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0 06:56최종 업데이트 25.12.1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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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청사 내 이민국 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한 남성이 연방 요원들에게 구금되고 있다.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00만 명 추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해 왔다.AFP 연합뉴스

바야흐로 '극우의 시대'다. 한국 시민들에게 친숙한 '미국 뉴스'를 먼저 보자. 일부 한국 시민들의 애절한 '미국 사랑'을 뒤로 하고 트럼프 정권 2기로 들어선 미국은 반이민 어젠다를 연이어 선전 중이다. 한국 사회에도 상당한 충격을 준 "미 역사상 최대"의 전국적 대규모 추방 작전은 물론, 이민자 대량 수용을 위해 군 기지·해외 기지까지 동원하는, 새로운 과거가 부활했다.

여행객의 안심은 금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속까지 감수하는 입국 심사와 여행금지 부활도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그뿐일까. 해외 공급망을 탈피하겠다며 관세를 높이는 한편 국내 시위에도 주 방위군을 동원하는 폭력적인 통치가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유럽으로 가면 어떤가. 이탈리아에서는 조르자 멜로니의 극우 연정이 들어선 이후 이민자 추방, 구조 금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 '해외 대리모 출산의 보편적 범죄'안이 상원을 통과했고, 그 직전인 2023년부터는 내무부 지침에 따라 밀라노 등에서 동성 부부 자녀의 출생·친자관계 등록을 중단·제한하는 조치가 확산하기도 했다.

아직 극우 정권이 집권한다는 딱지가 붙지 않은 나라에서조차 '극우'는 사회적 갈등, 폭력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민족주의 분쟁의 씨앗이 확산하며 태국과 캄보디아가 해묵은 분쟁의 불꽃을 다시 한번 뿜었고, 독일에서는 반이민과 우익 포퓰리즘 집단인 독일대안당(AfD)이 지방선거에서부터 세를 불려 나가는 중이다.

'여성 위협', 극우의 모순

'극우'는 인구에 대한 위협을 매개로 사람의 삶과 사회 공동체를 모두 위기에 빠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극우의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차이를 '자연화'하고, 그렇게 공고히 구축한 질서에서 벗어날 경우 엄중히 처벌한다는 것, 그리고 이와 같은 폭력적인 처벌을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극우의 양상은 달라도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대동소이하다.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반대가 공유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안쪽의 사람들과 바깥쪽의 사람들을 민족국가 단위로 가르는, 그리고 '바깥쪽'을 강하게 배제하며 안쪽의 단결을 도모하는 일이라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배척이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전통적' 재생산 질서에 맞서는 일을 처벌하는 행위다.

앞의 정의에서 말했듯, 오늘의 극우(포퓰리스트 급진우파)는 '차이'를 자연화하고, 질서 일탈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정당화한다. 이때 사용되는 방식이 권위주의와 군사화된 '질서' 담론이다. 정당화 근거는 주로 '국가 안보'이며, 실행 수단은 경찰·사법의 강화에서 군사화된 경향까지, 주로 국가의 전제적 권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가가 인구 집단을 통치하고, 인구를 생산성 있게 유지하는 과정은 근대국가의 핵심이기도 하다.

얼마 전 작고한 독일 정치사회학자 클라우스 오페는 근대국가의 정치란 결국 어떤 인구를 어떻게 포함, 혹은 배제할지의 과정임을 역설했다. 오페에 따르면 복지국가 역시 근대 이후 국가가 세심하게 인구 통치를 시행한 결과이며, 인구의 건강 개선, 그리고 공정에 대한 인식을 인구집단에 주는 데서 통치의 정당성이 열린다. 공중보건과 역학이라는 도구가 국가 통치의 기본적인 가독성을 담보하게 된 데는 이와 같은 맥락이 존재하는 셈이다.

모순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이 극우집단은 국가의 기반이 되는 인구 관리를 서서히, 또는 급격하게 망가뜨리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공중보건의 핵심이었던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두고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10월 12일, 700여 명의 직원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도 모자라, 트럼프 행정부는 곧이어 '전산 오류'를 내세우며 복직시키는 촌극을 연출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전염병 대응, 자살 예방 등 CDC 업무의 핵심적 요소가 크게 방해받았다고 한다.

2024년 5월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낙태 권리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앞서 언급했듯, 2024년 4월 이탈리아 상원은 '가족 상담소' 안에 반(反)낙태 단체(일명 프로비타)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등 재생산 건강에 대한 방해 역시 독보적이다. 더욱이 이탈리아에서는 지역별로 이 법안의 적용 여부가 갈리면서, 국민국가 내부에서도 재생산 보건 서비스 접근성이 큰 불평등을 겪게 됐다. 독일은 어떨까. AfD와 주변 극우세력은 코로나19 방역 책임자들을 처벌하자는 식의 '보복' 구호를 꺼내, 팬데믹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신뢰를 더 흔들고 있다.

페미니스트 국제정치학자 신시아 인로는 이 지점에서 민족주의와 남성성의 결합 방식에 주목한다. 극우가 그토록 군사주의와 국가의 '힘'을 신봉하면서도, 인구 통치를 방해하는 '모순'을 벌이는 이유다. 즉, '자연스러운 여성성·가정·재생산'은 국경과 함께 '지켜야 할 것'으로 상징화되고, 이를 거스르는 여성의 시민권(낙태·대리출산·동성부모 가족)은 '반(反)국가·반(反)질서'로 낙인찍힌다.

같은 문법이 국경 단속과 구조 금지, 난민·이민자에 대한 처벌로 작동한다. 힘을 신봉하면서도 그토록 이민자를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이유, 여성 자기결정권을 집요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그 둘은 모두 '자연화된 경계'를 어지럽히는 도전으로 호명되는 셈이며, 폭력적 처벌의 대상인 셈이다.

모순의 좌표를 한국에 두고

영미 국가와 비교해서도 더욱 복잡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속 한국의 맥락에서는 어떨까? 앞서 언급했듯, 극우의 논리는 국가의 통치 형태보다도 인구를 분류하고, 억압하는 방식에 그 핵심이 있다. 굳이 국민국가 단위의 극우 정권이 아니더라도, 극우 정권이 태동한 나라에 한국을 거울처럼 비추어 볼 수 있는 이유다.

최근 한국에서는 중국에 반대하는 일군의 극우세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며 다양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반중감정과 혐오를 퍼트리는 방식은 상당 부분 한국의 전통적 이민자 혐오의 연장선에 있다. '중국인이 범죄를 저질러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 혹은 '중국인이 감염병을 확산시킨다.' 자연화된 인종의 논리가 이들 혐오 정동의 핵심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논리를 이미 코로나19 시기, 그리고 그보다 훨씬 이전 '다문화주의'가 한국에 수입되기 이전부터 목격한 적 있다. 글로벌의 '중심'에 가까운, 영미 이민자에게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노동자계급으로 분류되는 집단은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복합적인 위계질서를 재생산하는 식이다. (참고자료 : Dynamics of Ethnic Nationalism and Hierarchical Nationhood : Korean Nation and Its Othernesss since the Late 1980s)

반중감정을 연구하는 측에서는, 2014년 사드 사태와 중국 경제력의 세계적인 부상이 맞물리며 한국 내부에서 더욱 큰 혐오 정동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록 한국이 최근까지 정치적 혼란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한들, 이런 '극우의 잔불'을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단순히 중국,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위계적인 국제질서를 신봉하는 한국 시민이 모두 성찰해 봐야 할 주제다.

더욱이 최근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한 한국인들의 범죄, 그리고 범죄 피해가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며, 동시에 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위계적 인식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낱낱이 표출되는 중이다. 한국이야말로 글로벌 식민주의의 충실한 지점 노릇을 하며,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아주 체계적인 범죄를 합리화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국의 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HSC

다시 '극우'의 정의로 돌아가 그 개념을 살핀다. 포퓰리즘 연구자인 카스 무데는 2007년 그의 저서에서 극우의 구성요소 안에 네이티비즘, 권위주의, 포퓰리즘을 동시에 넣었다. 요약하자면 극우란 인종, 민족적 단위로서의 국민구성원들만을 인정하고, 타자로 여겨지는 사람과 사상은 동질적 민족국가에 본질적으로 위협적이라고 보는 이데올로기이자, 질서가 엄격히 유지되는 사회를 신념으로 삼고, 권위에 대한 침해는 엄중히 처벌되어야 한다고 믿는 태도, 그리고 사회를 '순수한 국민' 대 '부패한 엘리트'라는 두 동질적·적대적 집단으로 궁극적으로 나누는 형태의 정치적 믿음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몇 중의 '극우'로 구성돼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재생산 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방해,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한국인이 무시의 대상으로 삼는 인구집단에 대한 혐오가 끝은 아닐 듯하다. 한국인은 과연 누구를 '국민'으로 삼고, 누구를 외부인으로 분류하는가? 배제와 포섭의 과정 속에 답이 있다. 지역불평등은 이제 그만 포기하자는 의견, 어차피 소멸을 막을 수 없으니 수도권을 늘리자는 의견이 오늘도 살금살금 새어 나온다. 극우의 좌표를 다시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SC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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