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윤석열씨 내란우두머리 재판에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참... 지금까지 질문하신 변호사님 중에서 가장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셨다. 증언을, 그 부분을 참 하고 싶은데..."
8일 오후 '내란우두머리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종일 이뤄진 증인신문 대부분에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질문을 던졌던 김계리 변호사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번졌다. 그의 질문은 "(내란)특검 측에서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어떤 정보를 제공해주면 양형을 면제해주겠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받았나"였다. 김 변호사는 증언을 머뭇거리는 노 전 사령관에게 재차 "증언해달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윤씨 변호인단 위현석 변호사가 이른바 '노상원 수첩' 관련해 묻자 "변호사님이 질문하는 취지와 심정, 저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플리바게닝인가 법이 뭐 있다면서요? (수사 등에 조력하면) 선처해주는 거. (특검 조사 당시) 그 플리바게닝 법을 보여주면서, '대통령한테 쭉 보고하지 않았냐' 이런 취지로 특검에서 물어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더 이상은 증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변호인단, '특검 회유' 파고들었지만... 법에 있고, 혐의와도 무관
김계리 변호사 "증언해달라."
노상원 전 사령관 "... 플리바게닝이 입법화되기 전에, 그런 표현은 없었고. 어쨌든 제가 이 말로 대신 드리고 싶다. 저는 당시 특검 수사받을 때 그 심정이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서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던) 양평 공무원이 왜 자살했나 이해가 된다'라고 얘기했다. (생략) 제가 그걸 얘기하면 파장이 너무 크고, 저한테 어떤 영향이 미칠지 몰라서 차마 증언을 못하겠다. 다만 내란목적살인 뭐하고 평양 무인기, 외환 수사받으면서 어... 그 표현이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특검) 답을 정해놓고 거기다 예스(Yes) 하길 바라는구나. 그게 아닌데 그러는구나.' 그렇다고 가슴을 다 꺼내서 보여드릴 수 없고, 저도 인간인데 아... 이 사람들이 이래서 이런 진술을 했구나, 살려고. 이런 생각도 들었고. 저도 인간인데 그런 생각이 왜 없었겠나. 그러나... 더 뭐... 제가 몇 마디 얘기하면 또 골치 아파지니까 이만하겠다."
김계리 변호사 "제안을 한 번만 했나."
노상원 전 사령관 "아뇨."
김계리 변호사 "몇 번 했는가."
노상원 전 사령관 "... 명확하게 증언해달라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대통령님 관련해서. 그걸 이렇게 증언해주면, 이란 조건이 있었죠. 뭐뭐뭐 이렇게. 하여간 얼핏 들어서 그럴듯한... 인간이기 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그런 말씀을 하셨고. (생략) 어떤 말을 해도 아무 상관이 없는 피고인이 있고,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바로 기소되는 피고인이 있다. 충분히 이해할 거다. 무슨 말인지. 저도 말하고 싶다. 그런데 말을 못한다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 제가 요말로 대신하겠다."
윤씨 변호인단은 계속 노 전 사령관을 설득했다. 송진호 변호사는 "증인이 제대로, 국민들 앞에서 증언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 번은 없다"며 "육사 선배님이기도 한데, 후배로서 간곡히 좀 부탁드리겠다. 진실을 밝히고, 특검이 증인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방청석에 앉은 윤석열 지지자들은 웅성댔다. 누군가 "그래도 말해주세요"라고 소리쳐서 재판부가 "한 번 더 말씀하시면 법정에서 나가시라고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플리바게닝은 지난 9월 26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특검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조항이다. 특검은 법 시행 전 내란·외환 수사 특성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개브리핑에서 밝히기도 했다(관련 기사 :
심우정·박성재 압수수색... 내란특검, 검찰도 정조준하나 https://omn.kr/2f25d). 또한 윤씨 변호인단이 문제 삼는 것처럼 특검이 노 전 사령관에게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윤씨의 일반이적죄와 연결될 뿐 내란우두머리 혐의와는 무관하다.
윤씨 변호인단은 그럼에도 노 전 사령관을 거듭 추궁했고, '증언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이어졌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
지금 질문까지만 하고 주제를 바꾸시죠"라며 개입했다. 그럼에도 동일한 질문이 반복되자 노 전 사령관은 "
더 이상 질문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결국 지 부장판사가 "이 부분은 여기까지만 물어보시죠"라며 다시 나섰다. 박억수 특검보는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항의했고, 김계리 변호사는 "수첩 관련해선 (특검) 주신문에서 나왔다"고 받아쳤다.
다시 한번 재판부가 나섰다. 지 부장판사는 "계속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고, (아까 변호인단에게 이 내용으로는) 마지막으로 (물어볼) 기회를 드린다고 했는데 끝까지, 심지어 증인께서 '그 질문 그만해달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똑같이 또 물어보고, 또 물어보는 건 아닌 것 같다. 똑같이 특검 측이 했어도 제가 제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증인신문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이 수첩의 작성자란 점이 확인됐다며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노 전 사령관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요원 선발을 지시한 까닭을 "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으로부터 대량탈북에 대비해야 한다는 그런 취지의 말씀을 들은 사실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사법원에선 정보사 정아무개 대령에게 펜치, 케이블 타이 등을 준비하도록 지시한 것도 "대량 탈북자가 생기면, 그 중에 북한 특수요원이 3~4명만 있어도 인질극을 벌일 수 있어서 인질극에 대비하기 위해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 8일에는 이에 관해서도 증언을 거부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선관위 투입 역시 "그때
장관님이 말씀하신 사항이 있어서, 비상계엄이 걸렸으니까 선관위 서버실이 가장 중요한데 그 부분이 피탈되거나 어떤 오염이 되거나 증거가 인멸되거나 하면 안되지 않나. 그래서 거기 먼저 가서 방첩사가 올 때까지 지키고 있으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라고 얘기했다. 자신이 계엄의 배후이며, 세부 계획을 주도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고, 단지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차범근 적은 이유? "손흥민 보고" 김두한은? "좌파 분쇄를..."
노 전 사령관은 수첩 내용 일부는 직접 해명했다. 그는 "저는 군 생활하면서 정보업무를 한 사람이다. 정보는 '적'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라며 "
저 수첩에서 '적'은 어떤 사람이냐. 이 계엄이 형편없고, 잘못됐고, 엉터리라고 하는 반대세력 그걸 '역행사'라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에 반대하는 세력들, 그 세력들이 외부용역업체를 고용해서 이렇게(NLL 인근에서 충돌을 야기) 할 수 있고, 계엄군한테 뒤집어 씌울 수 있다는 취지"라고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수첩 자체의 의미도 축소했다. 그는 검찰 압수수색 당시 이 수첩이 그냥 책상 위에 놓여있을 정도로 보안 등에 신경쓰지 않았던, 평범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마치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가 '일기장'이라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처럼 수첩 내용은 '혼자 끄적거린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차범근'과 '김두한'을 예시로 들었다.
"차범근을 (수첩에) 언급했던 이유는, 차범근씨께서 '내가 왜 그 명단(노상원 수첩의 '수거대상'으로 알려졌음-기자 주)에 들어있냐'고 항의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 뜻이 아니고,
손흥민이 영국인가 독일인가 거기서 (축구를) 하는데 그걸 보면서 '아 우리 때는 참 차범근이가 축구를 잘해서' (이러면서) 썼고. (TV에서 드라마)
'야인시대' 김두한이 나오길래 '김두한씨의 주먹을 이용해서 좌파놈들을 분쇄하는 방안이 없을까' 그렇게 썼던 거다. 그런 건 한 장도 안 내놓고 맨날 NLL 주어 빼놓고 노상원이 무슨 외환을 했다. 대통령이 공모해서. 그렇게 추정하는 거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차범근은 축구를 잘해서 썼으면, 정치인은 왜 수첩에 쓴 것인가'란 특검 질문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만,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그의 수첩에는 송영길, 정청래, 윤건영 등 현역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었다. 'A급 체포대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도 기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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