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으로 세계가 무너진 시기, 인간에 대해 질문했던 네 명의 여성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형이상학적 질문들’.
알라딘 화면 갈무리
책은 1965년 5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총회장에서 시작한다. 당시 총장은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전 대통령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하려 했고, 이에 대한 의결을 위해 졸업생 총회를 소집했다. 대부분은 이에 찬성하는 분위기였지만, 단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네 명의 철학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앤스콤이다.
그녀는 강단에 올라 "트루먼 전 대통령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하려는 우리 옥스퍼드대학교의 제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트루먼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를 지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트루먼이 한 행위는 살인이며 '두 차례의 대량 학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그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하면, 언젠가 또 다른 네로, 칭기즈 칸, 히틀러, 스탈린 같은 폭력을 옹호한 독재자들도 영예를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가 반대자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은 어떤 동물인가?'라는 질문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엘리자베스 앤스콤뿐만 아니라 필리파 풋, 메리 미즐리, 아이리스 머독, 이 네 명의 철학자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삶으로 가져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 질문은 인간이 스스로 세계를 해석하고 의미를 만들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그려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이 세계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 고통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를 원하는 생명체는 없다. 살아 있기 위해 인간은 도덕적으로 옳고 선한 세계를 그려야만 한다. 그 사실을 잊을 때, 인간은 끝없이 사악해질 수 있다.

▲입시교육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 필자는 누군가를 밀어내고 이겨야 하는 경쟁 교육 시스템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경쟁교육에 반대한다
경쟁 교육에 가담하고 있는 우리, 시험 문제를 내는 교사도 그 시험을 치르는 학생도, 좋은 성적을 내게 하려고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 모두 악한 마음으로 선택하고 행동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배경이 잘못 구성되어 있을 경우, 평범하고 친근한 사람들도 아주 쉽게 사악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심지어 "아주 별 볼일 없는 사람도 극악무도한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그런 일을 많이 보고 겪었는가.
경쟁 시스템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는 이유로 권력을 취해 그 자리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대단한 능력을 가져서가 아니다. 이 '잘못된 배경'인 경쟁 교육 시스템 속에서는 우리 모두가 사악해질 가능성이, 반드시 있다.
1965년 5월, 엘리자베스 앤스콤이 총회장에서 했던 말을 떠올린다. "저는 트루먼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하려는 우리의 행위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잘못된 시스템과 그릇된 행동 그 자체를 바꾸거나 무너뜨릴 수는 없어도, 그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나 그것에 동조하는 일에는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정을 '명예롭다'고 하는 것은 인간답지 않다.
수많은 청소년들을 정서적·물리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쟁 교육 시스템에 반대한다. 당장 그 체계를 바꿀만한 힘은 나에게 없지만, 적어도 이 시스템에서 승리하기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우리의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 메리 미즐리가 가슴에 품었던 아버지의 편지를 기억하겠다. "머릿속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 인류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리고 그 상태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이 우리의 바람직한 모습인가? 이 질문을 잊지 않는다면, 그 상태로 가는 길을 우리는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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