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5.16 당시 계엄사무소 앞에 선 군사혁명위원회 장도영 위원장과 박정희 부위원장(오른쪽).
위키미디어 공용
약 8만 명이 참가한 3·24 시위에 이어, 5월 20일에는 한일협정 반대 세력이 '민족적 민주주의 장례식'을 거행해 박정희를 자극했다. 박정희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땅에 묻는 이미지를 연출했던 것이다. 5월 25일에는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6월 3일에는 박정희 하야 구호가 시위 현장에서 나왔다.
2년 반의 군정을 정리하고 1963년 12월 17일 대통령에 취임한 박정희를 상대로 임기 6개월도 안 되는 시점에 하야를 요구하는 구호가 나왔다. 이승만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정권 붕괴로 연결되는 모습을 4년 전에 지켜봤던 박정희는 6월 3일 그날 비상계엄령을 발포했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인민혁명당 사건이 급조됐다. 공안 검사들이 볼 때도 너무 엉터리 같은 조작이었다. 그러나 박 정권은 검사들의 항명에 개의치 않았다. 위 국정원 보고서는 "신직수 검찰총장은 당직검사(정명래)를 통해 26명을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혐의로 기소"했다고 기술한다. 이를 지켜본 이용훈 부장검사와 김병리·장원찬 검사는 사표를 던졌다.
이 사건이 급조됐다는 점은 윤형중 신부의 고발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증언을 소개하면서 "정보부에 잡혀 들어가 보니 이미 조서 작성이 다 돼 있고 거기에다가 손도장만 찍으라고 했다"는 증언을 전했다. 또 "처음에는 조그마한 한 점을 솜사탕처럼 불리더니 이제는 거기에다 빨간 보자기까지 씌웠다"는 사형수의 탄식도 전했다.
불법 수사와 가혹행위도 있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10년 상반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국가는 중앙정보부가 수사 과정에서 범한 불법구금·가혹행위·사건조작에 대하여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은 제1차 인혁당사건 관계자들은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이 심할 때인 1974년에 제2차 사건으로 다시 엮여 고난을 겪었다. 이번에는 8명이 사형선고, 7명이 무기징역, 4명이 징역 20년, 4명이 징역 15년을 받았다.
제2차 때도 박 정권은 조급했다. 대법원이 형량을 확정(4.8.)한 지 18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1975년 4월 9일에 사형을 전격 집행했다. 이를 전해 들은 국제 앰네스티는 다음날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회는 사법 살인으로 규정하면서 4월 9일을 '사법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선고 통지서 도착 전에 사형 집행
이 사건에는 등장 주체가 많다. 한국 정권뿐 아니라 주한미군을 파견한 미국 정권과 한일회담을 추진한 일본 정권도 '반국가 세력'의 '국가'로 등장했다. 또 한국 국가기관들도 많이 관련됐다. 일반적인 사법살인은 정권이 주도하고 정보기관·경찰·검찰·법원이 참여하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이 사건에서는 교도소까지 명확히 가세했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의 <형사재심의 현황과 운용방안에 관한 연구>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 이들의 선고통지서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군 검찰에 접수되었고, 서울구치소에서도 선고통지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사형을 집행했다는 정황이 문서로 드러났다."
여러 정권, 여러 국가기관이 개입한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여러 기구가 참여했다. 위 책은 "대통령 직속기구로 구성된 의문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하였고, 2002.9. 인혁당 사건이 고문에 의해 과장·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도 2005.12.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중앙정보부의 가혹행위와 인혁당 구성 및 가입 등에 대한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도 진실 규명에 나섰다. 박 정권이 성급하게 엉터리로 조작했지만 피해 규모가 크고 파급 효과가 세계적이라 위원회 세 곳이 진상조사를 하게 됐던 것이다. 재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저세상에 가 있는 사형수 8명에게 2007년 1월 23일 무죄를 선고했고, 이 선고는 그달 31일 확정됐다. 나머지 피해자들의 무죄도 그 후의 재심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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