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05 17:08최종 업데이트 25.12.0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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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막개발 중이다. 이대로 둬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면적의 6.7%에 해당하는 중요한 공유지가 서울시장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의 한강의 모습을 알리고, '우리가 꿈꾸는 한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기자말]
영화 <김씨 표류기> 스틸 컷시네마서비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김씨 표류기>는 한강의 밤섬을 무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 김성근은 막대한 빚을 감당하지 못해 강물에 투신하는데, 구사일생으로 밤섬에 표류하게 된다. 휴대폰으로 구조 요청을 하지만 제대로 발신되지 않고, 넥타이로 목을 매서 다시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는 자살을 보류하고 그곳에서 '자연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섬에 버려진 오리배를 개조해 집을 만들고, 새똥을 이용한 농사법도 개발하여 식량을 조달한다. 그렇듯 경제적 압박이나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면서도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지나가는 여객선에 SOS를 보내지만 거듭 외면당한다.

또 다른 주인공 김정연은 과거에 외모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여성이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에 자기의 얼굴을 합성하여 홈페이지에 올리며 관심을 받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사회적 접점이다.

그녀의 또 다른 취미는 달이나 거리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인데, 어느 날 촬영 도중 우연히 밤섬에서 살아가는 성근을 발견한다. 그의 생활을 엿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다가 말을 걸어보고 싶어서 병 속에 편지를 넣어 강으로 던진다. 그것이 성근의 손으로 들어가고 둘 사이에 교류가 시작된다. 성근은 모래 위에 글씨를 써서 메시지를 발신한다.

얼마 후 폭우가 내려 그의 보금자리가 휩쓸리고 성근은 공익근무요원에게 발각되어 끌려 나온다. 하지만 그는 이 사회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다시 자살하려고 63빌딩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다른 한편 정연은 홈피에 올린 사진이 도용된 것임이 드러나고 자신의 흑역사도 폭로되면서 다시 깊은 실의와 우울에 빠진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성근을 만나기 위해 3년 만에 집 밖으로 나와 그가 버스를 타는 것을 보고 뛰어 올라가 말을 건넨다. 'My name is 김정연.'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에서 표류하던 두 김씨는 그렇게 친구가 된다. 생존경쟁과 인정투쟁에서 벼랑 끝으로 밀려난 주인공들은 밤섬을 통해 의외의 접속을 할 수 있었다.

서울시장의 몰지각한 발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한강이 나오는 장면넷플릭스

대도시 한복판에 원시적인 무인도 하나가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그 공간을 탄생시킨 한강은 거대한 은총이다. 한강은 고밀도 메트로폴리탄의 숨통을 틔워주는 여백이다. 만일 그 바람길이 없다면 여름에 열섬은 더욱 가혹할 것이고, 강에서 발생하던 수분 순환이 줄어 기온 편차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폭우가 내릴 때 범람 위험이 켜져 배수 인프라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러 산이나 궁궐들처럼 한강은 시민들의 빡빡하고 팽팽한 일상을 이완시켜 준다.

하지만 한강은 그 거대한 부피에도 불구하고 접촉면이 너무 비좁다. 자동차 도로 때문에 보행 접근로가 매우 제한되어 있고,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들 때문에 강변의 서정을 만끽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서울의 매력적인 장소로 별로 언급되지 않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한류의 새로운 기폭제가 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서울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살펴보자. 그 작품은 탁월한 음악에 감동적인 서사를 녹여내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간으로, 한옥, 골목, 성곽길, 식당, 목욕탕, 남산 등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한강이 잠깐 나오는데 철교를 지나는 전철에서 주인공들이 악귀들과 싸우는 장면이다. 아득한 배경으로 스쳐 지나갈 뿐, 중심적인 무대가 되지는 못한다. 메기 강 감독은 서울의 여러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했지만, 한강은 그녀에게 그다지 인상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던 듯하다.

<케데헌>은 서울의 평범한 일상을 산뜻하게 재현했다. 그 소재로 채택된 공간들의 공통점은 '휴먼 스케일'이라는 점이다. 그 장소들은 외국인들에게 각별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을 아늑하게 품어준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런 보물들을 보존하기는커녕 엉뚱한 공사로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다. 종묘 맞은 편의 고층 빌딩, 광화문 광장의 '받들어 총' 조형물, 뜬금없이 등장하여 걸핏하면 멈춰버리는 한강버스.

이 모든 것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한강버스의 부실함에 대해 비판이 일자 오세훈 시장은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시민의 안위를 돌보는 것이 정치의 최우선 책무라는 것을 부정하는 몰지각한 발언이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식견과 자질도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선언한 셈이다.

서울의 격조가 한결 드높아지기를

도심 속 쉼과 힐링의 장소인 한강 지류 샛강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시민들.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케데헌> 후속편이 2029년 공개를 목표로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스태프들은 이미 서울의 여러 곳을 누비며 로케이션 헌팅을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샛강이나 선유도 같은 곳에 그들의 눈길이 닿기를 기대한다. 한강이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여유와 운치를 읽어주기를 부탁드린다.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윤성학 시인이 '선셋 라이더'라는 시에서 포착하는 장면은 한 가지 힌트가 될 듯하다.

'해가 진다 / 원효대교 남단 끝자락 / 퀵서비스 라이더 / 배달 물건이 잔뜩 실린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 우두커니 서 있다가 / 휴대폰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찍는다 // 강 건너 누가 배달시켰나 저 풍경을 / 짐 위에 덧얹고 다시 출발 / 라이더는 알지 못 하네 / 짐 끈을 단단히 묶지 않았나 / 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 / 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는 것'

한강은 업무와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잠깐의 쉼표를 찍어준다. 1~4호선 지하철이 한강의 철교를 통과할 때 많은 승객이 강물과 하늘과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유려함이 우리의 고단함을 위로해 준다.

'산천은 유구한데' '고향 산천' '조국 산하'... 이런 표현에 잘 나타나듯이 한국인의 심성에서 강은 산과 대칭을 이루는 자연경관이다. 마포, 영등포, 반포, 노량진, 광진(광나루), 한강진, 압구정, 염창동 등 서울의 많은 지명이 한강을 모태로 생겨났다. 거기에 얽힌 여러 스토리는 서울의 고유한 모습이고 귀중한 정체성이다. 아쉽게도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한강의 매력을 무심하게 지워왔고, 오세훈 시장은 그 끝판왕이 되고 있다.

K-뷰티는 화장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궁궐과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도시 공간에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코리아 브랜드가 날로 참신해지는 지금, 'K-풍경'을 다채롭게 발굴하면서 서울의 격조가 한결 드높아지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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