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강서구의 한 급식실을 찾아 환기시설 성능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급식 노동자의 노동강도, 100M 전력 질주와 같아
학교 급식 노동은 하루 6시간에서 7시간 이상 계속 이어지는 고강도 노동입니다. 앞서 공동 보고서는 급식노동자들의 일하는 강도를 '100m를 전력 질주'하는 수준으로 분석했습니다. 신체적 부담과 피로 정도를 정량화한 '보그 지수'(Bog Rating of Perceived Exertion,RPE)를 활용한 조사 결과입니다. 근무 중 평균 심박수 측정을 통한 학교 급식 노동자의 객관적 노동강도는 물류센터 야간 고정노동자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류센터 야간 고정노동자는 과로사 위험에 노출된 위험 노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 심박수를 이용해 산출한 최대 허용 노동시간이 2~4시간임에도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실제 4.8시간~6.5시간으로 최대 허용 노동시간을 크게 초과했습니다. 조현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위원은 "최대 허용 노동시간을 초과한 노동은 심혈관계에 과부하를 일으켜 과로 위험을 높인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엄청난 노동강도는 다시 인력 부족의 악순환을 가속합니다. 2025년 4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 광역시 중 광주와 전북을 제외한 15개 교육청에서 조리실무사가 정원에 못 미쳤습니다. 전국의 시도교육청 조리실무사 채용 미달률은 평균 약 29%입니다. 서울은 84.5%로 미달률이 제일 높습니다.
방학 무임금 따지면 월 208만 원의 저임금
여기에 더해 학교 급식 노동자의 저임금 역시 인력난을 부추기는 원인이 됩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는 1년 내내 일하지 않습니다. 연간 320일 정도 일하는데 이는 학교의 방학 때문입니다. 공무원인 교사는 방학 중에도 월급이 나오는데 학교 급식 노동자는 월급이 안 나옵니다. 공무원이 아니니까요.
임금은 2025년 기준으로 기본급이 약 206만 원으로 위험수당 5만 원에 식비 월 15만 원, 상여금과 명절휴가비 월할분, 그리고 근속 수당을 합하면 2년 차 급식노동자는 월 임금액으로 따지만 약 250만 원을 받습니다. 연간으로 약 3천만 원의 임금입니다.
그런데 12개월 중 2개월이 방학이라 가정해 봅시다. 방학 기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2개월의 임금액 500만 원을 제외한 연 2500만 원으로 12개월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를 월급으로 다시 환산하면 실제 월급은 월 약 208만 원이 됩니다. 2025년 최저임금은 209만 원입니다.
방학 때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원칙적으로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겸업 금지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학교장의 승인하에 겸업이 허용되지만 학기 중 다시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제한이 많습니다.
학교 급식 현장의 인력 부족과 열악한 노동조건은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아파도 일을 하는 구조가 강제됩니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고강도 압축 노동으로 근골격계 질환은 일상이며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위험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조리사 1인당 식수 인원과 반찬 가짓수, 조리 공정의 난이도 등을 반영해 합리적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 30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그동안 교육청에 맡겨둔 학교 급식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보장에 필요한 정책 마련의 의무를 교육부 장관에게 부과하고 학교 급식 시설과 설비를 갖출 때 급식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할 것을 정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장관에게는 학교 급식 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조사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교는 학교 급식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전국 학비노조는 학교 급식 현장의 인력난 해결과 저임금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 4일과 5일에도 파업에 나섰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안전한 노동 행복한 급식 100만 청원운동본부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참으며 일해 왔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학비노조의 파업에 노조가 학생들의 밥을 무기로 약한 학생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이라 비판합니다. 특정 교원단체 역시 매년 반복되는 급식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노조법을 개정해 학교를 필수 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마치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학생들의 식사권은 내팽개치고 파업 투쟁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미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엄청난 노동강도와 저임금을 감수하며 노력해 왔습니다.
공동 보고서가 학교 급식 노동자 2605명에게 지난 12개월 동안 몸이 아팠음에도 출근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더니 약 50%의 응답자가 7일 이상 아픈 상태에서 근무했다고 답했습니다. 건강 상태가 업무를 감당할 수 없음에도 출근을 지속하는 상태를 '프리젠티즘'이라 합니다. 공동 보고서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이러한 프리젠티즘이 "노동자의 건강 악화뿐만 아니라 직장 내 안전 및 조직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문제가 학교 급식 노동자들에게만 피해일까요? 아닙니다. 20여 년간 교육 당국이 직영으로 제공하는 무상급식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은 물론 학부모의 양육 부담 경감에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무상급식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고강도 저임금 노동으로 지탱됐습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9일 오전, 국회 교육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의 바람처럼 연내에 학교 급식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새해에는 건강한 급식 환경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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