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원내외 6개정당 국회의원과 당대표, 76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내란 종식을 위한 헌법개정 촉구 시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헌을 위한 첫걸음,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라는 피켓이 보인다.
시민개헌넷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헌법개정을 꼽았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개헌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1987년 헌법 체제의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개헌 실행을 위한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이 위헌 상태로 거의 10년째 방치되어 있어 현재로서는 개헌을 하고 싶어도 국민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투표법은 1962년에 제정되었으나 1987년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한 번도 국민투표가 시행되지 않았다. 시대에 안 맞는 규정도 많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선언했으나 국회가 무시하고 있어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은 조항도 있다.
헌재 "위헌" 선언했지만... 10년 넘게 개정 외면한 국회
헌법개정은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다(헌법 제130조). 그런데 현행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투표권과 관련해서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았음에도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고 있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 및 재외국민으로서 국내거소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에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즉,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국내거소신고도 하지 않은 재외선거인은 국민투표권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재외선거인에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2009헌마256호, 2010헌마394(병합)결정]
첫째, 국민투표권은 각종 선거에서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과 더불어 국민의 참정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헌법상 기본권이므로 국민투표권자의 범위는 대통령선거권자·국회의원선거권자와 일치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재외선거인에게도 대통령선거권과 국회의원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헌법 130조 2항에 따르면 헌법개정안 국민투표는 '국회의원선거권자'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외선거인은 임기만료에 따른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권자로 국회의원선거권이 있으므로 국민투표권도 인정해야 한다.
셋째, 국민투표권은 선거와 달리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직접적인 참정권이다.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국민의 본질적 지위에서 도출되는 국민투표권을 추상적 위험 내지 선거기술상의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헌법재판소는 단순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201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개선입법을 하도록 하였다. 국민투표법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면 주민등록이 되어 있거나 국내거소신고를 한 국민도 국민투표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재외선거인에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해 기술적 측면과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충분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국회가 입법절차를 밟지 않아 국민투표법 조항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였다. 국민투표법을 방치한 채 개헌을 논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8세, 대통령 뽑아도 개헌엔 참여 못 해

▲2019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만 18세 부터 공직선거에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국민투표법은 여전히 투표권자를 19세로 정해두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민투표법은 내용적으로도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다. 먼저, 선거권 연령을 고쳐야 한다. 현재 18세는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에 선거권이 있지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는 할 수 없다. 국민투표권자는 19세 이상의 국민을, 공직선거법은 18세 이상의 국민을 선거권 연령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투표법에는 공직선거법에 있는 사전투표제가 없다. 사전투표제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개헌 국민투표의 경우에는 본투표만 할 것인지 협의가 필요하다.
셋째, 6장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제25조~제48조) 조항들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법은 국민투표에 관한 운동을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찬성하게 하거나 반대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제25조), 국민투표 운동기간, 주체, 방법 등을 모두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운동기간은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투표일전일까지의 짧은 기간으로 제한하고(제49조, 제26조), 운동의 방법은 법에 규정된 이외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다(제27조). 국민투표운동은 정당법상 당원만 가능하다(제28조).
1962년 만든 법으로 2025년 개헌? 시대착오적 규제 수두룩
공직선거법에서의 선거운동과 헌법개정안 국민투표운동은 다르다. 전자는 후보 간 경쟁을 전제로 하므로 선거의 공정성이 중요한 가치이나 헌법개정은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보장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현행 헌법에는 헌법개정안 제안 이후의 절차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고 제안 이전에 국민들이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 참여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에 대하여는 백지상태다. 국민은 국회에서 의결된 헌법개정안에 찬반투표만 가능하다. 헌법개정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 실질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미흡하다. 국민투표 과정에서만이라도 국민의 다양한 헌법 운동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다수 올라와 있다. 계류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 개헌 의지를 보여주는 것임과 동시에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참정권, 국민의 투표권을 돌려주는 일이다.
[필자 소개] 황정화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헌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시민개헌넷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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