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보고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건 아닙니다. 정부와 대기업의 미온적인 태도 속에서도, 보고회 참석자들의 발언을 통해 반도체 팹의 지방 이전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근거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용인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거나 호남에서 송전선로 4~5개를 설치해야 하는데, 모두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설은 전력이 풍부한 지역에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와 송도에 첨단 패키징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앰코의 이진안 사장은 광주는 인력은 많은데 산업단지가 많지 않아 오히려 송도보다 인력 수급이 더 수월하다고 증언했습니다. 구미에서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정광진 사장 역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없으며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혀, '지방에 팹을 지으면 인재를 구하지 못한다'라는 일부의 주장이 근거가 허술함을 드러냈습니다(반도체 팹은 기본적으로 생산 시설이며, 여기서 필요한 인력은 첨단 패키징이나 웨이퍼 제조 회사와 수준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보고회 전체 내용을 보면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는 별개로, 실무 부처와 재벌 기업들이 수도권 중심의 개발 논리를 고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과거 용인 반도체 유치에 힘썼던 일을 언급하며 "내가 왜 그랬지?"라고 말할 정도로 반도체 팹의 지방 유치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가야 할 길은 명확합니다. 향후 건설할 반도체 팹은 재생에너지 수급이라는 현실적·환경적 문제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 지역에 'RE100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지어야 합니다. 이는 전력 수급의 효율성 증대는 물론, 우리나라가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 요구에 대응하여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방안입니다.
대통령은 수도권을 떠나기 싫은 재벌 기업과 수도권 개발이 개인적 이익이라 여기는 관료 집단의 저항을 뚫고, 옳다고 믿는 지역 균형 발전의 방향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관계부처 합동 보고서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산업의 명운이 달린 지금, 그동안 실행하지 못한 정책 과제들을 총망라해 비상한 각오로 추진." 반도체 초호황기이자, 이재명 정부의 집권 초기인 지금이 추진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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