이용객 및 교통량 현황'
https://www.data.go.kr/data/15118977/fileData.do?recommendDataYn=Y&utm_source=chatgpt.com
- jtbc, <2025국정감사, 국토교통위원회... 한국도로공사 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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