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09 06:39최종 업데이트 25.12.0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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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월 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고 밝혔다.유성호

2019년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퇴임한 뒤로 한동안 법무부 장관이 공석이었다. 이 시기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장관직무대행으로 어려운 시기를 메꾸었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와 유재수 사건 및 울산 사건으로 2019년 하반기는 하루하루가 전쟁상황이었다. 그 혼란상의 와중에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 12월 5일이었다.

추미애 장관 지명자는 당시 5선 의원이었고, 직전 민주당 대표였다. 정치적 중량감에서 오는 인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윤석열 패거리의 난동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검찰개혁을 확고하게 추진해간다는 것이었다. 추미애 지명자도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당 대표를 지낸 뒤 장관으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하여 "역사적인 요구와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제 개인적인 입장을 비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하면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해가 바뀐 2020년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고, 다음날 과천 청사에서 법무부 장관 취임식이 열렸다. 바야흐로 추미애의 법무부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식 날 벌어진 참모의 소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식이 열리는 날, 윤석열 패거리들은 추 장관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 부실장 지낸 정진우를 소환조사했다. 울산 사건 연루 의혹이었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라고 명언하고 있다(제8조). 자신의 최고 감독자가 취임식을 여는 날 장관의 참모를 지낸 사람을 소환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고사하고, 깡패들이나 하는 질 낮은 퍼포먼스로 보였다. 나중에는 추 장관의 아들을 수사하기까지 하였다. 추 장관에 대한 이날 윤석열의 도발은 2020년 한 해 동안 그가 보여준 어지러운 광란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추 장관 앞에 놓여진 현안들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크게 두 가지 현안이 앞에 놓여 있었다. 첫째, 당장 윤석열 패거리들이 자유한국당·보수 언론과 협잡하여 벌이고 있는 울산 사건 수사에 대한 정무적 상황 관리가 가장 큰 현안이었다. 그리고 그 정무적 상황 관리의 핵심은 다가올 1월 검찰 인사였다. 2019년 8월 이후 진행된 윤석열 패거리들의 수사는 결국 인사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검찰도, 그리고 자유한국당도 이 점을 의식했을 것이다. 추 장관 취임 셋째날인 5일 자유한국당의 당시 원내대표인 심재철이 "조국 수사팀 해체하면 수사 방해"라며 엄포를 놓은 것도 이런 맥락의 일이었다.

둘째, 2019년 12월부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시작한 검찰개혁 입법에 대한 후속작업들도 중요한 현안이었다.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0년 1월 13일에는 검경 수사권에 관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3법 모두 2021년 1월 1일을 시행시기로 명시하고 있어서 2020년이 가기 전에 공수처 설치, 검찰 직접수사권 축소, 검경간 수사권 조정의 프로세스 마련 등의 과제를 이행해야 했다. 또한 법무부 탈검찰화 과제의 계속 추진도 중요한 과제였다.

이런 현안들을 두고 먼저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가 단행되었다. 1월 8일 검찰 인사를 통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조국 수사 등을 지휘해 온 한동훈을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검찰 인사에 대한 도 넘은 요구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감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유성호

이러한 검찰 인사에 대하여 윤석열 패거리들은 매우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사가 있기 이전 윤석열은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의 규정(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가운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대목을 근거로 검찰 인사가 자신의 동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또한 법무부에 대하여 '제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

하지만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은 물론이고, "의견을 들어"라는 문구를 보더라도, 윤석열의 강변은 그야말로 억지였다. 그 자신이 대통령이던 시절이던 2024년 5월 13일 당시 김건희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대검 참모진 대부분이 바뀌고, 김건희 수사를 담당하던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휘하의 차장 4명 전원이 교체되는 인사가 있었다. 이때 검찰총장이던 이원석은 아예 인사에서 패싱되었다.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

인사가 있은 후에는 윤석열을 대신하여 윤석열을 추종하는 무리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있었다. 가령 1월 13일 정희도 당시 대검 감찰과장은 검찰 내부망을 통하여 '법무부 장관님께'라는 제목으로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도발했다. 정희도 본인은 윤석열이 이원석 총장 패싱할 때 검사장으로 승진하여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되었다. 그런데 그 인사는 김건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견을 보인 이원석 총장 참모진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을 해체하는 것이었는데, 왜 그때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지,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다. 검사들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반발은 이제 신물이 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인 양석조는 1월 18일 한 장례식장에서 신임 대검 반부패부장(양석조의 직속 상관 직책이다)으로 임명된 심재철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고성을 지르는 일을 벌였다. 당시 상갓집에 언론사 기자들이 다수 와 있었다. 양석조는 언론 들으라고 상갓집 난동을 피운 것이다. 검찰 인사에 대한 노골적이고 상스러운 반발이다.

휘하 졸개들이 나서줘서인지 윤석열이 당시 인사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러나 수사를 통한 문재인 정부와의 전면전 태도를 더욱 더 노골화하였다. 울산 사건은 연일 언론과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었다. 그러더니만 2020년 1월 23일에는 최강욱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을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했다. 조국을 구속하지 못한데 대한 화풀이로 보였다. 게다가 절차적 문제도 심각했다. 검찰 중간 간부 인사가 예정된 날 오전에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을 완전히 패싱한 채 기소가 이뤄졌다. 더구나 이 기소 이전 최 비서관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조사도 없었다. 날치기 기소라는 당시 추 장관의 지적이 통렬했다.

4월 총선 앞둔 검찰과 자유한국당 연합 전선 구축

최강욱 기소 이후인 30일에는 울산 사건으로 백원우, 박형철, 한병도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과 송철호, 황운하 등 13명을 전격적으로 기소하였다. 그러면서 4월 총선이 앞에 있어서 수사를 중단한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붙였다. 이 기소 조치는 4월 총선을 앞둔 검찰-자유한국당의 연합 전선 구축이었다. 공소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성명을 38회나 기재한 점은 단적인 예였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기소를 빌미로 문재인 정부가 부정선거 집단이라고 공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이 대통령 이름을 공소장에 적시하고, 이 공소장을 갖고 야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맹공하는 모습을 청와대에서 보고 있자니 꿈인지 현실인지 정말 황당했다.

윤석열의 난동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의 설계 및 안착 작업은 한치의 오차없이 진행되어야 했다. 2020년 2월 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공수처 설립준비단 현판식 및 준비단 위촉식이 열렸다.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후속작업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무총리실이 주관하고, 법무부와 행안부가 테이블에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이렇게 2020년은 전쟁같은 상황에서도 윤석열 무리를 제압하고 나아가 개혁법안의 시행 속에 검찰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와 소망 속에서 서막이 열렸다. 그러나 2020년은 윤석열의 환호작약으로 끝났음은 우리가 다 아는 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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