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1 06:37최종 업데이트 25.12.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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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남소연

정치적 득실로만 말하자면, 지금 국민의힘의 장동혁 체제가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국민에게 그렇습니다. 물론 민주당에도 그렇겠지요.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연거푸 져야 보수 정당의 변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이 아니라 극우 정당입니다. 그 그늘에서 온갖 독버섯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극우 지지층이 국민의 20~30%에 달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습니다. 정치적 신념을 가진 이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3단계입니다. 대중의 바다에 넓게 그물을 치는 건 정치 정당입니다. 조금 좁아도 열정과 헌신으로 돌파하는 것이 사회운동입니다. 아예 대중과 유리를 감수하고 자기 대의를 지켜야겠다고 하면 그땐 테러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와 이준석이 얻은 표(49.49%)가 이재명(49.42%)보다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 봄 지방선거에서 또 지고, 지지율이 계속 20%대(갤럽 기준)에 머무른다면 만년 야당 신세로 전락합니다.

드디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권력 탈환은커녕 만년 야당, 더 나쁘게는 테러로 울분을 달래는 자들과 한배에 탄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합니다. 우선 계엄 사과와 윤석열과의 단절부터 선언하라고 당 대표를 압박합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광역(17곳 중 12곳), 기초(208곳 중 145곳) 단체장들이 민주당 소속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이들이 더 불안에 떨고 있을 터입니다. 선거 전망이 낙관적일 때는 경선을 더 걱정하고, 비관적일 때는 본선을 더 걱정하는 게 후보들 심리입니다. 이길 것 같을 때는 게나 고동이나 경선하자고 도전하지만, 질 것 같을 때는 도전자부터가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대구경북(TK)를 제외하고, 수도권과 충청은 물론이고 강원, 부산경남(PK)도 불안이 스멀스멀 번지고 있습니다. 공천을 받은들, 본선에서 질 것 같습니다. 지금 의원들은 물론, 선거가 임박할수록 지방선거 출마자들까지 당 대표를 압박하는 한편, 나는 '계엄은 위헌이고, 윤석열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라는 식으로 양심선언(?)을 해댈 것입니다.

국민의힘 당원과 민주당 당원의 차이

지난 1일 오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최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장동혁 당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권우성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장동혁은 경선 룰을 당원 50%에서 70%로 늘리려 합니다. 국민의힘은 당원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친윤적'입니다. 2025년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친윤 김문수가 반윤 한동훈한테 이길 때, 당원에선 61:38, 국민에게선 51:48이었습니다. 당원에서 표차가 훨씬 컸습니다. 그러니 당원 비중을 높이는 건 장동혁 나름의 방어책입니다.

민주당은 좀 다릅니다. 민주당은 당원이나 국민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부류 다 자신의 정치적 효능감 위주로 투표합니다. 반면 대의원이나 중앙위원은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투표 또는 당의 전체 모양을 고려하는 투표 성향을 보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 당원은 대개 이해(利害) 중심적입니다. 그 지역에서 유지 행세하려면 당원이어야 하니, 입당합니다. 저는 대구에서 뒷면에 국민의힘 당직을 새긴 명함도 받아 봤습니다. 민주당 당원은 가치 중심적입니다. 노무현에게 미안해서, 문재인이 멋있어서,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마음먹고 입당 원서 씁니다.

그러면 왜 지금 국민의힘 당원은 일반 국민 지지자보다 강경할까요? 이 질문은 지금 왜 장동혁이 '윤어게인'과 같이 가는가 하는 의문과 같습니다. 나아가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떤 경로를 걸을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눈 뭉치기와 손님맞이

이를테면 지금 국민의힘은 두 가지 노선을 놓고 다투는 중입니다. 한쪽은 '눈 뭉치기' 이론입니다. 먼저 눈을 뭉쳐 단단한 코어를 만든 다음, 눈밭에서 굴리다 보면 눈사람으로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지금 의원들과의 연쇄 회동에서 장동혁이 펼침 직한 설득론입니다. 다른 쪽은 '손님맞이' 이론입니다. 가게에 주인 가족끼리 있다가도 손님이 오면 손님부터 맞아야지, 가족끼리 마냥 웃고 떠들고 있으면 되겠느냐는 논리입니다.

선거 이론에서 답은 이렇습니다. '선거 직후부터 다음 선거 1년 전까지는 열심히 손님 선호에 맞춰 상품 개발해 장사해라. 그러다 선거 6개월 전부턴 눈을 단단하게 뭉쳐라. 선거는 결국 자기 찍을 사람, 투표소에 더 많이 나가게 한 쪽이 이긴다'입니다. 국민의힘은 진작에 사과하고 단절했어야 합니다. 그랬으면 지금부터는 슬슬 역공을 펼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갔습니다. 단절은커녕 한남동으로 몰려가 방패막이를 자처했습니다. 모든 게 이제는 너무 늦었습니다.

늦어버린 이유가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이자, 당장 어찌할 수 없는 난제가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도자가 없습니다. 한동훈? 윤석열의 황태자였다가 무슨 영문인진 몰라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은' 배신자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사람이 너무 가볍습니다. 안철수? 경상도 말로 '시근머리'(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가 없습니다. 국민의힘으로 넘어와서도 한결같이 '나이브'합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우재준 최고위원, 정희용 사무총장,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 농성에 나섰다.유성호

원희룡이나 오세훈은 광역단체장까지가 한계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좋아하고 따를 만한 어떤 권위가 안 느껴집니다. 여전히 개혁파 꼬마들로 보입니다. 그러면 장동혁 같은 정치 초년생을 당 대표로 앉힌 건 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건 그가 징검다리이기 때문입니다. 비워둘 수 없으니, 임시로 앉혔을 뿐입니다. 국민의힘 당원 혹은 보수 본류의 시각이 대개 그렇습니다.

만약 김문수가 약속 파기 안 하고 한덕수랑 경선했으면 한덕수가 이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론조사에서 기존 후보들과 비등비등하거나, 앞설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 대선에서 졌어도 당 대표가 됐을 겁니다. 그만큼 김문수 역시, 할 수 없어서 대선 후보 시켰지, 전향한 운동권을 그들은 절대 믿지 않습니다. 나경원? 절대 보수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게 그동안 당내 경선에서 판판이 지거나, 출마 포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굉장히 전투적입니다. 원희룡도 그랬습니다. 김건희 '양평 건'을 방어할 때는 눈에 핏발이 설 정도였습니다. 모두 당심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지도자가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일단 뭉쳐 버티다 보면 어찌 되겠지' 했습니다. 버티다 보니 친윤 세력이 되었고, 싸우다 보니 '윤어게인'까지 가 버렸습니다. 이는 국민의힘 당원이 자초한 상황입니다. 장동혁이 극우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는 것도, 당장 이들이 없으면 투쟁 동력이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호랑이 등인 걸 알면서도 뛰어내릴 수가 없습니다. 이들을 버리는 순간, 이들은 국민의힘조차 살벌하게 공격합니다. 이는 장동혁이 자처한 곤경입니다.

앞으로도 장동혁은 버티려 할 겁니다. 당 대표에서 내려서는 순간, 정치 인생 끝입니다. 김민수·김재원·신동욱·양향자·우재준이 최고위원들입니다. 한동훈 때처럼 이들 중 4명 이상 사퇴해 지도부가 무너지는 상황이 가능할까요? 대안이 없기에 그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한동훈이 돌아와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는 일은 거의 가능성 없어 보입니다. 이준석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장동혁이 사과 발언 정도 하면서 윤석열과의 단절을 우물쭈물하는 선에서 봉합할 공산이 가장 큽니다. 그러면서 연초에 있을 내란 재판 결과를 보자고 할 겁니다.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는, 특히 보수정당에 큰 약점입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내 지도자들을 키우지 않고 오히려 제거해 왔습니다. 유승민을 내치고, 홍준표의 등을 찌르고, 이준석을 용도 폐기하고, 한동훈을 뒤집고, 김문수를 이용하고, 한덕수를 세우려다 낭패 봤습니다. 대통령을 만드느라 전부 희생시켰습니다.

보수의 실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한홍 의원.남소연

정작 만들었던 대통령은 줄줄이 감옥 가거나 탄핵당했습니다. 윤석열은 업둥이입니다.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었더니, 업둥이 주제에 마지막 남은 전답까지 싹 다 말아먹었습니다. 그들과 경쟁하던 지도자는 대부분 녹아버렸습니다. 집안의 대가 끊어지게 생겼습니다. 믿고 따라갈 지도력이 없으니, 고만고만한 B급끼리 남아 장고 끝에 악수라고 죽는 길만 골라 갑니다.

법원이 양심이 있고, 상식이 있다면 윤석열을 죄 없다 할 수가 없습니다. 2월에 유죄 판결이 나오면 그때 어쩌려고 지금 저러는지, 보는 사람이 다 난감합니다. 국민의힘이 친윤 세력과 한배를 타고 있는 한, '눈 뭉치기'도 '손님 맞기'도 큰 효과 없습니다. 눈은 코어에서 약간 더 뭉쳐질 테고, 손님들도 가게를 찾는 대신 그냥 집에서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지 싶습니다.

친위 쿠데타에 실패한 대통령을 감싸느라 민심을 등지고, 대체할 리더십조차 제대로 없는 국민의힘은 단기적으로 현 난국을 타개할 방안이 마땅치 않습니다. 남은 가능성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원들이 생각을 바꾸는 길뿐입니다.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자존심을 버리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군사정권 때부터 '이 나라는 내 것'이라는 의식이 그들에게 있습니다. 박근혜를 대통령 만들 때만 해도 '우리 아직 안 죽었어' 하며 기고만장했습니다. 좋게 보자면 자부심, 비판적으로 보자면 권위의식이 보수의 기둥입니다. 우월감이랄까, 자존심이 강했는데 이제 그걸 내려놓아야 합니다. 보수 정당의 실패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장동혁은 반성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새로 내세울 리더십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 리더십을 쫓아 보수를 재건할 역량이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조금 남아 있는 것마저도 곧 결정타를 맞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단절할 수가 없습니다. 단절하면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새로 시작할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호랑이에 잡아먹힐 때 먹히더라도 지금은 등 위에 올라타 있는 게 최선이라고 장동혁은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위기란,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런 권력 공백 상태에선 매우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옥중수고>, 안토니오 그람시)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진수씨는 제정구·김부겸 의원 등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책 <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 - 정치 글 쉽게 쓰는 법> <보좌의 정치학>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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